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회, 가족대책위 등 공청회, "조사는 또 다른 사고 방지 위한 투자"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장비 투입을 검토하는 공청회가 19일 열려, 심해수색 기술은 충분함이 확인됐다.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한선 해사안전연구실장은 “정부와 선사는 해양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한 비용을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나 선사는 안전과 관련해서 규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조사는) 최소한 비슷한 사고라도 막기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또 이번에 국회 예결위에서 50억의 예산이 무산됐다. 해양안전 관련한 정부 부처에서는 이런 사고와 조사에 대비해 평소에 예비비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낡은 유조선을 화물선으로 개조해 사고에 약하며, 국내에는 아직 이러한 개조선이 27척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침몰 직후부터 가족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고, 사고 원인을 밝혀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 배의 상태를 점검하고 블랙박스를 수거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를 위해 외교부와 해수부,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와 시민대책위 등은 2월 27일부터 ‘심해수색장비 투입 검토’를 위해 6차례 회의를 해 왔다.

국회 외교통상위와 농해수위 소속 여야 3당 국회의원 주최, 외교부와 해수부가 공동주관한 이번 공청회에는 가족대책위를 비롯해 국내외 해양 및 선박 전문가들이 참석해 심해수색장비 기술 동향과 투입 사례를 발표하고, 이를 위한 기술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허경주 공동대표는 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수색장비 투입으로 침몰 원인을 밝히는 동시에 실종된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할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제 포기하라는 말이었지만,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고, 그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텔라데이지호 선원과 그 가족도 국민이다. 이 일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국민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책임지고 보호해 주는 국가가 있다고 믿고 싶다”며, “우리에게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선교(배 갑판 위의 구조물) 옥상에 설치됐던 블랙박스 사진과 조타실 내 설치됐던 CCTV 카메라의 모습을 보여 주며, “이곳에 당시의 음성기록과 영상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침몰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블랙박스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타이타닉호 심해수색 촬영 사진. 이미징 시스템과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 윌리엄 랭 씨는 수중 이미징 시스템으로 침몰선의 조사와 탐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장비 투입 이전, 사전 시뮬레이션 통한 전략 수립이 가장 중요"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발표와 토론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장비투입에 기술적 문제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 침몰한 14만 톤급 개조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는 현재 수심 3300미터 지점에 침몰한 상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용국 안전방위연구본부장은 블랙박스를 수거하는 데 먼저 선박의 사고 위치를 중심으로 선체 위치를 파악하고 선체 주변을 탐색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스텔라데이지호의 규모(축구장 약 3배)를 고려해 약 200-600시간 정도 든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토론에서 “(현재 보유한)국내외 기술로 탐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주변 환경 탐사를 통해 블랙박스 수거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것이 관건”이라며, “가족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배가 어떻게 가라앉아 있는지가 문제다. 이 부분까지 조건에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만큼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침몰 당시 약 26만 톤의 광석을 화물로 싣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배의 무게 때문에 침몰 속도가 상당히 빨랐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 손상이 크고, 파편이 넓게 흩어졌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이판묵 책임연구원은 2007년 연구소에서 개발한 장비는 6000미터 수심까지 들어갈 수 있고, 성능 시험도 마친 상태라며, “블랙박스 타워가 손상됐다면 그 상황부터 해결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블랙박스를 수거하고 배의 손상부분을 촬영해 침몰원인 자료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2010년 타이타닉호와 에어프랑스 447기 탐사의 공동책임을 맡았던 미국 심해탐사 전문가 데이비드 갈로 씨와 이미징 시스템과 원격측정 시스템 설계 전문가인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첨단이미지 및 시각화 연구실장 윌리엄 랭 씨도 참석했다.

먼저 윌리엄 랭 씨는 30년간 수중 탐사와 난파선 이미징 작업을 경험했는데, 현재 침몰된 스텔라데이지호 안팎을 촬영해 세밀한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배의 상태와 블랙박스 위치 확인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데이비드 갈로 씨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단지 탐사 목표를 분명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단계별 계획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세우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발상황에 대비한 여러 단계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변화무쌍한 해저 환경에서도 돌발상황을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우선되는 것은 최상의 전문인력과 장비, 그리고 전략”이라며, “그 외에 필수적인 것은 가족과의 소통, 신뢰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황필규 변호사는 이날 공청회가 열리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가족들은 심해장비투입 예산이 국회에서 무산된 이유도 정확히 듣지 못했다. 이런 설명이 있어야 실질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며, “기술적 문제가 없다면, 투입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주체들이 반성하고 다시 집행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술적 검토가 이뤄진 만큼, 정부는 정책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책임지고 말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생업과 일상을 포기하고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수색을 요구해 왔고, 그 결과로 오늘의 공청회가 열렸다”며, “지난 과정은 최악이었다. 이날 공청회가 그 과정이 단절되는 계기가 되고, 신뢰와 책임을 바탕으로 대화하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월 19일, 정부와 국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국내외 해양, 선박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심해수색장비 투입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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