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시민평화법정 준비위 발족, 강우일 주교 공동대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가 발족됐다.

준비위는 21일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문제가 한국에 알려진 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진상규명 등 책임 있는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내 공론화와 한국 정부의 법적 책임을 확인하기 위해 2018년 4월, 시민평화법정을 서울에서 연다”고 밝혔다.

준비위는 시민평화법정 장소를 서울로 정한 것은 2000년 일본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국제여성전범법정처럼 가해국의 수도에서 열기 위해서이며, 베트남 중부 꽝남성 마을 학살 사건이 일어난 해가 1968년이므로, 2018년은 학살 50주기”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민평화법정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희생당한 이들의 유족이 원고, 대한민국이 피고인 국가배상소송으로 열리며, 시민평화법정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소송을 진행하고 국가기관(국정원)이 보유한 자료를 대상으로 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준비위는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한국정부의 책임을 묻는 한국에서의 활동이 부족했다며, “민간 영역의 연대를 넘어 전쟁범죄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 다가가고, 한국 시민사회의 마음이 온전히 베트남에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민평화법정 조사팀 심아정 박사는 석박사급 연구자와 활동가가 함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를 밝히려는 활동은 처음이라고 밝히고, 현재 검토 중인 한국군 민간인학살 관련 ‘주월미군 조사보고서(2000년 6월 1일 비밀해제)에 따르면 민간인학살은 분명한 사실이고 한국정부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평화법정 임재성 변호사는 “희생자 가족들의 물음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것만이 마음의 빚을 가진 공동체의 의무”라며, “국가정보원이 1969년 11월 베트남 퐁니, 퐁넛 마을 학살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지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한국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평화법정은 대한민국 법령과 국제인권법, 국제인도법을 근거규범으로 하는 민사법정이다. 판결의 강제력은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국가범죄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일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여성국제전범법정, 2004년 부시, 블레어, 노무현의 이라크 전쟁범죄와 파병에 대한 전범 민중재판 등이 있다.

11월 21일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가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 제공 = 시민평화법정)

시민평화법정의 조사와 재판 대상은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퐁넛마을 주민 74명이 대한민국 해병대 청룡부대에 학살당한 사건, 2월 22일 같은 부대에 135명이 학살당한 하미 마을 사건이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는 1999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공론화됐고, 피해자들의 증언도 이어졌지만 한국 정부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준비위 조사팀은 베트남 현지 피해자 단체가 없고 피해자들에 대한 접근도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 1차 자료 발굴이 절실하다며, 2000년 6월 1일 비밀 해제된 미국의 민간인학살 관련 공식 문서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조사팀에 따르면 이 문서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이 실제로 일어났으며,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간 의견교환과 협조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미국 공식 문서다.

조사팀은 “이 사료들은 베트남전의 궁극적 책임자인 미국이 작성했기 때문에 미국의 한국군에 대한 편견이 개입되었을 여지와 일부 부정확한 사실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미국과 일본에서 진행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관련 연구를 검토하고, 한국이 어느 정도로 전쟁범죄에 연루되어 있는지 입증함으로써, 이 문제를 인정하고 문제화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민평화법정은 2016년 4월부터 민변 변호사팀을 중심으로 연구모임을 꾸리는 등 진상규명을 위한 전략을 검토해 왔다. 2017년 6월 퐁니, 퐁넛 마을과 하미 마을을 중심으로 1차 현장 조사를 진행했으며, 9월부터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준비위는 앞으로 학살사실 입증을 위해 참전군인들의 목격 내용, 경험에 대한 증언을 수집하는 한편, 한국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공문서 확보를 위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평화법정 준비위 공동대표는 한베평화재단 이사장인 강우일 주교와 민변 정연순 회장,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정제봉 이사장이 맡았으며, 명진 스님, 이석태 전 민변회장 등 국가폭력 문제 관련 활동을 해 온 이들 15명이 자문위원을 맡았다. 제주 강정마을 성 프란치스코평화센터를 비롯한 29개 관련단체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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