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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미래, 도민 뜻 물어야"제주 제2공항 고시 강행 중단 생명평화미사

제주 제2공항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 미사가 봉헌됐다.

24일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1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 허찬란 신부 주례로 생태환경위원회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버스로 올라온 수원교구 지동성당 신자들과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비상도민회)가 함께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공개하고, 제2공항 건설 확정 기본계획 고시를 10월 말-11월 초에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주도 주민단체와 시민사회 단체, 종교계 등이 제주 제2공항 건설 강행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국토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을 관보에 고시하면 제2공항 건설이 공식 확정되며 건설을 위한 법적 절차가 시작된다.

이날 미사 강론에서 허찬란 신부는 제2공항에 대한 도민공론화와 생명평화의 가치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가 이를 저버린다면 촛불의 기대와 신뢰는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생태환경위원장 허찬란 신부(제주교구). ⓒ김수나 기자

허 신부는 “우리는 제2공항 도민공론화와 기본계획 공시 중단 촉구를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제주도의 미래가 걸렸는데 도민의 뜻을 묻는 절차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과잉관광과 난개발로 파괴되고 있는 제주 환경과 관광자본의 투기로 쫓겨나 시름이 깊어진 도민의 삶을 들며, 그는 “이대로 계속 가면 5-10년 뒤 제주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도 관광객을 더 받겠다는 것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악셀러레이터를 밟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허 신부는 “제주 관광, 경제를 위한다며 제2공항을 짓는다고 하지만 이는 제주에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까지 만들자고 작정한 것 아닌가”라며 “정부는 남부 탐색구조부대 창설이라는 허황한 군사국가 이상을 버리고 평화를 위해 일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공익사업도 절차적 투명성과 올바른 정책 수립 위에서 가능하다. 도민공론화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면서 “우리 모두의 어머니인 지구를 죽이는 잔악한 현대문명을 직시하고 제2공항, 공군기지 강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미사에서 제2공항 건설 강행과 제주 난개발에 대한 제주교구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제주교구 황태종 신부(복음화실장)와 이젬마 수녀(가정사목위원회)가 발표했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성명서에서 “그 어떤 구실이나 자가당착에 빠진 설명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현실적 욕구, 필요 등을 전제로 한 해결방안, 대안 등을 일체 내려놓는” 정신에 따라 “제2공항 건설과 제주의 모든 난개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가톨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체의 토지 개발과 관련한 여론조사나 토론회의 주체는 개발 찬반론자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난개발로 심각한 상처를 받고 있는 제주도 생태환경 그 자체,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다양한 생명 종, 제주에서 살아가야 할 어린 미래 세대와 환경 파괴로 더욱 가난한 처지에 놓인 현재의 도민이 그 주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 가톨릭 신자들이 실천할 사항으로, 제주의 모든 난개발과 그로 인한 폐해를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개발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물음 제기, 쓰레기 되가져가기 및 환경보전기여금 부과 등과 관광객 수 규제 법안 제정, 도민 삶의 질 향상 노력, 생태환경 교육 및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 등을 요청했다.

제주 제2공항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이날 미사에는 150여 명이 참여했으며, 버스로 올라온 수원교구 지동성당 신자들이 함께했다. ⓒ김수나 기자

이날 미사에 함께한 비상도민회의 강원보 상임대표(제주 성산읍 신산리 이장)는 주민 삶의 터전을 지키고, 과잉관광으로 인한 제주 환경 파괴 방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원보 상임대표는 “성산지역 마을은 척박함을 이겨 내고 1000년을 지켜온 삶의 터전으로, 귤 농사를 지으며 불편함 없이 살았는데 사전에 주민과 상의 한마디 없이 2015년 갑자기 여기에 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땅값이 오르리란 기대감에 설레는 사람도 많았지만, 배치도를 보면 활주로 옆에 있는 마을은 쫓겨나게 된다. 소음 피해, 빈집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이 돼 버린다. 우리는 쫓겨나지 않기 위해 제2공항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광객이 많이 와도 돈은 관광 투기자본만 벌 뿐, 제2공항 사업으로 도민은 쫓겨나고 과잉관광으로 쓰레기 배출 전국 1위, 오폐수 방류 등 제주의 청정환경이 무너지는데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이며 이는 누구를 위한 행복이냐”고 물었다.

또 강정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미국 이지스함과 핵잠수함이 들어왔고, 모슬포레이더 기지 건설과 해병대대 전투여단 개편 등, 제2공항이 완성되면 공군기지가 들어설 준비가 돼 가는 상황에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 제2공항 건설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6일부터 서울 광화문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제2공항 건설 강행 중단 촉구를 위한 농성을 시작했고, 18일부터 제주 청년 노민규 씨(33살)가 세종시 농성장에서 단식 중이며, 이날은 제주도에서 비상도민회 소속 12명이 단식을 시작했다.

23일 환경부는 현재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검토 결과가 미흡하면 국토부에 평가서 보완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지난 18일 국토부가 공개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다음 달 4일까지 주민 열람과 의견수렴을 진행한다. 

(왼쪽부터) 제주교구 황태종 신부(복음화실장)와 이젬마 수녀(가정사목위원회)가 성명서를 읽었다.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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