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와 한국노총 합의, 해고자 일부만 직접고용

9일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톨게이트 노조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고용지위확인 소송 1심 승소 및 2심 계류 중인 요금수납원을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1심 진행 중인 이들은 본사 임시직 근로자로 고용하는 것에 최종 합의했다.

도로공사와 한국노총의 이번 합의에 따르면, 현재 1심 승소 뒤 2심 계류 중인 수납원까지는 직접고용하고 1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1심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 하되, 판결 전까지는 도로공사의 임시직 근로자로 고용된다.

해고된 1500여 명 요금수납원 중 지난 8월 대법원 판결에 해당하는 378명과 1심 승소 뒤 2심 계류 중인 116명을 도로공사가 직접고용 한다는 것이며 현재 930여 명은 1심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 요금수납원들은 농성을 풀고 임금과 직무 등 근로조건에 대해 도로공사와 협의할 예정이며, 이번 합의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한국노총 요금수납원들은 조합을 탈퇴하고 민주노총의 본사 점거 농성에 합류했다.

민주노총은 1심이 진행 중인 노동자들은 소송 시점이 다 달라 판결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직접고용 대상에서 빠진 것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전면 부정한 중재안으로 1500여 명 해고자 모두를 직접고용 하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이명금 부지회장은 “이번 합의는 한국노총만 한 것이다. 우리는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합의할 수 없다”면서 “남은 인원 모두가 정규직으로 갈 수 있도록 합의안을 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1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명금 부지회장을 비롯해 서울톨게이트 옥상에서 농성했던 요금수납원들은 옥상농성 97일만인 지난 5일 내려와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에 합류했다.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 200여 명은 경북 김천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33일째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이명금 부지회장)

민주일반연맹 남정수 교육선전실장은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정규직이 되려면 1심 판결이 나야 한다. 우리는 이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1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남 실장은 “우리는 처음 요구대로 전체 직접고용을 위해 계속 농성하겠다. 이강래 사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노총과 별도로 협의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보겠다”면서 “합의 과정에 을지로위원회는 빠지고 청와대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로 요금수납원들의 본사 점거 농성은 33일째며 현재 요금수납원 200여 명이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10일 이강래 사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과도 합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이번 합의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아닌 더 큰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매우 아쉽다”면서 “전체 해고자에게 직접고용을 약속한 뒤 순차로 고용하지 않고, 일부 합의로 노동자 간 갈등을 부추기고 시간을 끌어 결국 무마하려는 시도”라고 1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 신부는 “1심 계류 중인 노동자들도 대법원판결 취지에 따라 직접고용 되는 것이 정당하고 마땅하다”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다시금 수년간의 소송과정을 거쳐 직접고용을 재확인하라는 것은 생계가 막막한 이들에겐 너무나 가혹하고 억울한 처사”라고 말했다.

또 그는 “대부분 중년이고 여성인 이들은 이미 수개월 간의 실직 상태다. 현 정부와 도공이 내세우는 인간존중 경영이란 대체 무엇인가, 안타깝고 개탄스럽다”면서 “공공기관으로서 도로공사는 전체 공익과 사회적 가치를 경영 목표와 방향으로 삼고, 사람 존중의 경영을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9월 30일 만들어진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직접고용, 자회사 정책 폐기를 위한 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천주교 단체는 남자수도회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다.

10일 노동, 시민사회, 종교인 등 3000여 명은 중앙지방검찰청에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 제공 =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이명금 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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