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처 = Catholic Review)

유럽의 가톨릭과 정교회 지도자들이 러시아 정교회의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에게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우크라이나에서의 유혈사태를 멈추게 하라고 촉구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사이이며, 러시아 정교회는 소련이 무너진 뒤 종교를 억압하던 소련 시절과 달리 러시아 정교회를 국가적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보호하는 푸틴 정부하에서 체제 유지의 한 중요한 기둥이 되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사무총장 대행인 루마니아 정교회의 이오안 사우카 신부는 3월 2일 키릴 총대주교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내고 자신은 “키릴 총대주교와 접촉해 전쟁이 멈추고 고통이 끝나도록 중재하게” 하라는 수많은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희망이 없는 시대에, 많은 사람이 당신을 평화로운 해결을 위한 희망의 표지를 물어다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WCC 사무총장 대행으로서 또한 한 사람의 정교회 사제로서 총대주교 성하에게 이 편지를 쓴다.” “부디, 수난받는 형제자매들을 위해 목소리를 크게 내어 말해 달라. 이들 대부분은 또한 우리 정교회의 신실한 구성원들이다.”

폴란드 주교회의 의장인 스타니스와프 가데츠키 대주교도 또한 키릴 총대주교에게 “푸틴 대통령에게 호소해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분별없는 전쟁 행위를 그만두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가데츠키 대주교는 3월 2일 폴란드 주교회의가 발표한 서한에서 또한 키릴 총대주교에게 러시아 병사들이 “이 불의한 전쟁에 참여하지 말 것을, 이미 우리가 목격한 바처럼, 많은 전쟁범죄를 일으킨 (러시아군의) 명령을 수행하지 말 것을 촉구하라”고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명령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윤리적 의무다.”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인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2017년 5월 24일 모스크바의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하느님의 전례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catholicreview.org)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인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2017년 5월 24일 모스크바의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하느님의 전례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catholicreview.org)

한편, 독일의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도 2월 27일 뮌헨의 우크라이나 정교회 대성당에서 열린 한 전례에 참석한 중에, 키릴 총대주교에게 다음과 같이 공개 호소했다. “모스크바 총대주교께서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이 전쟁이 끝나도록, 무기들이 내려놓일 수 있도록 해 주시길 간청한다.”

그는 주교들은 정치인이 아니지만, “우리 주교들은 평화의 복음을, 특히 자신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과 공포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선포할 사명과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키릴 총대주교는 이미 민간인이 안전하고 전투가 빨리 끝나기를 위해 기도한 바 있지만, 그가 푸틴과 긴밀한 관계에 있고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영토적 통합성을 지지한 바 없다는 점을 비판받고 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진군하기 시작한 뒤 3일 뒤인 2월 27일, 모스크바에서의 한 하느님의 전례(가톨릭의 미사에 해당)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사악하고 적대적인 외세가 우리를 비웃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즉 우리는 우리 인민 사이의 평화를 유지하고, 동시에 이 일치를 파괴할 수 있든 모든 외부의 행동으로부터 우리의 공통된 역사적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만 한다.” (역자 주: “공통된 역사적 조국”이란, 우크라이나가 역사상 독립국가인 적이 없으며, 키예프 공국이라는 역사적 모태를 공유한, 러시아의 일부라는 푸틴의 평소 주장을 반영한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수장인 에피파니 키이우(키예프) 총대주교는 2월 27일 키릴 총대주교에게 편지를 보내 그가 우크라이나인들, “그 일부는 전쟁 전에는 당신을 자신들의 목자라고 여겼던 이들”을 돌보기보다는 “푸틴과 러시아 지도부를 지키는 데”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즉,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즉각 멈추도록 당신에게 무언가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에피파니 총대주교는 설사 키릴 총대주교가 침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해도, 적어도 “‘위대한 러시아’라는 명분에 자신들의 생명을 갖다 바친” “3000명이 넘는” 러시아 병사의 시신을 돌려보내는 일에는 도움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주님께서 당신에게 영적 힘을 주시기를 빕니다. 특히 오늘은 주일로서, 우리가 최후의 심판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정교회언론인연맹 웹사이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있지만 러시아 정교회와 키릴 총대주교와 온전한 친교 상태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소속 주교시노드도 키릴 총대주교에게 “이미 세계 전쟁으로 전변할 위험 상태에 이른 지금의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도록 러시아 연방의 지도부에 촉구”해 달라고 청원했다.

이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정교회 주교시노드는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에서 “우리의 두 형제 인민 간의 무력 대결이라는 죄를 종식하고 협상 절차를 시작하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무서운 전쟁은 이미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 사이의 관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만약 유혈사태가 멈추지 않으면 우리 인민들 간의 거리는 어쩌면 영구히 벌어질 것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하나 되어 “상식이 이기고 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자고 용기를 북돋웠다.

“오직 이 일치 안에 우리의 힘이 있다.” “우리는 주님께 지배자들에게 그분의 은총의 빛으로 계몽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우리는 자비로운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가 통하도록 받아 주시고 우리의 죄들을 용서해 주시리라 믿는다. 가까운 장래에, 하느님의 평화가 우리의 복된 우크라이나 땅에 다시금 펼쳐지리라.”

기사 원문: https://catholicreview.org/church-leaders-urge-russian-patriarch-to-speak-with-pu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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