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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도 생명 살리는 문화에 동참을”주교회의 사폐소위, 사형제도 헌법소원 청구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사폐소위)가 12일 오후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사형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져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5년 여자 어린이를 죽인 정 아무개 씨가 헌법소원을, 2008년에는 20대 4명을 숨지게 한 오 아무개 씨가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이들의 청구는 1996년과 2010년 각각 7대2, 5대4로 합헌 결정을 받았다.

사폐소위 위원장 김형태 변호사는 “2002년부터 천주교 공식 입장으로 사형제도 폐지 활동을 하고 있다.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의 동의를 받아 헌법소원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에 광주고등법원에서 먼저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했으나 5대4로 기각됐다. 그런데 (2010년에 사형제에 찬성한) 다섯 분 중 두 분은 국회에서 빨리 논의하라 촉구했기에 사실상 (저희가)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관 청문회 때 의견을 살펴보니 다섯 분은 사형제 폐지 입장을 확실히 밝혔고 세 분은 기본적으로 찬성하되 신중하게 고려하자는 입장, 한 분만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입장”이라며 “여섯 분 이상 폐지하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 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안에서 사형을 뺐고, 국회의원들도 과반 이상 사형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며 “전 세계 과반 넘는 나라가 (사형제를) 폐지했기에 (사형제가) 폐지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변호사는 “사형제 폐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상당 기간 감형이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흉악범이 사회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대체입법을 준비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 재판관들이 좋은 결과 내 주길 바라며 청구하게 됐다”고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12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형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가 헌법재판관들에게 드리는 당부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신재용 기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배기현 주교는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두 번에 걸쳐 사형제에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법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것일지라도 인간의 생명만큼은 함부로 다룰 수 없기에 사형제를 폐지”하라고 청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사형은 개인 불가침과 인간 존엄에 대한 모욕이라며 사형 문제에 대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학계에서도 오랜 연구를 통해 사형이 범죄 억제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발표했고 유엔은 이 결과를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합헌 판결 뒤로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전히 대한민국에는 사형제가 존재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생명을 살리는 문화에 동참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률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판단되면 그 효력을 상실케 하는 제도며, 헌법소원은 공권력에 의해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헌법재판소에 침해된 기본권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다.

사폐소위는 국민들에게 사형제 폐지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단순히 사형제 찬반을 물었을 때는 사형제 폐지 응답 비율이 낮았으나 대체형벌 도입을 전제로 한 폐지에 대해서는 66.9퍼센트가 사형제 폐지에 동의했다며 “사형제 폐지와 대체형벌에 관한 공론화, 사회적 합의를 위한 검토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사형폐지국은 142개국이며, 2010년 두 번째 합헌 결정 뒤로 사형제를 완전히 법적으로 폐지한 나라도 10개국이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 집행 뒤로 집행이 중단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사형제 폐지 법안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국회에서 총 7번 발의됐으나 모두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 9월 사형제 폐지를 위한 국제의정서 가입을 권고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사형제폐지 법안 발의에 이름을 올렸으며 대통령후보 당시 사형제 폐지를 말했다.

천주교는 가톨릭교회교리서 2267항에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사폐소위는 ‘사형폐지와 종신형 입법청원 서명 운동’을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12일 현재까지 10만 2517명이 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배기현 주교와 김형태 변호사,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현대일 신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조성애 수녀가 헌법재판소 1층 민원실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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