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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는 사형보다 사랑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제17회 세계사형폐지의 날, 주교회의 정평위 생명이야기콘서트

17번 째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사형제도 폐지기원 생명이야기콘서트’가 열렸다.

10월 10일 오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앞마당에서 열린 콘서트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와 가톨릭평화방송 주관으로 열렸으며,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 신부와 공지영 작가(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의 대담, 생활성가 가수 나혜선 씨와 가수 이은미 씨, 자전거 탄 풍경, 생명의소리 합창단 등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먼저 대담을 나눈 현대일 신부와 공지영 작가는 사형수, 피해자 가족과 만난 경험을 통해 사형제 폐지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17년 간 교정사목위원으로 사형수를 만나 온 공 작가는 사형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자신의 신념에 대해, “최근 엄청난 죽음을 목격하고, 특히 노동현장에서 죽어가는 청년들을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프다. 사형제 폐지는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죽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정위원으로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한 사형수와 만나기를 거부했던 일화를 전했다.

사회적으로 생생하게 알려진 그의 범죄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만나기를 거부하다가 어렵게 만난 그 사형수는 공 작가가 냉담을 하던 자신이 다시 교회로 돌아왔을 때의 심경을 나눴던 어느날, 눈물이 고인 상태로 눈물을 참고 있었다고 했다.

사형제 폐지에 대한 대담을 나누는 현대일 신부(왼쪽)와 공지영 작가(중간). ⓒ정현진 기자

공 작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평생 처음으로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했고, 그 사형수가 눈물을 참는 모습은 타성에 젖었던 교정위원 생활에 어떤 충격으로 와 닿았다”고 말했다.

공 작가는 “흉악범들 특히 장애인이나 소아성폭력범을 보면 사형시켜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는 이미 우리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며, “신체적 형벌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인류 역사를 통해 입증됐다. 범죄자를 죽이는 나라가 정의로운 나라는 아니다. 선진화된 형법을 갖춰야 하고, 이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일 신부는 범죄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 가족들이 교회에서 진행된 사형폐지 서명운동에 적극 나섰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사형폐지 반대를 위해 피해자들의 처지를 말하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사형이라는 행위에서 그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현 신부는 사형제의 정당성은 피해자의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그것은 사형으로 국가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손을 털어버리는 것과 같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그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 진정성있는 관심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형수들이 변화하는 것은 그들을 인간으로 존중하는 이들의 태도 때문이다. 정성껏 마련한 음식, 존중하는 태도를 보면서 사형수들은 봉사자들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들을 위해 죽기보다 살기를 선택한다”며, “우리가 범죄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주변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곁에서 삶의 이유가 되어주는 것이다. 범죄를 막는 힘은 사형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했다.

사형수, 구치소 수감자들을 위한 노래 피정 체험을 나눈 생활성가 가수 나혜선 씨. ⓒ정현진 기자

배기현 주교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어떤 식으로든 취해야 하는 존재”라며, “인간은 하느님을 닮아가는 존재이고, 하느님 역시 그렇게 되기를 기다리신다. 그러려면 인간은 역시 다른 생명을 어떤 식으로든 용서하고 서로 생명을 나누는 방향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시민사회운동을 하고, 인권에 가까이 가면서 흉악범은 사형시켜야 한다는 마음에서 하느님 외에는 누구도 생명을 앗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쳤다”며, “흉악범죄가 생길 때마다 사형폐지는 벽에 부딪히지만 이를 넘어야 민주사회, 인권사회로 넘어갈 수 있다. 국가인권위도 이를 위해 보다 진보적이고 분명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12월 말이면 한국은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지 22년 째가 된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됐지만 15대 국회에서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7번에 걸쳐 발의된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은 법제사법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는 현재 147개 국이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사형제 폐지 촉구를 위해 올해 3월 10만 5179명의 서명을 받아 ‘사형제도 폐지와 종신형 입법’을 국회에 청원한 바 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 사형에 관한 부분인 제 2267조를 “사형은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 폐지를 위해 단호히 일한다”는 내용으로 바꾸고 사형 폐지에 대한 보편 교회의 입장을 선언했다.

장기 기증자 가족, 장기 수여자들이 함께 만든 생명의소리합창단의 공연.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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