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연, 의정부 정평위, 미얀마 연대 방안 토론회
유혈 사태에도 미얀마 가톨릭 등 종교 지도자들 소극 대응
미얀마 주교회의는 시위 참여 금지, 평신도들은 “십자가 들고 거리로”

“군부의 잔혹한 살상이 벌어지는데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종교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 사실에 쿠데타 저항에 나선 젊은 세대는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낀다.” -강선우(웨 노에) 씨(재한미얀마청년연대)

“가톨릭은 주로 전례와 사목에 집중하지 시위와 폭력을 사회적, 예언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제도 교회인 주교회의는 시위 동참과 가톨릭 깃발 사용을 금지했지만 많은 가톨릭 신자는 주교회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깃발은 물론 십자가를 들고 거리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마웅 요한 박사(미얀마 가톨릭평신도 활동가)

군부에 의한 최악의 유혈사태,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불복종 운동이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와 한국 가톨릭 교회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우리신학연구소,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17일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온라인 화상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미얀마 현지에서 와얀 씨(자비나눔), 마웅 요한 박사(미얀마 가톨릭 평신도 활동가)가 참여했다.

두 사람은 쿠데타 발생 뒤 미얀마의 상황, 미얀마 종교계의 대응 모습을 각각 발표했고, 이어 웨 노에 씨(한국 이름 강선우, 재한미얀마청년연대),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이대훈 교수(성공회대, 저스피스 상임이사)가 토론했다. 통역은 미얀마 유학생 묘 헤인 씨(미얀마 독재타도위원회)가 맡았다.

화상 토론회 참가자들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참가자 가운데 와얀 씨 얼굴은 신변보호를 위해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사진 출처 = 우리신학연구소 '미얀마 군부쿠데타와 민중항쟁, 한국천주교회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줌 토론회 갈무리)
화상 토론회 참가자들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참가자 가운데 와얀 씨 얼굴은 신변보호를 위해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사진 출처 = 우리신학연구소 '미얀마 군부쿠데타와 민중항쟁, 한국천주교회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줌 토론회 갈무리)

미얀마 주교회의, 시위 참여 및 가톨릭 깃발 사용 금지
평신도, 교회의 소극적 태도에 불만
거리 시위 동참한 고위 성직자는 만달레이 대교구장뿐

미얀마 가톨릭 평신도 활동가인 마웅 요한 씨는 군부 쿠데타와 유혈 사태에 가톨릭계의 대처가 미약하다면서 더 많은 연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쿠데타 뒤로 미얀마 종교계가 통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가 함께 군사 쿠데타에 항의하고, 한자리에 모여 희생자를 위해 기도한다. 특히 일부 불교인들은 로힝야 학살에 대해 이슬람 민족들에게 사과하며, 군경에 폭력적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종교계 일부의 모습일 뿐이다. 다수 종교인 불교는 물론 소수 종교인 그리스도교계도 시민 불복종 운동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미얀마의 가톨릭 인구는 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퍼센트 정도다.

미얀마 가톨릭주교회의, 미얀마교회협의회, 미얀마복음주의동맹 등 그리스도교계는 쿠데타와 시민 저항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가톨릭은 주교회의 차원에서 성직자와 신자들의 시위 참여를 금지했다. 다만 매일 저녁 8시 묵주기도로 하는 연대는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거리 시위에 참여한 고위 성직자는 만달레이 대교구장 마르쿠 틴 윈 대주교뿐이다. 사제 및 수도자들은 약 100여 명 정도 동참했지만, 심각한 유혈 사태가 벌어진 양곤대교구에서는 아무도 시위에 나서지 않았다. 양곤은 미얀마 최대 도시로, 현재 도시 일부에 계엄령이 내린 상태다.

