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71주년 추념 미사

제주 4.3 71주년을 맞아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리스도인의 참다운 평화를 되새기는 미사가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됐다.

사제, 수도자, 신자 등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봉헌된 이날 미사는 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남장협)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와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공동주관했고 사제 11명이 공동집전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예수회 박상훈 신부는 희생, 항쟁 등 4.3을 어떻게 이름 짓든 “잔인한 국가폭력으로 사람이 죽었고 한국 사회가 이 비극을 모태로 생겨났다”며 “희생자의 원통함, 비참함을 생각하면 우리가 4.3을 이야기한 지 20년밖에 안 된 것은 굉장히 늦었다”고 말했다.

4.3의 무고한 희생을 상징하는 동백꽃으로 제주 섬을 형상화한 조형물 앞에서 수도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기득권세력 된 학살주범들 진실 가리고 이념 논쟁으로 국민의 눈과 귀 어둡게 만들어”

남장협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총무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는 강론에서 4.3의 배경을 설명하며, 당시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이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은 여수와 순천의 군인들까지 희생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신부는 “우리 근현대사는 아직도 수많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지만, 학살의 주범들은 주요 기득권 세력이 돼 진실을 가리고 이념 논쟁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산 전쟁기념관을 들며, “기념관은 우리나라 전쟁의 역사를 미화시킨 채 슬프고 어두운 역사는 숨기고 있다”면서 “베트남전쟁을 우리의 용맹함을 자랑하고 홍보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 우리 군인의 악랄한 전쟁 범죄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제주 4.3도 민중의 참혹한 학살 상황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반란, 무장봉기로만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기념관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안보관은 “계속해서 무기를 만들고 전쟁 기지를 확장해야 가족과 국가를 지켜 낼 수 있다고 말한다”면서 “국가와 체제를 지키기 위한 권력과 폭력을 통한 평화를 우리 그리스도교에서 진정한 평화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그리스도인은 강함보다는 약함에 무게 중심을 두는 사람들”로 “전쟁과 폭력으로 승리하려는 세상의 평화가 아니라 약함에 머물러 있을 때 참다운 평화가 있음을 기억한다”면서 “가톨릭교회의 정의로운 전쟁 이론인 정당방위론 또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3일 서울 광화문에서 봉헌된 미사에서는 4.3 희생자의 영원한 안식을 빌고, 국가폭력이 없는 평화세상을 위해 기도했다. ⓒ김수나 기자

“직접 가해자인 국방부와 경찰 71년 만에 처음으로 유감과 애도 공식 표명”

한편, 이날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고 제주 4.3에 대해 공식 유감을 표하고, 희생자를 애도한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광화문에서 열린 추념식에 참석해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사죄와 애도의 뜻을 밝혔다. 이는 4.3 발생 71년 만이다.

이에 대해 김 신부는 강론에서 “2003년 정부는 4.3 진상보고서에 따라 4.3이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이었음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으나, 직접 가해자였던 국방부와 경찰은 지난 16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 처음으로 미약하게나마 유감과 애도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아직도 제주 4.3의 진실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광주 민주화항쟁과 같이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왜곡된 역사인식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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