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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 "경찰과 한전은 하나였다"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발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13일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결정문에서, 경찰이 밀양과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을 대상으로 불법 사찰, 특별관리, 회유 등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해 주민 간 갈등을 가중시켰으며, 반대 활동을 막기 위해 과도한 공권력을 투입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경찰청장에 이를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또 재발방지를 위한 경찰 투입 요건, 절차에 대한 제도적 보완, 정보경찰 통제 방안 마련, 국민 통행권 보장방안 마련 등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사건의 핵심은 한전의 송전탑 건설사업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과 재산권 등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지의 여부”라며, 정부에 대해서도 “이는 기업과 인권의 문제로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 기준’을 국내에서 실행할 절차적 방안을 마련하고 주민들의 재산, 정신, 신체적 건강 피해에 대한 실태 조사와 치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은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에서 생산할 전력을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로 수송하기 위해 경남 밀양시 단장, 산외, 상동, 부북, 청도 5개 면에 765킬로볼트급 송전탑과 선로를 건설하는 과정, 청도군 풍각, 각북 2개 면에 345킬로볼트급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과 건강권, 재산권 등의 침해, 경찰에 의한 주민 사찰, 회유, 비인도적 조치 등이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사건과 관련해, “한전의 송전탑 건설 과정과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운동 배경과 쟁점, 공사 재개와 행정대집행 등의 과정에서 반대운동에 대한 경찰 대응의 적정성, 송전탑 건설 과정 전반의 경찰 대응 적정성, 밀양과 청도 주민들의 피해 정도와 사법처리 현황, 송전탑 대응 결과에 따른 경찰의 감찰, 포상” 등을 조사했다.

또 조사위는 이와 함께 ‘기업과 인권’의 측면에서 이 사건을 조사하고, “회원 기업이 국제적으로 선언된 인권 보호를 지지하고 존중해야 하며, 인권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유엔 협정에 따라, “한전은 자발적으로 국제기준을 지키기로 약속했지만, 본 사건에서는 주민들의 인권 침해에 관한 주의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날 조사결과 발표와 권고안에 대해 밀양과 청도 피해 주민들은 입장을 내고, “경찰청장의 성실한 사과, 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경찰 전면 개혁, 불법사찰과 회유, 매수 행위 등으로 한전 직원의 역할을 대행한 정보경찰 전면 개혁, 주민들의 정신적 신체적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이에 따른 치유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조사 결과는 경찰력을 동원한 폭력 진압과 주민 사찰, 감시, 채증, 주민 매수 등의 실상이 최초로 공식 인정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방적 송전탑 건설 강행의 이유와 배경, 배후, 윗선 개입에 대한 조사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특히 “주민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 실체는 확인됐지만, 가해자인 경찰의 구체적 책임 소재가 규명되지 못했으며,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의 배후와 윗선개입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주민, 활동가에 대한 기획체포 의혹과 무리한 구속, 공안기관 개입 정황,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등 주민 진압 및 사법처리 경위에 대한 심층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으며, 정보 경찰이 한전의 행동대원처럼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겁박한 것에 대해 일부만 밝힌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2013년 12월 6일, 송전탑 건설로 생업에 위협을 받아 고민하던 밀양 주민 유한숙 씨가 음독자살 시도 뒤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경찰은 사망 원인이 "송전탑 때문이 아니며, 복합적 개인 사유"라고 축소발표했다. ⓒ정현진 기자

초반은 한전과 용역, 2013년 이후는 한전과 경찰의 공조
이동권 등 기본권 침해, 표적 감시, 광범한 채증과 정신적, 신체적 폭력 등 총체적 인권침해

밀양 송전탑건설 사업부지가 밀양으로 확정된 것은 2003년, 반대 운동이 시작된 것은 2005년이다. 주민들의 반대로 잠시 중단되었던 공사가 다시 시작된 2013년 5월 20일 전까지 한전은 경비용역을 투입해 주민들과 충돌을 일으켰으며, 반대 주민을 폭행하기도 했다.

