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총회 결과 발표, 미사 중단은 정부 방침 따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19일 춘계 총회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주교단은 이번 총회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과 천주교인들을 위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신자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미사 재개 시기 방침을 밝혔다.

주교단은 공동체 미사의 잠정적 중단 기간을 정하는 것에 정부 방침을 적극 반영하기로 하고, “지역 상황에 맞춰 교구장의 재량에 따라 구체적인 미사 재개 날짜를 정한다”면서 교육부가 정한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일인 4월 6일을 즈음해 미사 재개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또 사순시기 판공성사와 관련해,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에는 개별 고백이 힘들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하면서 “그러나 참회 없이 부활 대축일을 맞기는 어려우므로 각 교구가 공동참회 예식을 통해 통회와 성찰의 기회를 만들고, 부활 대축일 이후 일정 기간 안에 개별 고백을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미사 잠정 중단 결정은 이웃사랑이라는 덕목 실천이라는 의무
신천지 비난에 앞서, 우리의 신앙 분명히 해야
코로나19 관련한 언론의 왜곡보도는 반헌법적 행위

총회 결과 브리핑에 나선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한국 교회가 공동체 미사 중단을 결정한 배경과 의미에 대해서도, “이웃 사랑이 가장 큰 덕목인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미사 중단은)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공동선을 위해 교회가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이웃사랑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내려준 복음의 대헌장이자 가장 큰 덕목이다. 종교적 폐쇄성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 사랑과 동떨어진 율법적 태도”라고 말했다.

또 “형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른 형제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권리이며,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이 이에 응답하는 것은 의무”라며, “이는 선택 여부가 아니라 사랑의 계명에 따른 마땅한 일이며, 그리스도교가 국민 모두와 함께 하는 신앙이라면 아픔과 어려움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1항)

이에 대한 근거로 사목헌장 1항을 든 김희중 대주교는 주교단이 이웃을 위해 만든 ‘착한 사마리아 통장’의 기금을 어떻게 배분할지 이번 총회에서 정했다고 밝히며, 한국 내 어려운 이웃뿐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다른 세계 교회와 북한을 지원하는 데도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미사 중단으로 각 교구가 유튜브,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 교회 방송사 등을 통해 미사 중계와 소통을 하도록 방침을 내리고 있지만, 이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른바 ‘정보적 약자’도 발생한다.

이에 대해 김 대주교는 전체 교구의 미사가 장기간 중단되는 상황을 처음 겪기 때문에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해도 부족함이 있을 것이라면서, 계속 방법을 찾는 과정에 있는 만큼 교회 내 매체나 관련 부서에서 이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면 이를 반영해 보완하고 각 교구가 이를 공유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이번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여러 매체가 왜곡, 허위, 과장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하고, “악의적 왜곡과 조작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그것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누군가를 해칠 자유가 아니며, 국민의 알 권리는 정확한 정보를 알 권리이지 허위, 왜곡보도를 알 권리가 아니”라고 일침하고, “허위, 왜곡보도는 오히려 알권리에 반하는 반헌법적 행위다. 팩트가 아닌 기자의 사견을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를 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천지와 관련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 대주교는 “신천지뿐 아니라 다른 유사종교에 대해서도 그들을 비판하는 것보다 먼저 우리의 신앙과 가르침을 다시 확인하고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주교는 “이번 총회에서 신천지 등과 관련해 직접 논의한 바는 없다”면서도, “다만, 각 교구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가톨릭 신앙, 교리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하며, 유사 종교를 설명하는 교육자료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다른 종파를 비난하고 비판하기보다는 위기의 순간 교회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고, 무엇이 참된 신앙인지 말해 왔다며, “이런 태도로 가톨릭 신앙인들이 비판에 앞서 우리의 신앙이 무엇인지, 무엇을 지키고 조심해야 할 것인지 확실히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19일 춘계 총회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5월 16일부터 24일 기념 주간
한국 주교단 기후위기 공동 성명 발표

이와 함께 주교회의는 올해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5월 16일부터 24일까지 지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5월 8일 기후위기 성명서를 발표하고 5월 16일에는 오후 3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기념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이를 주관하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이 주간을 위한 강론 자료와 요일별 기도 자료를 배포하고, 환경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글과 연설문을 모은 “우리 어머니인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고찰”을 번역 출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희중 대주교는 ‘아마존 시노드’를 통해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며 모든 피조물의 공생, 공존을 위해 다시 한번 성찰한 계기가 마련됐고, 함께 대처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확인했다면서, “특별히 야생동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고민과 실천이 이어져야 한다. 또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교회 차원의 일상적 실천과 지속적 운동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2021년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념 인물 선정을 맞아, 2020년 11월 29일(대림 제1주일)부터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희년을 선포한다. 위원회는 희년 기간 전대사를 위해 교황청 내사원에 전대사 수여를 요청하는 한편, 주교회의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밖에 주교회의는 사회복지 업무가 사회복지위원회로 이관됨에 따라 기존 ‘사회복지 및 사회사목국장회의’ 명칭을 사회사목국장회의로 변경하고 각 사회사목을 담당하는 국장 또는 대표 사제 파견을 각 교구에 요청했다.

또 올해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50주년을 맞아 2020년 11월 3일부터 20일까지 태국 방콕대교구에서 열리는 총회에 참석할 대표 주교 7명을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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