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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는 땅[장영식의 포토에세이]

후쿠시마 핵사고 8주기입니다. 불과 8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아직도 후쿠시마인가?”라고 말합니다. 기억은 짧고 망각은 비정한 현실인가 봅니다. 마치 해운대라는 거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해운대가 고리 핵발전소로부터 22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침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후쿠시마 곳곳은 ‘귀환곤란 구역’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단지 반경 20킬로미터 외에도 이타테 마을은 대부분이 귀환곤란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귀환곤란 구역은 연간 방사선량이 50밀리시버트를 넘어 귀환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고농도 오염지역을 말합니다. 현재도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출입을 엄중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곳곳은 '귀환곤란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많다. 귀환곤란 구역은 바리케이트로 모든 것을 차단하고 있었다. ⓒ장영식

그럼에도 아베 정부는 귀환곤란 구역을 ‘특정 부흥 거점구역’으로 지정하고, 귀환을 촉구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 구역은 다른 지역보다 우선해서 국비로 제염을 실시하고 인프라 설비를 정비해 2022-23년에는 주민이 살고 농업 등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https://nonukesnews.kr/1404?category=450981 참조) 그러나 집중적 제염을 해서 일시적으로 연간 20밀리시버트로 낮추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야말로 일시적일 뿐입니다. 안전성 확보는 불가능합니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핵사고 이전에는 연간 1밀리시버트 이하가 피폭의 기준이었지만, 핵사고 이후에는 그 기준이 광범위해졌습니다. 결국 방사능 피폭의 기준이란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기준이란 것이 국가이데올로기에 따라서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입니다. 김익중 교수는 1밀리시버트 이하도 의학적으로는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방사능 피폭 그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모든 것은 멈추었습니다. 마을도 학교도 거리도 적막함 그 자체입니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계속 경고음을 울립니다. 연간 피폭 선량을 초과하는 지역에서는 방사능 측정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아베 정부는 갈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귀환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무서운 정부입니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은 멈추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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