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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 분노 일으킬 후쿠시마 오염수[시사비평 - 박병상]

120만 톤의 물에 수소는 얼마나 있을까? 물리학자라면 바로 알겠지. 그 수소가 방사성 물질이라면 120만 톤의 물은 얼마나 위험할까? 일본은 2011년 3월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생긴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반대에도, 후쿠시마 일원의 자국 어부들이 극렬하게 반대해도, 부흥을 위해 반드시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벼른다. 정화했으므로 안전하다고 강변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반감기 12년이 넘는 방사성 수소가 대거 포함돼 있다. 다른 물질도 많았지만 대부분 걸러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근거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내부는 현재 어떤 상태로 파괴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방사능 준위가 하도 높아 9년이 지났어도 측정 장비의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큰 사고가 이어지지 않은 걸 보면, 안전은 관리되는 모양이다.

진도 9.0이 넘는 대지진 이후 전기공급이 끊어진 핵발전소에서, 압력용기라 말하는 핵반응로는 여지없이 파괴되었다. 수백 개 연료봉 안에 차곡차곡 쌓여 핵분열하던 담배 필터 크기의 핵연료들이 반응로 안의 물이 빠져나가자 고온으로 눌어붙으며 연료봉을 태웠다. 타들어 가는 지르코늄 연료봉에서 다량 분출된 수소가 원자로 격납고 안에 고였고, 이내 폭발했다. 지금도 너덜너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에서 4호기의 상태가 그랬다. 눌어붙은 핵연료들은 당시 20센티미터가 넘는 강철 반응로를 뚫고 내려갔다. 그 아래 철근 시멘트를 뚫던 중, 황급히 냉각시키려 외부에서 공급한 물에 식으며 멈췄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후쿠시마 발전소에서 사용한 우라늄(U) 핵연료는 동위원소 U238 97퍼센트에 U235를 3퍼센트 섞였다. U235의 핵이 중성자와 고속으로 충돌하면 분열하면서 고온의 열을 놓는다. 그 열로 물을 끓여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데, 핵연료에 포함된 U238은 핵분열에 참여하지 않는다. 핵분열 전의 핵연료는 비교적 안전하다. 손으로 잡아도 당장 죽지 않지만 일단 분열을 시작하면 극도로 위험한 상태로 바뀐다. 1미터 근처에 10초 이상 노출되는 노동자는 바로 사망한다. 그런 물질들이 한꺼번에 들러붙으면 인류가 상상하지 못한 핵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에 도쿄전력은 폭발 9년이 지난 지금도 냉각을 위해 막대한 물을 부어야 하는데, 그 냉각수에 온갖 방사성 물질이 스며들게 된다.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냉각수는 눌어붙은 핵연료 더미를 식히는 데 여러 차례 재활용한다는데, 더는 거를 수 없는 냉각수는 50톤씩 저장용기에 담아 발전소 구내에 이제까지 보관해 왔다. 그리 저장하던 냉각수가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하는 오염수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수소를 제외한 물질은 전부 걸렀다고 주장하지만 일본 내외의 많은 전문가는 회의적이다. 세슘이 포함되었다는 증거가 거듭 나오지만, 일본 정부는 무시하는 태도를 애써 연출한다.

현재 일본에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있고,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려고 한다. (이미지 출처 = 2019년 9월 27일 유튜브 MBC뉴스 채널 동영상 갈무리)

방사성 수소는 삼중수소로, 반감기가 12.3년이다. 방사능 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이 그렇다. 입자가 매우 작은 삼중수소는 인간이 만든 어떤 장치도 거의 걸러낼 수 없기에 120만 톤 오염수에 막대하게 포함돼 있을 수밖에 없다. 무게가 더 나가는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 선량 자체가 낮으므로 안전할까? 태평양에 희석될 테니 무시해도 좋을까? 바다로 방류하길 바라는 일본의 전문가는 그렇게 주장하고 싶겠지만 엄연히 사실과 다르다.

수소는 사람을 비롯해 모든 생물체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원소다. 물이 몸의 70퍼센트를 구성하지 않던가. 방사능의 위험성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삼중수소 상태로 지극히 일부라도 몸에 들어가 구성요소가 된다면 주변 유전자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암을 일으키거나 다음 세대에 돌연변이를 안길 수 있다는 의미다. 삼중수소가 들어간 플랑크톤을 먹은 작은 동물은 그보다 큰 물고기가 먹을 테고, 플랑크톤을 삼킨 물고기는 더 큰 물고기에게 먹힌다. 얼마든지 사람에게 연결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은 먹이사슬을 넘어갈 때마다 농축된다. 미국 서부에서 잡히는 참치를 미 당국에서 먹지 말도록 당부하는 이유는 방사능 피폭의 위험성이다. 먹이사슬 거의 마지막인 만큼 방사능이 무시할 수 없게 축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국민의 몸에 조금이라도 들어간 방사성 물질은 치명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 후쿠시마 앞바다로 버릴 120만 톤의 오염수는 생태계에 안전할 리 있나?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농산물과 해산물을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단에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안전을 강변하지만 미심쩍다. 동서고금을 통해, 손님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그 집에서 가장 안전해야 옳다. 안전을 미심쩍어 하는 음식을 굳이 대접하려 한다면 누가 초대에 응하겠는가?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부흥을 이야기한다. 삼중수소는 생태계의 독이다. 자국의 부흥을 위해 손님상에 독을 풀겠다는 겐가?

기준치를 보면 위험하지 않다고? 그럴까? 숱한 자료가 입증하지만, 기준치는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다. 특히 핵 관련 기준치는 관리자의 편의적 수치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 선수촌 식당에 진정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공급한다면, 1979년 미국 드리마일과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 이후 그랬듯, 세계 각국의 핵 안전 전문가들은 장기간 연구에 들어갈 게 틀림없다. 선수촌 식당에서 밥을 먹은 선수들의 건강 상태의 변화를 눈여겨볼 것이다.

방사성 물질은 부흥과 무관하다. 호흡이나 음식으로 몸에 들어간 방사성 물질은 분노의 원인이겠지. 후쿠시마도 드리마일과 체르노빌의 사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가의 명예를 위해 젊음을 바친 선수들이 2020년 8월 이후 다른 젊은이보다 건강에 문제가 더 발생한다면, 덕분이 일본은 부흥하는 걸까? 일본이라는 국가 이미지는 장차 어떻게 변질할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고집한 일본 정치인은 분노의 원흉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오염수를 저장할 장소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구내에 없다고?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 발전소 구내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합당한 비용을 감당한다면 지하에 얼마든지 저장할 수 있다. 반감기의 10배 기간 동안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마땅히 써야 할 돈을 아끼며 부흥을 앞세우다니 어처구니없는데, 올림픽 참석을 위해 하루하루 굵은 땀을 흘리는 젊은이를 선수촌에 보낼 우리 정부의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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