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0주년 맞은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현대일, 이중헌, 김도훈 신부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한국전쟁과 이후 여러 사건 그리고 이념, 정치적 문제로 수용자가 넘쳐났지만 인간다운 처우를 받지 못하던 1953년, 평신도이자 교도관이었던 고중렬(베네딕토) 씨와 몇몇 후원자가 수용자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 교정사목의 태동이었다.

고중렬 씨와 후원자들은 1953년부터 1972년까지 서울구치소 사형수 200여 명에게 대세를 주고 사비로 먹을 것을 지원했고, 이후 박귀훈 신부와 김홍섭 판사가 사형수 방문 활동에 동참했다. 

1960년대 말에는 서대문 구치소 인근 아현동 본당에서 교도소 후원 활동이 시작됐고, 수용자들에 대한 관심 촉구, 세례와 사형집행 뒤 장례 등 후원 사업이 활성화됐다. 조직과 체계, 자원이 부족한 교도소 사목의 한계로 박귀훈 신부가 지원을 요청하면서, 서공석 신부의 동생 서금석 씨와 당시 가톨릭 여성사업회 부회장 김현 씨가 ‘교도소 후원회’ 창립을 본격 준비한다.

교정사목 조직화의 필요성을 느낀 서울대교구는 1970년 4월 ‘교도소 후원회’를 설립했고, 1979년에는 ‘교도사목 후원회’로 명칭을 바꾸며 활동 확장을 도모했다. 이듬해에는 교도사목 행정과 후원회 활동을 통합해 ‘서울대교구 교도사목회’가 됐다. 1995년 1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산하 ‘교도사목위원회’, 4월 ‘사회교정사목위원회’로 개편을 거쳐, 2003년 법무부 사단법인 허가로, ‘천주교 사회교정사목위원회’가 되면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가 진행하는 사목 활동은 “수용자들을 위한 교리 교육과 세례, 견진 성사와 미사, 출소자 상담 및 지원, 쉼터 운영, 출소자와 피해자 가족 자립을 위한 무담보 대출은행(기쁨과희망은행) 운영, 피해자와 수용자 가족 지원, 사형폐지 운동, 전국 교구 교정사목 담당자와 교정시설 위원 협의회 등과 연대” 등으로 이뤄진다.

지난 50년, 다른 사목 분야와 달리 특수하고 일부의 사목인 것처럼 여겨졌던 교정사목의 기본 정신과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무엇일까. 과연 교정사목은 수용시설 담장 안에서만 이뤄지는 사목일까. 현재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를 맡고 있는 위원장 현대일 신부, 부위원장 이중헌, 김도훈 신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왼쪽부터)김도훈, 현대일, 이중헌 신부. ⓒ정현진 기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왼쪽부터)김도훈, 현대일, 이중헌 신부. ⓒ정현진 기자'

교정사목은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출발”

“교정사목에서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수용자에 대한 관심입니다. 이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수용자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출소 뒤의 삶도 돌아보게 되는 것이죠. 피해자 가족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재범률을 낮추고, 출소한 뒤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어야 궁극적으로 사회도 보다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현대일 신부)

위원장 현대일 신부는 그동안 교정사목은 방법이나 방향의 변화라기보다는 ‘수용자에 관한 관심’에서 시작해 방법과 대상이 확대되는 양상으로 흘러왔다면서, 무엇보다 “수감된 상황뿐 아니라 이들이 제대로 교정, 교화를 거쳐, 출소 뒤에도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훈 신부는 평신도로부터 시작된 활동이 교구 부서로 재편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고 확대됐다고 덧붙이면서, “수용자를 위한 사목은 당사자뿐 아니라 출소 후를 지원하고 그들 가족을 지원하는 일도 필요하다. 보편적 사랑이라는 차원에서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도 돌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출소자들이 사회에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기쁨과희망은행’을 운영하고, 가족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에 나선다.

현대일 신부는 “가족 가운데 한 명이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면, 갑작스러운 가족의 부재를 감당해야 하고, 한부모 가정인 경우 아이들만 남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들은 복지제도 밖 사각지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지원을 비롯해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고, 직접 만나 관심을 갖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출소했는데 가족 공동체가 무너져 있으면 삶을 재건하는 것이 더욱 어렵겠죠. 그렇다면 이것은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과 연결됩니다. 두 번째는 수요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신보다 가족 걱정이에요. 그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교정, 교화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가족 지원은 필요합니다.”

