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미사, 군부 살상 중단, 민주주의 회복
미얀마 시민의 고난에 그리스도인으로서 동참 촉구

1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 옥수동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 거리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김수나 기자
1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 옥수동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 거리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김수나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하 사제단)이 미얀마 군부의 시민 학살 중단과 미얀마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사제단은 4월 30일까지 미얀마 시민을 위한 모금도 진행한다.

지난 14일에만 시민 38명이 숨지고 미얀마 양곤 일부에 계엄령이 내려지는 등 군경의 강경 진압과 살상행위로 쿠데타 한 달여 동안 숨진 시민은 1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에도 민주주의를 위한 미얀마 시민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15일 서울 옥수동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봉헌된 미사는 사제단 대표 김영식 신부(안동교구)를 비롯한 사제 20여 명이 공동집전 했으며, 수도자 및 평신도, 활동가 등이 참례한 가운데 봉헌됐다. 이들은 미사를 통해 한국 시민과 정부, 국제사회에 미얀마 시민의 고통에 연대해 달라고 기도했다.

박주환 신부(대전교구)가 미얀마 현지에서 선교 중인 한 신부가 보내온 편지를 대독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박주환 신부(대전교구)가 미얀마 현지에서 선교 중인 한 신부가 보내온 편지를 대독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이날 강론은 미얀마 현지에서 선교 중인 한 신부가 보내온 편지를 박주환 신부(대전교구)가 대독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내 영적 생활은 여기 사람들의 고난에 크고 깊게 빚지고 있다.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은 기도와 영적 증언이 아닐까 한다”로 시작된 편지에는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과 투쟁, 군부의 폭거를 지켜본 그리스도인의 신앙적 성찰과 연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미얀마 사람들은 지금 후손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나선 것이 분명하다. 자기를 희생하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아무도 특별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름, 얼굴 없는 이 민초들이야말로 진짜 영웅들이다. 나는 지금 부끄러움이란 선물을 받고 있는 예수님의 제자....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이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더 그리스도인이다.”

이어 편지를 쓴 신부는 “그래서 내 일에만 집중하고 에너지와 관심을 나에게만 한정하고 마는 평소 내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겠다”면서 군부의 살상행위와 국제사회에 도움을 절실하게 요청하는 현지 상황을 전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곳 양곤 한국 대사관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제발 우리를 좀 도와주세요’라고 한국말로 울부짖던 미얀마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도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부끄러웠다. 굳게 닫힌 대사관 철문은 마치 타인이 당한 불행을 비껴가는 사제와 레위인들의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국제사회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 철문만큼이나 완강하게 버티고 앉은 모종의 침묵, 그건 침묵이라기보다 변명과 합리화, 여러 셈법으로 뒤범벅된 소음덩어리다.”

1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 옥수동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 거리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에 참여한 수도자들. ⓒ김수나 기자<br>
1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 옥수동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 거리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에 참여한 수도자들. ⓒ김수나 기자

“고통받는 미얀마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해야”

그는 “진압병력 앞에서 무릎을 꿇고 폭력을 쓰지 말아 달라고 울면서 애원하던 어느 미얀마 수녀님의 영상”을 언급하면서 “(이는)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모습이어야 한다.... 스승 예수님의 부르심이 부디 우리 모두의 내적 소음을 뚫고 심장 한복판에 도달하기를 기도할 따름”이라고 썼다.

또 사람을 정 조준 사격한 뒤 환호했던 군경의 살상에 “깊은 부끄러움과 수치심”, “인간 존엄성을 통째로 짓밟힌 모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하면서도, 결연한 투쟁을 계속하며 서로 연대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의 모습에 “인간으로서의 기쁨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그랬듯 이 일은 미얀마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 인간의 일, 모든 인간의 심장부에서 샘솟는 인간 존엄과 희망에 직결된 일,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면서 “가톨릭 교회가 국적, 인종,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활짝 열린 전 우주적 보편교회임을 고백했다면, 고통받는 사람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해야 옳다”고 강조했다.

“오늘 우리는 미얀마의 자유를 되찾고 억눌린 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여러분이 교회이고 하느님의 백성이고 예수님이다. 교회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 안에서 실현되고 박해를 함께 견뎌야 한다. 교회의 사명은 가난한 자들과 일치하는 것, 함께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만 교회는 구원을 받게 된다.”

편지는 이같은 이야기와 함께 미얀마 군부에 살상과 억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마무리됐다. 

1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 옥수동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 거리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에 참여한 사제들. ⓒ김수나 기자
1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 옥수동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 거리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에 참여한 사제들. ⓒ김수나 기자

사제단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는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오는 4월 30일까지 모금을 진행한다. 

이번 모금에 앞서 사제단은 3월 초 미얀마 시민사회 및 지역교회를 지원하는 데 약 2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번 모금은 두 번째로 미얀마 시민사회와 지역교회는 물론 민주주의 활동가 및 관련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김영식 신부는 “미얀마 상황을 지켜보면서 앞으로도 모금과 기도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미얀마 학생과 활동가 등을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키워 내기 위해 한국 유학을 주선하고,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하는 운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이 진행하는 미얀마를 위한 모금 운동 웹자보. (이미지 제공 =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

한편 지난 12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 군은 평화적인 시위대와 무고한 시민에게 전시 무기와 전술, 체계적으로 계획된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위기 증거 연구소’가 미얀마 군부의 폭력적 탄압에 대한 최근 영상 50여 편을 검토한 결과, “사전 계획된 조직적 무력행위”, “대대적인 군사용 무기 배치”, “살상무기의 무모하고 무분별한 사용”이 확인됐다. 연구소가 검토한 영상 가운데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3월 1일 모울메인 몬주 영상 : 트럭에 탄 경찰이 사람이 사는 집을 향해 실탄을 무분별하게 발사하는 모습.
-3월 2일 양곤 산챠웅 영상 : 저격 중인 장교를 옆에서 지켜보는 한 지휘관의 모습.
-3월 3일 양곤 북오카라파 영상 : 경찰들이 한 남성을 연행하던 중 별달리 저항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남성에게 총을 쏘는 모습.
-3월 7일 : 만달레이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무자비한 폭력 자행, 핀마나에서 촬영된 사진에서는 한국산 섬광 수류탄(대광 DK-44), 최루탄 및 물대포, 과도한 ‘군중 통제’가 나타남.
-3월 8일 미치나 카친주 영상 : 두 명의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 발생. 영상에는 총소리가 들리고 짙은 연기 속에서 도망가는 사람들의 모습 포착.

국제앰네스티는 진압 경찰과 보안군이 ‘중국제 RPD 경기관총’과 ‘미얀마 MA-S 스나이퍼 라이플’, ‘MA-1 반자동 라이플’ 등 미얀마에서 생산된 총기류로 무장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게는 터키산 고무 총알로 장전된 샷건, 페퍼볼 총 등 준 살상 무기도 제공되고 있다.

1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 옥수동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 거리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김수나 기자<br>
1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 옥수동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 거리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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