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고 정순규 씨 사망 2주기 추모 기자회견

27일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 씨(미카엘) 사망사건 2주기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열렸다.

2019년 10월 30일 경동건설이 시공하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고 정순규 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우고 있다.

27일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 씨(미카엘) 사망사건 2주기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열렸다. (사진 제공 = 정석채 씨)
27일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 씨(미카엘) 사망사건 2주기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열렸다. (사진 제공 = 정석채 씨)

기자회견에서 정순규 씨의 아들 정성채 씨(비오)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 등은 검찰과 2심 재판부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통해 다시는 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노동현장을 만드는 데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고인이 사망한 사건은 목격자가 없어 철저히 수사하고 원인을 명백히 밝혀내야 함에도 1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오로지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진술이 바탕이 된 부산지방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를 반영한 채 구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부실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내린 1심 선고 결과는 참담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방경찰청 각 기관은 재해발생 원인을 다르게 이야기했었다. 지난 6월 16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부산지방법원은 원청인 경동건설 현장소장, 하청인 JM건설 이사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원청과 하청업체 법인에는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에도 못 미치는 판결이다.

이들은 “1심 재판부는 죽음의 원인에 대한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를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축소 판결을 내렸다. 이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부산고등법원에 “1심 재판부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죄보다 턱없이 낮은 형량을 받은 원하청 법인과 책임자들에게 공정한 법의 기준을 적용하여 죗값을 치르도록 판결하라"고 요구했다. 또 “사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죄를 덮으려고 한 경동건설은 지금이라도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힘쓰라”고 요구했다.

6월 22일 검찰이 항소장을 제출해 7월 9일 항소심이 접수됐지만, 아직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날 연대발언에 나선 이영훈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년 동안 고 정순규 님의 가족들은 사회의 무관심과 거대 자본의 위협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지 못하는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방방곡곡을 뛰어다니며, 호소하고 또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진상규명과 진정한 사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고, 나아가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통해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법과 제도로 보장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연대는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다”며, “여러분의 연대는 시민과의 공감을 통해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산업현장의 안전성 확보와, ‘위험의 외주화’라는 산업구조 개선을 통해 다시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슴에 묻는 처참한 일을 겪지 않도록, 비록 누더기이기는 하지만 관련법 제정에 마중물이 되어주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수원의 한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고 김태규 씨 어머니와 누나, CJ 제일제당 진천공장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씨 어머니, 태안화력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이사장(김용균재단), 평택항에서 숨진 고 이선호 씨 아버지,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고 홍수연 씨 아버지 등 산재사망 노동자들의 유가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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