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유엔 사형집행 유예 결의안 첫 찬성

‘사형제도 폐지 종교, 인권, 시민단체 연석회의’(연석회의)가 30일 사형집행 유예를 넘어 사형제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사형이 중단된 지 23년째인 올해, 한국 정부는 12월 16일 75차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유예)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했다. 

이에 대해 연석회의는 “더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내외에 공식적으로 천명한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라면서 “정부가 가장 근본이 되는 기본권인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와 국내의 종교, 인권, 시민단체들의 노력에 동참했다는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반드시 검거돼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가 사형제도 폐지를 염원하는 것은 참혹한 범죄에 대해 국가가 참혹한 형벌로 복수하듯 생명을 빼앗는 똑같은 방식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은 2007년 처음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지만 한국이 본회의에서 최종 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 결의안이 유엔 총회 본회의에 오르기 전인 지난 11월 17일 유엔 총회 3위원회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안은 사형 집행이 계속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유엔 회원국들에게 사형제 폐지를 고려한 사형 집행 유예 선언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유엔은 그동안 사형집행 결의안을 7번 냈지만, 한국은 계속 기권해 오다 올해 8번째 결의안에 최종 찬성했다결의안에 최종 찬성한 국가는 123개국이며, 24개국이 기권, 38개국이 반대했다. 

법무부는 결의안 찬성에 대해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라는 국제사회의 인식, 결의안에 대한 찬성 국이 꾸준히 증가한 점 등을 감안했다”면서 “이번 찬성표결은 우리 정부가 절대적 기본권인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엔 총회 결의는 권고적 효력”이라 “정부가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형법 체계를 변경할 책임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면서,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 여론과 법감정, 국내외 상황 등을 종합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9일 '사형제도 폐지 종교, 인권, 시민단체 연석회의’에서 활동하는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위헌 결정을 바라는 의견서를 냈다. (사진 제공 = 천주교인권위원회)
지난 12월 9일 '사형제도 폐지 종교, 인권, 시민단체 연석회의’에서 활동하는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위헌 결정을 바라는 의견서를 냈다. (사진 제공 = 천주교인권위원회)

한편 천주교인권위원회 장예정 상임활동가(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은 이번 결의안 찬성에 대해 “사형제 폐지까지 물리적 시간이 줄었다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행정부가 사형제 폐지 쪽으로 손드는 의견을 하나 더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29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사형제가 폐지될 경우, 강력 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해 지금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사형폐지에 관한 법안들은 사형제를 폐지하고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종신형으로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을 채택할 경우 인권침해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은 15대 국회 때인 1999년부터 2019년 20대 국회까지 8번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대체로 이 법안들은 사형제를 대체하는 형벌로 종신형을 규정하는데, ‘종신형’은 숨질 때까지 재소자를 교도소에 구치하고, 가석방이 불가능하다.

장예정 활동가는 무엇보다 “사형제는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이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사형제를 대신해 또 다른 강력한 장치를 두는 것이 반드시 안전 보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면서 “전반적인 치안 문제를 개선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모든 형제들’에서 사형제가 아니어도 국민 치안을 위한 조치들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데도 단지 사형제를 존속하면서 국민 안전 의무를 다했다고 하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맥락으로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엔 193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142개 나라가 완전한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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