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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길, 서로에게 꽃이 되길”천주교 사제, 수도자 한국도로공사 농성장 매주 방문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들이 3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이 농성하고 있는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찾아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날은 요금수납원들이 본사 점거 농성을 시작한 지 56일째 되는 날이다. 

이들은 해고노동자들과 주일미사를 봉헌하면서 한국도로공사가 불법파견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해고자 모두를 하루빨리 직접 고용해 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도로공사 농성장 방문은 지난 9월 추석 연휴 주일부터 시작됐다. 성가소비녀회 수도자들이 매주 일요일 농성장을 찾아 해고노동자들을 위로하고 간식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여러 교구와 수도회 사제도 돌아가며 농성장을 찾아 연대의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이날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성가소비녀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수도자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정수용 신부(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 총무)가 농성장을 찾아 주일미사를 봉헌하며 해고자들을 위로하고 간식을 나눴다.

미사 강론에서 정수용 신부는 해고노동자들에게 김춘수의 시 '꽃'과 이날 복음인 ‘자캐오’ 이야기를 연결해 들려주면서, “시인이나 자캐오, 우리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을 꽃으로 받아주길 기다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롭고 힘든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부자유스러운 자격을 벗어버리고 나를 꽃으로 받아주는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그 존재가 되고 싶어 우리는 이 투쟁을 시작한 것인지 모른다”며 “농성 현장에서 많이 하는 ‘단결투쟁’이라 말을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를 집전한 정수용 신부는 "주변에 여러분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고 용기를 내라"고 위로했다. ⓒ김수나 기자

그러면서 정 신부는 “투쟁은 옳고 그름, 상대, 대의명분이 분명해 보여서 힘이 나기도 하지만, 단결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답을 찾기 어렵다. 뜻을 같이해도 긴 싸움 동안 같은 공간에 오래 있으면 어려움이 많고 지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예수님이 자캐오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셨듯 우리도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상대의 이름을 부르며 그 삶을 인정하면 좋겠다. 그럴 힘은 지금 이 순간 예수님이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하시며 있는 그대로 받아주신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신부는 “지치고 힘들지라도 오늘 자캐오를 부르시는 예수님이 내 이름도 불러 주심을 기억하면서 이 투쟁의 길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꽃이 되어 주길, 이 싸움을 마치고 이 사회와 회사, 가정 안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빛나기를 바란다”고 위로했다.

이날 미사에 함께한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사무국장 유수진 수녀는 “여러분이 자녀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주고자, 이 땅에 있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들이자 동생이라는 마음으로 여기 계신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면서 연대하겠다”며 “하루빨리 집에 돌아가 가족을 만나고, 모두가 직접고용 되는 날이 오기를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회  박여호수아 수녀는 “여러분의 싸움이 옳다. 여러분의 의견이 옳다. 이 자리가 옳다. 저희가 함께 있고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면서 “이 싸움에서 끝내 이기도록 건강 잘 챙기시고 아프지 마시고 다치지 마시고 다시 올 때까지 잘 계시라”고 당부했다.

한국도로공사가 해고된 요금수납원 모두를 하루빨리 직접 고용해 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김수나 기자

농성장 방문과 미사 일정 등을 담당하는 성가소비녀회 조진선 수녀는 “한국 수도자와 주교회의 등 천주교 관련된 모든 이가 마구간에서 태어난 우리 하느님처럼 약자의 편을 들어 주는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함께하고 있음을 믿으시라”면서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공평한, 모두가 행복하고 서로 돌보는 세상을 바라며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를 마치며 정수용 신부는 “비정규직은 이름이 아니다. 정규직이 아니라는 뜻이라 그것은 이름이 될 수 없다. 제한되고 아주 긴급한 사안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지 상시적인 일에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라면서 “여러분은 이것이 잘못됐다고 말씀하시는 것이고 그 과정 안에서 어렵게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안에서 평화를 만드는 일, 여러분이 서로를 받아주고 같이 힘내는 것이 투쟁의 승리를 위해 중요한 길이 될 것”이며 “주변에 여러분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전국에 많다는 것을 기억하고 용기를 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협)가 정기진료를 했다. 인협은 일주일에 1번 농성장을 찾아와 해고노동자들의 건강을 살피고 필요한 치료를 해 주고 있다.

농성장에 있는 민주일반연맹 남정수 교육선전실장은 “오래 앉아 있다 보니 허리와 어깨 통증이 심한 분들이 많다”면서 이날 인협에서 통증치료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도 한국도로공사는 전혀 교섭하려는 움직임이 없고, 정규직으로 복직한 이들은 청소업무를 하면서 피케팅 등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고 4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농성장을 떠나기 전 수도자들이 해고된 요금수납원들을 안아 주며 위로했다. ⓒ김수나 기자

지난 8월 대법원이 한국도로공사가 수납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하라고 최종 선고한 뒤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 적용 대상인 300여 명만 요금수납 업무가 아닌 환경정비로 직접 고용했고, 이에 해고노동자들은 판결 취지에 따라 해고된 모두를 직접 고용하라며 본사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지난 10월 9일 도로공사는 한국노총 톨게이트 노조와 합의해 고용지위확인소송 2심 계류 중인 요금수납원만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1심 진행 중인 이들은 본사 임시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요금수납원들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으로 지난 6월 대량 해고 당시부터 함께 농성했으나 10월 합의로 한국노총은 모든 농성을 풀었으며 현재는 민주노총만 농성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중 일부도 합의에 동의하지 않고 현재까지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당시 합의에 대해 해고노동자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노동자를 갈라놓는 야합이라며 대법원 취지에 맞게 해고자 모두를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10월 10일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과 합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교섭에 전혀 나서고 있지 않다.

이날 농성장 미사에는 40여 명이 함께했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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