본격적 경찰 동원은 2013년 5월 공사가 다시 시작되면서다. 그러나 밀양서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2011년 10월 당시 이미 “폭력행위 발생시 행위자 전원 현행범 체포, 사법처리 확행(반드시 이행), 집단으로 폭력, 불법행위를 자행할 경우 초기부터 경찰권 발동, 소극적이거나 사후 대응하는 사례 없도록 유의”라는 방침을 정해 뒀다.

동원된 경찰은 2012년 1월 주민 이치우 씨 분신 당시 가장 많은 413명(정보채증팀과 강력팀 22명 포함)이었지만, 공사가 다시 시작된 뒤에는 부산과 대구 등 인근 지역 경찰 지원으로 800여 명이었다.

동원된 경찰은 수사, 채증, 체포, 호송팀 등으로 나뉘어 시위 전력자와 불법 행위 예비자를 사전에 특정해 집중 배치했으며, 마을 입구부터 공사현장까지 3차에 걸쳐 통행을 차단했다.

조사위는 이러한 경찰의 대응은 주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기본권을 침해하고, 한전 직원의 주민 강제진압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경찰의 경비 대책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른 필요최소한의 원칙을 위반해, 과도했다. 또 경찰은 현장에서 고령의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인 점을 고려한 안전조치나, 한전의 불법행위 제지 등 필요한 보호조치에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현장의 인권침해, 보호조치 미흡은 물론 적극적 언론 홍보 활동도 펼쳤다.

2013년 9월 30일자로 작성된 경남경찰청 문서 ‘밀양 송전탑 공사재개 대비 종합 대책’에 따르면, 경찰은 “홍보대책 T/F팀을 운영해 적극적 언론대응 시스템 구축하고, 집회상황 현장 브리핑으로 언론사에 사실보도 및 정정보도 요청, 오보 차단, 언론매체 실시간 모니터링, SNS대응, 취재 지원, 지방청 홍보실 및 관련 기능(대응)”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조사 과정에서 경찰의 주민 인권침해와 비인도적 행위도 확인됐다.

경찰은 10월 산길에 주민들이 친 천막을 강제 철거 및 압수하거나, 주민들이 농성장에서 라면을 끓이기 위해 켠 불을 소화기로 껐다. 2013년 10월에는 3일째 물도 먹지 않고 단식농성을 하는 주민을 살피려던 의료진과 활동가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 밖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유 없이 주민을 체포 연행하고,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가했다.

이런 과정에서 주민들은 과도한 사법처리 대상이 됐으며, 형사사건으로 사법처리된 이들은 밀양 주민 69명, 청도주민 38명이다.

행정대집행으로 끌려 나온 주민 호흡곤란 호소, 경찰이 “나도 숨이 가쁘다”며 조롱
101번 움막 철거 뒤, 여경 대원들 기념 촬영
주민의 기본권 침해와 업무 규정 위반, 표적 수사와 체포
한전의 주민에 대한 금품 회유
2013년 12월 주민 유한숙 씨 음독 자살 뒤, 사인 축소 발표와 분향소 철거
이현희 청도서장과 청도서 직원 뇌물 수수 사건

송전탑 반대운동 과정에서 가장 극심한 충돌이 일어난 것은 2014년 6월 11일 밀양시청이 주민들의 움막과 천막 등을 강제 철거한 행정대집행이었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한전, 밀양시, 경찰의 공조를 확인하는 한편, 한전과 밀양시의 요청에 따라 경찰이 과도한 대응을 했다고 판단했다. 행정대집행 당시 동원된 경찰은 총 2100여 명이었으며, 밀양시 공무원은 200여 명, 한전 직원은 250여 명이다.

