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목, 정평위 유가족과 함께
“돈의 논리와 무관심보다 더 강한 사랑과 연대”로
생명에 대한 근본 예의 회복해야

2년 전 부산 문현동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 떨어지는 사고로 숨진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정순규 씨(미카엘)를 추모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1일 부산 대청동 가톨릭센터 사제관 경당에서 열린 추모미사는 정성호 신부(수영성당 보좌) 주례로 김진우 신부(문현성당 보좌), 김진호 신부(해운대성당 보좌), 이영훈 신부(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인한 신부(부산교구 성소국장), 전동묵 신부(중앙성당 보좌), 정우학 신부(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차광준 신부(임호성당 부주임)가 공동집전했다. 미사에는 정순규 씨의 부인 등 유가족과 아들 정석채 씨(비오)가 소속된 서울대교구 성산동 성당 성가대가 참례해 고인을 기억했다.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는 김인한 신부. (사진 제공 = 정석채)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는 김인한 신부. (사진 제공 = 정석채)

이날 강론을 한 김인한 신부는 “한 건설 노동자의 죽음 앞에 세상이 답한 것은 돈의 논리와 무관심이었다. 한 가족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파할 때도 그 죽음을 모른다고, 어느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 답했다. 한 사람의 생명 앞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재 노동자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의 아픔에 우리의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그 아픔이 우리와 우리 이웃의 아픔임을 잊지 않으려는 것은 최소한의 시대적 양심의 기준이다. 생명에 대한 근본적 예의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모든 성인 대축일을 맞은 오늘 자본주의와 소비지상 시대에서 저 밑바닥으로 내팽개쳐졌던 사람을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또 다른 성인의 자리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신부는 “우리가 미사를 함께 봉헌하는 것은 그를 기억하고 그 아픔에 함께하며 그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세상의 무지와 망각보다 우리들의 사랑과 연대가 더 강하다는 것을, 기억과 자본의 무관심보다 우리들의 기도가 더 강하다는 것을 믿으며 긴 싸움의 시간일지 모르지만 무너지는 마음을 보듬어 주며, 서로의 삶과 이 세상 모든 노동자들의 삶에 감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1일 부산 대청동 가톨릭센터에서 경동건설 산재 사망 노동자 정순규 씨(미카엘) 2주기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사진 제공 = 정석채)<br>
1일 부산 대청동 가톨릭센터에서 경동건설 산재 사망 노동자 정순규 씨(미카엘) 2주기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사진 제공 = 정석채)

2019년 10월 30일 작업 중 추락해 숨진 정순규 씨의 죽음 원인과 책임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추락 사고 당시 현장의 비계(작업 발판)는 안전 규정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작업 반장이었던 고인이 사고 전 보고용으로 찍은 현장 사진과 구급대 출동 당시 사진 속 비계에는 추락 방지를 위한 안쪽 난간대, 보호망, 안전대, 발끝 막이판 등이 없다.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쪽은 현장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사고 직후 비계에 안전망과 새 난간대를 설치하고 비계 고정물을 바꿨다.

재판 과정에서도 업체 측은 정순규 씨가 관리감독자로 지정돼 있어 산재사망의 책임이 오히려 고인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정 씨가 자필 서명한 관리감독지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유가족이 필적 감정을 의뢰한 결과 자필 서명은 고인의 필적이 아니며, 하청업체 소장이 대신 한 것으로 재판에서 드러났다. 

관리감독자지정서는 정순규 씨를 현장의 안전, 보건 및 산재에 관한 제반 관리자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서류로, 본인이 직접 서명하게 돼 있다.

정순규 씨 산재사망 사고는 경동건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방경찰청이 각각 진단한 사고 원인이 모두 달라 정확한 진상 규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는 애초 검찰 구형에도 못 미치는 판결이 내려졌으며 이에 검찰이 항소심을 접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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