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주교 전원 서명, “사형제도 폐지, 폭력의 악순환 끊어내는 계기”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소위)가 사형제도 폐지를 호소하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의견서를 9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사폐소위는 지난해 2월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며 헌법소원심판청구소송(2019헌바59)을 제기했고, 올해 3월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 때 의견서를 준비했지만 그간 심리가 열리지 않아 인권 주일과 오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맞춰 제출하게 됐다. 

이날 제출한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에는 현직 주교 27명 모두가 서명했다.

사폐소위는 의견서 제출에 앞서, “대한민국이 완전한 사형폐지 국가가 되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인권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진정한 인권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모두 용기를 내어 달라”면서 “어떠한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다는 대한민국의 정의로움과 생명 존중의 정신을 사형제도 폐지라는 부름에 응답하는 것으로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주교단은 “법의 이름으로 인간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가톨릭교회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가 헌재에 제출됐다. (왼쪽부터) 사폐소위 위원 현대일 신부, 사무국장 오혜정 수녀. (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9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가 헌재에 제출됐다. (왼쪽부터) 사폐소위 위원 현대일 신부, 사무국장 오혜정 수녀. (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견서에는 세계인권선언이 사형제를 비인간적 형벌로 규정한 점, 유엔이 30년 넘게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를 채택하고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형폐지를 독려한 점, 사형제를 전면 폐지한 유럽연합과 전 세계적인 사혱제 폐지 흐름, 한국과 같은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가 142개국에 이르는 점을 언급했다.

주교단은 “이제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를 넘어서서 법률적 폐지로 나가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면서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도 존치와 사형집행 재개 주장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는 더욱 더 노력해야 하지만 극단적 형벌이 그 대안이 될 수는 결코 없다. 오히려 사형제도 폐지야 말로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휼륭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헌법소원은 2018년 12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존속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를 지원하는 일환으로 사폐소위 총무 김형태 변호사가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을 맡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 뒤 한국 헌재에 제출된 사형제 폐지 입장을 담은 국제 사회의 의견서는 2019년 12월 국제앰네스티, 2020년 7월 국제 사형제반대위원회가 냈고, 지난 12월 3일에는 에이먼 길모어 유럽연합 인권특별대표의 의견서가 유럽연합 의견서로는 처음으로 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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