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2차 심해수색 촉구
원인 규명 없인 안전 사회 없어

스텔라데이지호 참사가 유해 수습 및 침몰 원인 규명 없이 4년을 맞았다.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중국으로 가던 스텔라데이지호는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선사(폴라리스쉬핑)에 침수 보고 뒤 5분 만에 침몰했다. 현재까지 선원 22명이 실종 상태다.

“비록 내 동생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런 끔찍한 고통을 더는 겪지 않길 바라며 침몰 원인을 끝까지 밝혀 달라고 외친다. 개조 화물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꽃다운 선원 22명은 왜 돌아오지 못하게 됐는지, 피눈물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가족들을 국가가 제대로 살펴 달라. 우리의 이 고통이 밑거름이 돼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실종 선원 가족 허경주 씨(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 부대표)

이날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2차 심해수색을 실시해 참사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참사 원인을 밝히고 유해를 수습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김수나 기자<br>
이날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참사 원인을 밝히고 유해를 수습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김수나 기자

먼저 송경용 신부(성공회, 대책위 정책위원)는 “지난해 말 정부는 (실종 선원들이) 군인과 경찰이 아니어서 국가 예산을 쓸 수 없다는 황당하고 잔인한 말을 했다. 군인과 경찰이 아닌 대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지켜 준단 말인가. 그런 정부를 믿고 국민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겠나. 국가와 사회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 신부는 이어 “대통령과 모든 정치인의 첫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시 가족을 찾아오겠다고 제1호 민원으로 접수했지만, 바닷속 유해와 유품을 확인하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하루빨리 약속을 지켜 달라”고 말했다.

여전히 선원 안전 경시.... “우리 같은 가족들 또 나오지 않으란 보장 없어”

실종 선원의 가족인 대책위 허경주 부대표는 이날 철저한 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허 부대표는 “책임자를 찾아내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남은 가족들이 해야 할 일”이라면서 “가해자들은 인간으로서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참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야 하고, 국가는 재발을 막고 국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1차 심해수색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아무 후속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실패를 인정한다면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도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면서 민간인 사고에는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뒤로도 선사들은 영업 이익만을 따지며 여전히 결함 있는 노후 개조 화물선들을 운영하고, 선원들은 목숨을 걸고 운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텔라데이지호는 수많은 결함이 있음에도 운항을 강행하다 결국 침몰했고, 비슷한 사고들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제대로 원인 규명을 안 해 선원들의 안전을 경시하는 악습이 반복된다면 우리 같은 가족들이 또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경근 씨가 국민의 안전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정부를 규탄하자 눈물을 터트린 허경주 씨(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김수나 기자<br>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경근 씨가 국민의 안전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정부를 규탄하자 눈물을 터트린 허경주 씨(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김수나 기자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세월호 유가족인 유경근 집행위원장(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은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에서 피해자들에게 기껏 한다는 소리가 당신들은 민간인이니까 돈 쓸 수 없다인가. 세월호 가족들이 박근혜 정부와 일베에게 매일 듣던 소리, 놀러 가다 죽은 애들을 위해 왜 국가가 세금을 쓰느냐라는 말과 왜 이렇게 똑같은가”라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면 강력히 (2차 심해수색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태의 집행위원장(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운동본부)도 “진상을 조사해 책임자를 밝힐 당사자는 정부”라면서 “더는 회피하지 말고 참사의 진실을 밝혀 기업을 단호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손팻말 시위에 참여한 시민 조미선 씨는 “실종 선원 어머니가 이곳(청와대 앞)에서 혼자 매일 시위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함께하게 됐다. 스텔라데이지호도 세월호와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연대 인원도 적고, 세월호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고 해결도 안 돼 안타깝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3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기자회견 뒤에는 2차 심해수색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손팻말 시위, 저녁에는 기도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청와대 앞에서 2차 심해수색을 촉구하는 손팻말 시위에 참여한 시민 성기봉, 조미선 씨. ⓒ김수나 기자<br>
청와대 앞에서 2차 심해수색을 촉구하는 손팻말 시위에 참여한 시민 성기봉, 조미선 씨. ⓒ김수나 기자

한편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2년째인 2019년 2월 해양사고 재발을 막고, 실종자를 찾기 바라는 촉구 끝에 한국 해양사고 역사상 처음으로 심해수색이 진행됐고, 심해수색 선박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뒤 50여 시간 만에 선체를 찾아냈다.

당시 심해수색으로 3500미터 바다 속에서 비교적 온전하게 남은 조타실 등 선체 잔해, 유해 및 선원들의 소지품 등이 발견됐지만 수색 업체와의 계약에 유해 수습 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발견된 유해를 수습하지 못했고, 수거 과정의 오류로 침몰 원인을 밝힐 블랙박스 데이터 분석은 실패했다.

1차 심해수색 뒤로도 실종자 가족, 시민사회, 국회 및 해양과학 전문가 등은 2차 심해수색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구상권을 통한 수색 비용 보전으로 2차 심해수색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거듭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주요 경과

-2017년 3월 31일 : 브라질 구아이바항에서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중국으로 가던 중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 선원 22명 실종.(한국인 8명, 필리핀인 14명)
-2018년 8월 : 심해수색 결정, 12월 오션 인피니티사(미국)와 심해수색 용역 계약
-2019년 2월 : 부산지방검찰청,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 등 기소
-2019년 2월 : 1차 심해수색 진행, 선체 및 유해 발견. 블랙박스 회수, 발견 유해 미수습.
-2019년 7월 : 블랙박스 데이터 분석 실패
-2019년 12월  : 2차 심해수색 예산 부결
-2020년 2월 18일 : 부산지방법원,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 등에 선박안전법 위반 유죄 선고
                                 (1심 판결 : 세월호 참사로 2015년 개정된 선박안전법의 선박 결함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첫 유죄 판결)
-2020년 2차 심해수색 예산 부결
-참사 뒤 4년 동안 국회 공청회 3회 실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4년, 안전 사회를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적혀 있다. ⓒ김수나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4년, 안전 사회를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적혀 있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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