김도훈 신부는 어려움에 처한 수용자 가족 상황은 교도관 추천이나, 수용자와의 면담, 서신을 통해 파악하게 된다면서, “그런 사실을 접하면 먼저 가족들을 찾아가 보고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한다. 그리고 회의를 통해 어떻게 도울 것인지 찾는다. 올해는 서울대교구 내 전체 수용 시설에 공문을 보내 추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2020년 11월 2일 광탄 나자렛묘원 사형수를 위한 위령미사.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2020년 11월 2일 광탄 나자렛묘원 사형수를 위한 위령미사.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교정사목 내 여러 활동과 지원 시스템이 있지만 사목으로서 가장 우선은 성사와 미사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성사나 미사, 교리교육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 9월에 부임한 이중헌 신부는 이런 탓에 아직 한 번도 수용시설 현장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현대일 신부는 “교정사목이 수용자 중심의 사목을 지향했고, 또 앞으로 그런 부분이 더 확대되어야 하는 것은 지금과 같이 미사나 성사가 어려울 때, 수용자들을 접할 기회가 한정되기 때문”이라면서, “교회는 성사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개별 면담을 계속할 수 있었다면 수용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더 많이 알고 도움의 연결고리를 만들 기회가 더욱 열려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을 금지하고 인권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확대되는 시대, 수용자들의 인권 또한 다른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교정사목 차원에서 바라보는 수용자 인권은 무엇일까?

“인권 문제 역시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이들과 자신이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들에게 어떤 혜택도 줘서는 안 된다고 여기게 되죠. 하지만 같은 사람이라고 본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넘어질 수 있고 잘못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인권 문제는 잘 풀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현 신부는 “수용자들을 격리 대상으로 여기고, 처벌 차원에서 배제와 차별은 당연하게 겪도록 한다면 그들이 과연 어떤 마음으로 사회에 나오게 될까?”라고 물으면서, “교정시설은 격리 시설이 아니라 교회 입장에서는 교화와 복음화의 공간이다. 그래야 사회가 성장하고 평화로울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복음화”라고 강조했다.

2020년 2월, 천주교 담당 교도관 간담회.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2020년 2월, 천주교 담당 교도관 간담회.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사형제 폐지 또는 존치? “누구를 죽일 수 있는 자격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수용자 인권 차원에서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사형제 폐지 운동’일 것이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도 아직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고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그 목소리는 높아진다.

김도훈 신부는 “사형제 존치 목소리는 흉악범에 대한 자기 분노 해소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형, 죽이는 것이 과연 답일까?”라며, “목숨을 빼앗는 것은 답이 아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추구해야 할 답은 세상이 죽이라고 할 때도, 그들을 품어 안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중헌 신부는 “사형보다는 사랑”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극악한 범죄자라도 그들은 치료해야 할 상처와 같은 것이지 도려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기 위해서 비복음화적 생각에 물들어 가는 세상보다 예수의 사랑과 용서를 택하고 살아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사형제 폐지 문제에는 누가 죽일 만한가가 아니라 누가 죽일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사회악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들을 우리가 죽일 자격이 있을까요? 우리들 개인은, 정부는 자격이 있을까요? 우리는 사형 여부의 초점을 흉악범에게 맞추지만 우리의 자격을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같은 인간으로서 누구도 죽이면 안 되고, 그래서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이어 현 신부는 출소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범죄자, 전과자라는 시선과 색안경만 아니어도 사회는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그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데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다. 한 번 넘어진 사람이라는 생각, 그리고 우리 역시 언제든 넘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평범하게 살아갈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일 신부는 “우리는 미사 때마다 죄인이라고 고백하지만 성당 밖을 나가면 죄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태도는 마치 바리사이와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두고 “범죄자들이니 잘 됐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동시대에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의 태도가 아니라면서, “바리사이를 꾸짖었던 예수의 가르침, 호통을 우리 자신에게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언제든 죄에 빠질 수 있고, 하느님은 그런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일 신부는 앞으로 교정사목에서 필요한 것은 주교회의 산하 ‘한국교정사목전국협의회’ 소속 사제, 수도자, 교도관 모임 등을 통해 활발히 연대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군종교구를 제외한 모든 교구에는 교정사목위원회가 있으며, 각 교구가 기본 교정, 교화를 위한 활동 외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어떤 교구는 출소자들의 자립을 위한 두부 공장을 운영하고, 어느 교구는 청소년 범죄 예방 교육에 힘을 쓴다. 또 어느 교구는 출소자들과 함께 농사짓는 공동체를 만들기도 했다.

현 신부는 한 교구가 모든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각 교구가 가지고 있는 시설, 자원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구조,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교회 구성원들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차원에서 교정사목을 이해하고 관심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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