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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일상 안에서[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
오늘부터 '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를 이지현 수녀가 맡아 매달 네 번째 화요일에 연재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이지현 수녀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이 시간쯤이면 꽉 차 있을 버스 안이 한산합니다. 덕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창밖을 보니 거리에도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눈에 띄는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마치 어릴 적 봤던 무서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입니다.

코로나19라는 이름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가 멈춰버린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고 여러 변화의 때를 맞아 희망과 새로운 마음가짐을 이야기할 틈을 놓치고 매일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를 확인하며 나도 모를 불안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공기청정기가 필수인 시대가 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사람들과도 마스크 너머로만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가 너무도 어색합니다.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평소에 관심 가지지 않던 위생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만, “나 혼자 한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아. 모두를 조심해야 해, 그냥 사람 많은 곳에는 가지도 마!”라며 면역력 약한 제게 걱정 가득한 이야기를 건네는 친구의 말만으로도 긴장스럽습니다.

밖에서 뛰어 놀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뭔가 모를 무기력감이 올라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답 없는 질문은 불특정 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아시아인들을 만날 때마다 분노를 드러낸다고 합니다. 우리 또한 있는 자리에서 그러고 있지는 않은지요?

나만 최선을 다해 조심해도 해결되지 않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이동되고 있는지 눈에도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우리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주의가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는 이 사회 안에서 어떤 공동체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 나 혼자 건강하고 나 혼자 안전한 것을 찾는 것 말고 나는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의식해 본 적 있었던가 생각해 봅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뭄, 홍수, 지진, 꺼지지 않는 산불, 남극과 북극의 생태계 파괴, 최근 아프리카의 메뚜기떼 습격까지, 그동안 이 세상에 참으로 많은 징후가 있었음에도 바로 내 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기에 강 건너 불구경처럼 안타까운 마음만 가졌던 것은 아닌가 반성합니다.

어지러운 뉴스, 주변인들의 두려움이 마치 풍랑처럼 밀려와 우리의 삶을 세차게 흔들고 있습니다. 언제 가라앉을지 모를 풍랑에 책임소재와 해결해야 할 사람을 따지며 화를 내고 계시지는 않은지요.

파란 하늘, 맑은 공기에도 마스크를 벗어버릴 수 없고, 뉴스 속보에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여 주변 사람의 단 한 번의 기침 소리에도 휙 돌아보게 되는 어색한 일상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서로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처럼 좋은 영향도 끼칠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들이 지구에 행하는 작은 일이 아니라 쌓이고 쌓여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째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간의 귀찮음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들 때문에 슬그머니 편안함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요?

정말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답은 하느님 안에서 우리 각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서 일치를 이루고 성숙한 사람이 되며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닐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사람들의 속임수나 간교한 계략에서 나온 가르침의 온갖 풍랑에 흔들리고 이리저리 밀려다닙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모든 면에서 자라나 그분에게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그분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 덕분에, 영양을 공급하는 각각의 관절로 온몸이 잘 결합되고 연결됩니다. 또한 각 기관이 알맞게 기능을 하여 온몸이 자라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사랑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에페소서 4장 13-16)

이지현

성심수녀회 수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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