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형제회 한국관구, “전쟁, 하느님 거스르는 범죄”
가톨릭기후행동, "군수산업, 화석연료 기업들 전쟁 조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이 28일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김수나 기자<b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이 28일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김수나 기자

“평화가 길이다”, “전쟁에 반대한다”, “푸틴은 전쟁을 중지하라”,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라”.

한국 시민사회가 28일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어로 이같이 외쳤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장 중단 및 병력 철수, 외교적, 평화적 해결”,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천주교계 단체 다수를 포함한 400여 개 한국의 시민사회 단체 및 개인 130여 명이 연명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회원국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 존중, 무력에 의한 위협 금지를 명기한 유엔 헌장 위배”이자, “무력이 아닌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국제 사회의 원칙을 망가뜨리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에서부터 생겨난 피난민이 지금 약 85만 명이며 앞으로 500만 명까지 늘어난다는 전망을 들며, 국제 사회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신속하게 인도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러시아와 국제 사회의 외교적, 평화적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우려된다는 명분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보호한다는 이유로 한 러시아의 침공은 주권 침해이자 명백한 선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는 군사 동맹 확대, 병력 증강, 무기 배치 등으로 러시아 접경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행위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 지역을 둘러싼 안전 보장에 대한 각 나라의 이해관계는 외교를 통한 평화적 수단에 따라야 한다면서 관련 정부와 기구의 협상 및 한국 정부의 외교적 조치를 촉구했다.

이날 400여 개 시민사회 단체와 개인 130여 명이 참여한 성명서가 러시아어와 영어로 번역돼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됐다. ⓒ김수나 기자
이날 400여 개 시민사회 단체와 개인 130여 명이 참여한 성명서가 러시아어와 영어로 번역돼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됐다. ⓒ김수나 기자

이날 작은형제회 한국관구도 따로 성명을 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가톨릭교회와 세계 정교회가 평화의 사도로서 행동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작은형제회는 “전쟁은 재앙이고, 결코 국가 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길이 아니”며, “도시 전체나 광범한 지역과 그 주민들에게 무차별 파괴를 자행하는 모든 전쟁 행위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 자신을 거스르는 범죄”라면서 “어떠한 명분으로도 폭력과 전쟁으로 얻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유럽연합 등 관련 정부와 정치인들이 평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고, 러시아는 즉각 군대를 철수하고 부다페스트 협정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말했다.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협정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 미국, 영국이 이들에게 경제 지원과 안전 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안보 위협 시 서명 당사국들은 협의해야 한다.

가톨릭기후행동도 이날 성명을 내고, “허다한 명분을 들먹이며 전쟁을 일으키는 정치인들을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즉각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고 이를 위해 세계 정치인들이 협력해 평화를 위해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러시아 전쟁 범죄 정권에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게 해 주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군사력의 바탕을 마련해 전쟁을 조장하고 방관하는 군수산업, 화석연료 기업들을 강력 규탄한다”면서, “전쟁 없는 평화 세상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에 따라 단식하고 지속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이 28일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김수나 기자<b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이 28일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김수나 기자

“난민 환대가 가장 강력한 연대이자 반전”

한편 이날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이번 러시아 침공으로 사상, 사망자 속출, 대규모 피난민 발생, 국제 사회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을 규탄했다.

황수영 씨(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는 “오랜 시간 지속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으로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다쳤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다”면서 “방법은 대화뿐”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우크라이나에서 급히 한국으로 돌아온 교민 30여 명도 참여했다.

김평원 씨(우크라이나 교민)는 “약소국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그 무슨 위협이 된다는 말이냐”며 “그 무엇이 사랑하는 아빠를 죽음이 기다리는 전선으로 보내며, 꿈 많던 한 젊은이를 몰려오는 탱크를 저지하고자 폭탄 위에 자신을 던져 생명을 마감하도록 하며, 가정이 있고 부모 친척이 있는 13명의 젊은이들을 제발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게 해 달라는 절규와 함께 죽음의 길을 택하도록 하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김성균 씨(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는 러시아의 침공이 있던 24일 중국 군용기가 타이완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27일 북한이 동해상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이번 침공으로 세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큰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일 씨(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난민에게 국경을 열고, 환대하는 것이 평화고 가장 강력한 연대며 반전”이라면서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에 대한 적극 보호를 촉구했다.

그는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4일 러시아의 침공 뒤 26일까지 우크라이나 시민 12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었고, 85만 명이 국내 실향민이 됐으며 앞으로 피난민은 400만 명까지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외교적 수사나 입장을 넘어 평화를 지지하고 난민 보호를 위한 대책을 세우라면서 ▲피난국으로 한국을 선택해 공관을 찾아온 이들에게 비자 발급 ▲2022년 재정착 쿼터 부여로 난민 피난 조력 검토 ▲국내 우크라이나 이주민의 난민 보호 요청 시 빠른 난민 지위 부여 ▲우크라이나 국적 외국인들에 대한 특별 임시체류 조치 즉시 시행 등을 제시했다.

박범계 장관(법무부)은 28일 국내에 체류하는 우크라이나인 3000여 명 가운데 체류 기간이 만료된 이들에 대한 임시체류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어 및 러시아어와 영어로 된 시민사회 성명서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됐다.

이번 성명에 천주교 단체로는 가톨릭기후행동, 노틀담수녀회, 마리아의 전교자프란치스코수녀회, 사랑의 씨튼 수녀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석남동 성당(인천교구), 성가소비녀회, 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혜화동분원,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성바오로딸수도회,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예수성심전교수녀회, 예수성심전교수도회, 작은형제회 복자 에지디오 수도원,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재단법인 제주가톨릭아동청소년회, 재속프란치스코회, 재속프란치스코회 인천보나벤투라형제회, 재속프란치스코회 중서울프란치스코회, 예수회, 예수회 인권센터, 예수회 JPIC위원회,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작은형제회, 작은형제회 JPIC, 제주교구, 천주섭리수녀회, 천주의성요한JPIC,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화북 성당 외 다수가 참여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