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민주주의 근간 위협한 판결

대법원 대법정. (사진 출처 = 대법원 홈페이지)

해군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주해군기지 공사 반대 게시물을 삭제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2011년 원고 박아무개 씨 등 3명은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 해군은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백여 건의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 글들은 국가적 차원이나 제주 강정마을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주기지 건설에 관한 막연하고 일방적인 주장 글들은 삭제 조치한다”며 항의 글을 모두 지웠다. 이에 이들은 2013년 의사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4일 대법원은 국가기관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 정부의 정책에 찬성하는 내용인지, 반대하는 내용인지에 따라 선별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면서도,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비추어 해군 홈페이지가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군본부의 삭제 조치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패소취지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번 대법 판결은 앞서 2015년 “게시글은 해군의 정책에 대하여 국민으로서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권력기관으로부터 더욱 보호되어야 할 것”이라며 원고 3명에게 각각 위자료 30만 원을 지급하라고 한 서울중앙지법의 2심 판결을 부정한 것이다.

유현석공익소송기금으로 이번 소송을 지원했던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강정평화네트워크 등 시민, 인권단체는 대법원의 판결이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논평을 냈다.

이들은 “국가기관 홈페이지에 글을 쓰는 것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며 “다른 의견이라는 이유로 삭제가 허용되면, 정부 정책의 적법성, 적정성, 적시성, 적합성 등에 대한 토론은 불가능해지고 정부 정책을 결정하고 지지하는 이들의 의견만 통용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해군이 글을 삭제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규정은 ‘해군 홈페이지 운영규정’뿐인데, 이 규정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발상이 “법치주의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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