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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국 정부의 사과를 받고 싶다"베트남전 종전 43주년, 시민평화법정 열려

"우리는 한국 정부와 참전군인들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 주십시오."

4월 23일 청와대 앞 광장에서 열린 베트남전 종전 43주년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하미 마을에서 온 응우옌티탄 씨가 말했다. 그는 1968년 11살의 나이에 어머니와 남동생, 숙모, 두 사촌동생을 한날 잃었다.

시민평화법정의 원고로 한국을 찾은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2명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하미 마을과 퐁니 마을에서 온 2명은 이름이 '응우옌티탄'으로 같다. 퐁니 마을 응우옌티탄 씨는 8살이던 1968년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동생을 잃었다.

하미 마을 응우옌티탄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살아서 법정에 설 수 없었던, 한국에 와 직접 말할 수 없었던 베트남의 수많은 피해자들을 대신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한국인들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베평화재단은 그동안 베트남전 종전일인 4월 30일 전후로 기자회견을 열고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사과를 촉구해 왔다.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역사"

한베평화재단 이사장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는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에서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문제는 국가 간 해결해야 할 과거사이자 외교 쟁점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인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강 주교의 글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재성 변호사(한베평화재단 이사)가 대신 읽었다.

강 주교는 이 글에서 “죽은 자를 대신하여 응우옌티탄들은 그날의 기억을 이야기한다"면서 "법정은 끝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에게 왜 그날 자신과 가족들에게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그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그는 "더 이상 외교적 수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이제 대한민국이 답해야 할 차례”라면서 “비록 민간이 주체가 되는 법정이었지만, 그 안에 담은 민간인 학살의 명명백백한 증거들과 피해사실에 대한 책임을 한국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오늘 이 자리까지 먼 길을 달려와 증언한 베트남 민간인 ‘피해자’의 존재를 외면해선 안 될 것”이라면서 “베트남전쟁에 얽힌 과거청산과 피해자를 어루만지는 노력은 평화의 출발선에 서야 하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역사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23일 청와대 앞 광장에서 베트남전 종전 43주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출처 = 한베평화재단 홈페이지)

시민평화법정, "피고 대한민국, 책임 인정하라"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이 정한 배상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책임을 공식 인정하라.”

4월 21-22일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마지막 날에 재판을 한 김영란 전 대법관은 이같이 선고했다.

김 전 대법관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파견된 동안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살인 등 불법행위가 일어났는지에 대해 대한민국이 진상을 규명할 것을 권고한다"며 "전쟁기념관 등을 포함해 베트남 참전을 홍보하는 모든 공공시설에 불법행위를 했다는 사실과 진상조사 결과도 함께 전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전쟁에도 보호받아야 할 민간인으로 인정되며, 증인들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며 "100여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미뤄 이 사건이 전쟁 중 일어난 의도치 않은 희생으로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평화법정은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을 가정해 열린 일종의 모의재판이다. 지난 2017년 11월 21일 발족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가 주최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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