“부북면 127번 움막에 대한 행정대집행 당시, 경찰은 취재 중이던 기자들을 밀쳐 냈고, 이 상황에서 천막 한쪽에 있던 고령의 주민과 수녀 위로 기자들이 한꺼번에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수녀는 (끌려 나가지 않기 위해) 허리에 찬 쇠사슬에 채여 고꾸라지기도 했다.”

“129번 현장의 움막은 심한 경사로였지만 경찰은 거침없이 연대자들을 밀쳤고, 이들이 미끄러지면서 다수의 수녀들이 쓰러졌는데, 경찰은 그 위로 거침없이 지나갔다. 서로 팔을 붙들고 있던 수녀들을 강제로 뜯어내면서 팔에 부상을 입었다. 외방선교회 소속 수녀 4명은 긴급 후송됐다.”

“당시 저항하기 위해 옷을 벗은 여성 주민들이 있었는데, 이 중 일부는 남성 경찰에 강제로 끌려 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여성 경찰이 뒤늦게 투입된 뒤에도 여성 주민들이 저항하면 남성 경찰들이 투입됐다. 수녀들의 경우 강압적으로 들려 나오는 과정에서 베일이 벗겨졌다.”

“129번 농성장에 경찰이 들이닥치자 다급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목에 쇠사슬을 걸고 있고, 옷을 벗고 있다고 알렸지만, 한 사복경찰관은 웃으면서 큰 소리로, ‘누부(누나)야, 그만해라’고 응수했다. 당시 이 말을 들은 주민은 모욕감에 딱 죽고 싶더라고 진술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조사위는 “2014년 6월 행정대집행 당시 경찰은 직무범위를 벗어났으며, 농성자 수보다 수십 배 많은 인원을 투입했고, 움막에 있었다는 위험물질의 존재나 수량도 과장되었으며, 절단기나 커터칼 등은 장비 사용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며, “사례로 볼 때, 경찰력 투입은 안전한 행정대집행이 아니라 반대주민 등 농성하는 사람들을 강제로 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경찰은 행정대집행 하루 전부터 길을 차단해 거주 주민의 이동권을 침해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으며, 종교 행사 제한, 주민들에 대한 조롱, (경찰의)기자 비표 패용 등도 기본권과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6월 11일, 115번 농성장이 세 번째로 강제 철거됐다. 12시 40분, 철거 당시 움막에서는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철거 과정에서 끌려 나온 주민과 수도자, 사제들은 고착상태에 있다. ⓒ장영식

2013년과 2014년 당시, "기회만 있으면 자살할 것"이라는 주민 약 40명

한전과 경찰의 공모로 광범위하게 벌어진 송전탑 반대운동 진압 활동은 밀양과 청도 주민들의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2013년과 2014년 밀양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조사한 결과, 주민들은 한전과 시공사, 용역직원, 경찰로부터 위협을 받았고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위협뿐 아니라 조사 대상자의 56.8퍼센트가 고소와 고발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17.4퍼센트는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정신적, 신체적 갈등과 충돌 외에도 송전탑 건설로 인한 헬기 소음, 양어장 폐사 등의 생계 위기도 주민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다.

조사 대상이었던 밀양 주민 396명 가운데 87.3퍼센트가 평균보다 높은 우울증상을 보였으며, 56.2퍼센트가 “절망적”이라고 답했다. 자살 의사를 보인 이들도 10.7퍼센트였다.

진상조사위는 “한전의 송전탑 건설 사업으로 건강권과 재산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거나 위험할 수 있는 직접 당사자인 주민들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배제됐고, 반대운동 과정에서 한전과 정부의 협력으로 철저히 저지되었다”며, “주민들 간에 갈등이 증폭되었고 반대 주민들은 고립되는 등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심각하게 겪었다”고 평가했다.

또 한전은 주민들의 피해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방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정부와 협력해 반대주민들의 활동을 물리적으로 제지함으로써 인권침해에 연루됐으며, 경찰은 한전과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할 정도로 공조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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