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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기도하는 시 - 박춘식]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렘브란트. (1629)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여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 닐숨 박춘식

 

 

재의 수요일, 자색 제의, 십자가의 길,

세족례, 텅 빈 감실, 골고타까지 건너뛰어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마르코 복음서 15.34)

버림받는 듯, 주님의 탄식 소리도 못 듣고,

그냥 그렇게 깡그리 생략하시고,,,,

 

버림받는 듯, 여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너덜너덜 엠마오 가는 길에서

불쑥 부활을 보여주시다니요

 

어느 세월이든

2020년 사순절과 부활 그리고 엠마오를

새 아침 새 햇볕처럼

마음 벽에 크게 그려 간직하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의 미발표 시(2020년 4월 27일 월요일)

 

사순절을 거치는 예수님 부활의 여러 전례는, 가장 심오하고 가장 기본적인 믿음의 바탕인데도, 금년에는 성당 밖에서 개개인 기도하며 묵묵히 묵상해야 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당하니까 마르코 복음서 15장 34절이 가슴을 치는 듯합니다. 즉 "오후 세 시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이는 번역하면,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번져 나라마다 우왕좌왕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 섭리는 너무 놀랍고 신기하여 뉴스 볼 때마다 하느님의 손이 보이는 듯합니다. 숨어 있거나 감추어 둔 것을 열어 보이는 하느님의 손길에 연신 기도가 솟아오릅니다. 한반도가 전쟁 없이 통일이 이루어지도록 이끌어 달라면서 손 모아 빌어야 하겠습니다. 한반도를 얼마나 사랑하시면, 사순절과 부활 대축일까지 어렵게 만드시면서 저럴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럴 때일수록 땅바닥까지 겸손하여야 하며, 그리고 한반도가 가장 모범이 되는 땅, 모범적인 사람, 모범적인 신앙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사명 의식까지 가지고 노력하라는 하느님의 명령으로 느껴집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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