거리 시위에 나선  만달레이 대교구장 마르쿠 틴 윈 대주교. (이미지 출처  = 마웅 요한 박사 발제 자료)
거리 시위에 나선  만달레이 대교구장 마르쿠 틴 윈 대주교. (이미지 출처  = 마웅 요한 박사 발제 자료)

반면 여자 수도자들은 시위대를 돕고, 폭력을 막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모습에 감화된 경찰들이 수녀들과 함께 무릎을 꿇는 일도 있었다.

양곤대교구장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국가 고문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군부 지도자 간 대화를 권고하며 살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웅 요한 씨는 “가톨릭계 매체인 <라디오 베리따스 아시아>에서도 평화를 위한 기도를 전하는 등, 가톨릭은 주로 전례와 사목에 집중하지 시위와 폭력을 사회적, 예언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면서 “교회 지도자들은 사회에 소극적이고 평신도와 일반 시민들은 (이를)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도교회인 주교회의에서는 가톨릭 깃발도 쓰지 말라고 했지만 많은 가톨릭 신자는 주교회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깃발은 물론 십자가도 들고 나가 묵주기도를 하면서 거리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대훈 교수(성공회대, 저스피스 상임이사)는 “미얀마 가톨릭교회 지도부, 주교회의, 사제들이 매우 소극적이고, 평신도와 수도자들이 앞장서는 것을 지지하기보다 오히려 다른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한국의 과거 특정 시기가 연상돼 익숙하면서도 많이 분노스럽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불교의 나라 미얀마, 정작 불교계는 ‘피의 일요일’에도 침묵

재한미얀마청년연대 강선우(웨 노에) 씨는 가톨릭뿐 아니라 미얀마의 다수 종교인 불교와 유명 종교 지도자들의 소극적 태도 역시 무척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젊은 스님들 중심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군부의 잔혹한 살상에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종교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쿠데타 저항에 나선 젊은 세대는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피의 일요일인 2월 28일에도 침묵하다 3월 8일이 돼서야 불교계의 발표가 났지만 그마저도 소극적이고 애매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교의 나라인 미얀마에서 현재 승려는 약 4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군부보다 큰 규모라며 이들 가운데 절반이라도 시민과 함께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 아웅 산 수치 여사와 군부 지도부 간 대화 및 살상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마웅 요한 박사 발제 자료)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 아웅 산 수치 여사와 군부 지도부 간 대화 및 살상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마웅 요한 박사 발제 자료)

미얀마 문제,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대 위기”
한국 종교계, 미얀마 종교 지도자 움직이도록 강하게 압박해야
한국 정부에는 실질적 정책 내도록 촉구

마웅 씨는 무엇보다 “국제 및 미얀마 국내 전반에서 군부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국민민주연맹이 선거를 통해 승리한 것을 인정하고, 유엔은 립서비스가 아닌 미얀마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군부와 관계된 제품, 군부의 뒷배를 봐주는 중국산 제품 불매를 통해 중국이 더는 군부를 돕지 말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훈 교수는 소극적인 미얀마 가톨릭 지도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심을 갖고 보다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되어야 하며, 미얀마 임시정부가 시민 전체를 통합할 수 있게 국제사회가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이 교수는 각 나라와 지역 교회가 여러 사정상 다른 반응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해야 미얀마 시민의 희생을 줄이고 그들의 고귀한 인권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운동에 연대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미얀마 상황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대 위기”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현재 아시아 등에는 미얀마 군부를 흉내 내려는 군부가 많기 때문에 미얀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그는 “종교인들이 어떤 소명을 갖고 역할을 다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상대적으로 민주 의식이 높은 평신도 그룹이 많은 것이 한국 가톨릭, 불교계의 장점이므로, 성직자의 영향력을 기대하기보다 평범한 종교인들이 미얀마 종교 지도자들에게 종교 지도자 본연의 역할을 다하라고 강력 촉구하고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묘 헤인 씨(미얀마 독재타도위원회)는 “한국의 종교 단체들이 미얀마와 관련해 실질적 정부 정책이 나오게끔 압력을 가해 주면 좋겠다”면서 “미얀마 임시정부, 연방군 등이 구성되면 한국 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와얀 씨는 “시위대를 잔인하게 진압해 밤에 체포하고 다음 날 아침 시신만 보내는 경우가 많다. 무슬림 같은 소수민족이면 더 잔혹하게 죽인다. 이를 빨리 멈출 수 있게 압박해 달라”고 요청했다.

