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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들, “한국 정부 사과하라”베트남전 종전 45년, 민간인 피해자 청원 1년 기자회견
4월 28일 베트남전쟁 종전 45년이자 베트남전 피해자 청원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이 열렸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배선영 기자

“아침 총격 소리 요란하더니 철길이 있는 쪽에서 한국군이 마을로 들어왔어요.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들은 바이 숙모의 집에 피해 있었는데, 한국군이 들어와 베트콩이냐고 물은 후 사람들을 한 명씩 총으로 쐈습니다. 그때 나는 만삭이었는데 땅에 엎드린 채 숨을 죽이고 있었죠. 한국군이 내 등을 밟고 지나갔어요. 나의 어머니 응우옌티뚝, 여동생 응우옌티미, 바이 숙모와 세 명의 조카 레훙, 레티호에, 레티피가 목숨을 잃었어요. 내 어머니와 숙모는 여성이고, 조카들은 겨우 6살, 8살 난 아이들이었는데 왜 총을 쏘았나요.”(응우옌티땀, 당시 38살)

4월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베트남전 종전 45년을 맞아 “베트남 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기자회견을 했다. 또한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한 지 1년이 되었다. 네트워크에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베평화재단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108개가 함께한다.  

지난해 4월 4일 베트남전 민간이 피해자 103명이 진상조사, 공식사과, 명예회복 조치 등을 요구하면 한국 정부에 청원서를 냈다. 청원인 103명 가운데 아흔 살 응우옌티땀는 “이제 죽을 때가 다 되었다”며 죽기 전에 한국 정부의 사과를 원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청원인들을 대신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집으로 들이닥친 한국군이 방공호에 있던 나와 가족들을 끌어내고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하였고 나는 왼쪽 다리와 왼쪽 팔을 다쳤다”고 했다. 이후 한국군은 학살을 마치고 떠나면서 수류탄을 한 번 더 던졌고 그때 나는 왼쪽 눈을 잃었습니다. 불편한 몸이지만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침침한 눈으로 바느질도 하고 한쪽 다리로 채소도 심고, 돼지도 키우고....”(팜티프엉, 당시 18살)

“모두 데리고 도망치지 못한 것이 내 천추의 한이 되오.... 두 살배기, 네 살배기 두 딸과 갓 태어난 막내의 시신을 하나하나 닦아 관도 없이 맨 땅에 묻던 그 비통한 심경을 나는 ‘증오’라는 시로 남겼습니다. ‘피의 빚은 피로 갚게 되리니 이 증오 영원하리라!’는 내용의 시가 적힌 일기장을 지금까지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빈호아 학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반드시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응우옌니엠, 당시 33살)

“막내딸을 출산한 지 이틀째 되던 날, 한국군에게 마당으로 끌려 나와 신생아인 딸아이를 끌어 앉고 웅크렸는데, 내 등과 머리 위로 병사들의 구타와 발길질이 쏟아졌어요. 한국군의 총탄에 사람들이 쓰러지면서 나와 딸아이가 맨 밑바닥에 깔렸는데 막내는 하늘이 도와 살았습니다. 죽은 사람의 몸에서 얼마나 많은 피가 흘러내리던지 아무리 고개를 곧추세워도 입 구멍, 콧구멍, 눈구멍으로 핏물이 스며들어 아직까지도 피비린내가 사라지지 않네요.”(쯔엉티쑤옌, 당시 42살) 

4월 28일 베트남전쟁 종전 45년이자 베트남전 피해자 청원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이 열렸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배선영 기자

네크워크는 이들의 눈이 여전히 진실을 요구하며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다며, “지금까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가 모호함 또는 외면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민간인 피해자들의 청원에 국방부가 “한국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로는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학살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베트남 정부와 공동조사를 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기에 진상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한국 정부가 한국군이 왜 자신의 가족을 죽였는지, 왜 나를 쏘았는지 밝혀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의 사과를 간절히 원한다고 호소하며, 지난 3일 발의된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법은 국무총리 산하에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베트남전에서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2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산하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 소속 변호사들이 응우옌티탄을 대리해 국가배상소송을 냈다. 응우옌티탄(당시 8살)은 1968년 2월 한국군이 쏜 총에 왼쪽 옆구리를 맞았고, 같은 사건으로 가족들을 잃었다. 그는 베트남에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참석해 “이번 소송으로 한국 정부가 학살의 진실을 인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4월 28일 베트남전쟁 종전 45년이자 베트남전 피해자 청원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이 있었다. ⓒ배선영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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