천주교 부산, 서울 , 인천 노사위 등 성명 이어져
26일 경동건설 정순규 씨 산재사망 2심 선고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정순규 씨(미카엘) 산재 사망에 대한 2심 선고를 앞두고, 경동건설을 엄중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17일 천주교 부산교구, 서울대교구,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항소심 재판부에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2019년 10월 30일 아버지의 죽음 뒤 아들 정석채 님의 삶은 멈췄다. 생업도 포기하고 오로지 아버지 죽음의 원인과 기업의 횡포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면서 "어떠한 처벌로도 고 정순규 님은 살아 돌아올 수 없고, 그분의 가족도 그분이 살아계셨던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많은 이가 한목소리로 경동건설의 책임을 묻고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것은 엄중 처벌만이 기업이 일터 안전에 책임을 갖고 재발 방지 대책을 이행하도록 하고, 제2의 정순규 님과 그의 가족이 칠흑 같은 슬픔과 고통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더욱 엄격하고 정확한 법의 잣대로 고인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실을 밝히는 정의로운 판결을 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경동건설 엄중 처벌 촉구 1인 시위. (사진 제공 = 정석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경동건설 엄중 처벌 촉구 1인 시위. (사진 제공 = 정석채)

유족과 중대재해없는 부산운동본부는 14일 2심 재판부에 제출할 탄원서를 공개하고, 20일까지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단체 등에 탄원서 연명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공판이 진행 중인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1심 재판부는 원청 경동건설과 하청 JM건설 관리자의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목격자와 CCTV’도 없는 상황에서 고인의 실수라고 단정하며 징역 6개월과 4개월 금고형이라는 낮은 형량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면서, “이는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을뿐더러 유가족에게 또다시 큰 상처와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이 분명한 만큼 책임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필요하고, 사법부가 정의실현에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또 사고 당시를 밝혀 줄 목격자, CCTV, 차량 블랙박스 등이 없어 더욱 신중하고 객관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한데도, 경동건설과 JM건설은 정 씨의 죽음을 고인의 부주의라고 주장하고,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사측의 주장만을 근거로 산재사망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지적했다.

정 씨의 산재사망에 대한 조사 결과는 조사 기관마다 각각 다르다.

경동건설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정 씨가 약 2미터 수직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추정했지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3.8미터에서 안전난간 바깥쪽 사다리를 이용하다, 부산지방경찰청은 4.2미터에서 그라인더로 철심을 제거하다 안전난간 안쪽으로 떨어졌다고 봤다.

정순규 씨 산재사망에 대한 기관별 조사 결과. (자료 출처 = 강은미 의원실)
정순규 씨 산재사망에 대한 기관별 조사 결과. (자료 출처 = 강은미 의원실)

또 이들은 사고 직후 사측이 중대재해 발생 시 원인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을 무시하고 비계의 안전 그물망 등을 새로 설치한 점, 관리감독자 지정서 상 고인의 자필 기록과 서명 부분을 위조했으면서도 고인이 귀찮아해 대신 서명했다며 고인을 무책임한 사람으로 몰고 안전관리 의무를 고인에게 떠넘긴 점을 지적했다.

앞서 10일에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이 성명을 내고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할 때 고인과 유가족의 고통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실효성 있는 회사의 재발방지책도 나올 수 있다”면서, “사법부가 기업의 이윤 편이 아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편에 서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업자의 안전조치에 대한 의무 위반을 처벌하지 않으면 또 제2, 제3의 정순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최근 5년간 건설 현장에서 매년 270명이 추락사 하고 있다. 추락의 위험이 있는 곳에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사업주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2심 선고공판은 26일 부산고등법원 254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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