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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돼지국밥[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돼지국밥. ⓒ맹주형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 후배와 국밥집에 들렀다. 어제부터 콧물이 난다. 감기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국밥집 주방에서 중국말이 들려온다. 물을 가져다 주는 아주머니도 중국말로 답한다. 순간 ‘이분들 가운데 고향이 혹시 우한이나 근처 동네에 최근 다녀온 사람은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국밥집에 손님도 없다. 계속 이어지는 생각. ‘지금이라도 다음에 오겠다고 말하고 그냥 갈까?’ 고민했다. 잠시 후 후배와 소주 한잔 마시고 국밥을 떠먹었다.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 걱정은 사라졌고 국밥집은 저녁 먹으러 온 남녀 고등학생들과 퇴근 후 만난 듯 보이는 젊은 부부, 혼밥하는 청년들로 가득 찼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한 교민들을 데려오기로 하자 수용시설 인근 주민들이 트랙터로 막아섰다. 중국어가 들리는 국밥집에서 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추측이 의심이 되는 순간 공포와 차별이 시작되었다. 텅 빈 국밥집에서 진실이 아닌 추측으로 의심한 순간 내 안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느꼈다. 언론들은 그 의심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무방비로 뚫렸다고 선정적으로 보도했고, 우한 관련 가짜뉴스와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동이 그 의심과 혐오를 부추겼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말한다. “이민이든 현지인이든 모두 한 가족이고, 교회의 사회교리가 가르치듯 모두 똑같이 보편적 목적을 지닌 지상의 재화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대와 나눔의 바탕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2011년 세계 이민의 날 담화) 

국민의 걱정을 오히려 확산시키는 잘못된 언론 보도행태와 가짜뉴스에도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재화를 함께 누리는 방식을 택했다. 질병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응원하기 시작했고 환대했다.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는 질병과 폭력을 피해 고향을 떠나온, 또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을 대하는 교회의 4가지 전략이다. 합법적으로 국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환대해야 하고, 치료받을 곳을 제공하고 위험에서 보호해야 한다. 하느님은 이방인들을 보호하시며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분이기 때문이다.(시편 146,9)

또 피난 온 사람들의 온전한 발전을 증진하고 지원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이방인들을 사랑하시어 그들에게 음식과 옷을 주시기 때문이다.(신명 10,18) 그리하여 피난 온 사람들과 지역 공동체 사람들이 가족처럼 온전히 통합해 지내야 한다. 하느님 안에 우리 모두는 한 시민이며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에페 2,19)

걱정이 시작된 국밥집이었지만 의심을 거두고 옆자리 앉은 고등학생들, 부부, 혼밥 청년들과 같이 국밥과 소주를 다 비웠다. 가게를 나서니 추운 겨울밤이 든든하고 춥지 않다. 연대와 환대의 의학적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정서적 효과는 분명 알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보살피는 평화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한국 사회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대와 형제애로 더 정의로울 것이고 더 평화로울 것이다. 연대와 환대의 백신이 가진 힘이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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