묘 헤인 씨.(미얀마 독재타도위원회) ©️김수나 기자<br>
묘 헤인 씨.(미얀마 독재타도위원회) ©️김수나 기자

맨몸의 젊은이들만 시위 최전방에, 종교인 등 지도자는 없어
한국 교회, 미사와 기도운동부터, 미얀마의 실질적 필요에 응답할 것

강선우(웨 노에) 씨는 청년들이 맨몸으로 싸우다 죽어 가지만, 정치 지도자나 시민운동가, 종교 지도자 등 시민을 이끌 지도부는 부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임시정부가 꾸려졌지만 신변 위협으로 드러내 놓고 활동할 수 없어 정치 지도자가 구심점이 되기 어려운 만큼 종교인들이 앞장서 준다면 청년들의 희생이 덜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싸우는 사람도, 희생당하는 사람도 평범한 시민이다. 민주주의가 꽃피면 모두에게 혜택인데, 지금 배부른 사람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미얀마 종교 지도자들은 배부른 상태다. 우리가 열심히 촉구해도 그들 마음 끌어 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종교 지도자들과 군부 권력의 유착 관계가 뿌리 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가 미얀마 민주화에 연대하겠다는 성명을 낸 데 대해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주교단 전체가 이를 논의하고 단일한 입장을 밝힌 것은 교회 안에서 의미가 있고, 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적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상 신부는 “주교회의 성명이 선언적 의미가 있다면 앞으로는 구체적 실천이 필요한데, 먼저 기도와 미사로 이 문제를 알려 나갈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미얀마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우리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지속적 소통을 통해 그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각 교구별로 준비하고, 전례적 봉헌으로 하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경우, 이미 모금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사회의 요구인 유엔의 ‘자국민 보호 책임’ 신중해야
“임시정부를 공식 정부로 인정해 달라”

현재 미얀마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유엔의 ‘자국민 보호 책임’(R2P)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대훈 교수는 “강대국 군대가 선한 의도로 개입해 미얀마 군대를 제어할 것을 기대하면서 R2P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가 막강한데다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어 그 기대가 실현되기는 어렵다”면서 “자칫 전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민간인 희생이 더 커진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유엔의 무력 개입으로 인해 시민과 민주정부의 역할이 사라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추진하는 정치세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마음 아프지만 미얀마 군부를 상대하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우리가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가톨릭과 불교가 각자 연대하기보다 한국 불교계가 미얀마 불교계에 영향력을 미치도록 한국 종교계가 함께 압박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임시정부가 미얀마 시민사회를 통합하고 대표할 수 있는 사회운동적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미얀마 임시정부를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협력이 임시정부를 통해 이뤄지도록 촉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문민정부가 가담해 국제 사회에 충격을 줬던 로힝야 사태를 극복하고, 미얀마 전체 시민의 통합된 힘으로 민주주의를 추구하겠다는 메시지가 국제 연대를 끌어내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와얀 씨에 따르면, 군경은 시위대를 진압할 때 내전에 참전하는 부대를 투입하고, 전시 무기를 쓴다. 시민들은 저녁 8시마다 냄비 등을 두드리며 군부 퇴진을 외치고, 의사, 공무원, 회사원 등 각계각층이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민주진영 인사들로 구성된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가 임시정부를 꾸렸고, 부통령 대행 임명, 연방군 준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임시정부를 미얀마 공식 정부로 인정해 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구하면서, 군부와 연결된 기업 보이콧, 중국산 제품 불매 등을 통해 불복종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저스피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했으며, 우리신학연구소는 아시아 차원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다시 한번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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