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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청도의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장영식의 포토에세이]
밀양 백마산 자락에 있는 바드리 마을에서 바라본 밀양의 모습. 밀양 어르신들이 "765는 핵발전소의 자식이다"라며 절규하셨던 통곡이 되살아오는 듯했다. ⓒ장영식

밀양 행정대집행 5주기를 맞아 1박2일로 밀양의 현장들을 순례했습니다. 밀양을 돌고 돌아 765kV 송전탑들은 붙박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핵발전소 때문이었습니다.

도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핵발전소는 건설됩니다. 대부분 가난한 바닷가가 선택됩니다. 고리가 그렇고 영광이 그렇습니다. 월성과 울진이 그러하지요. 이 핵발전소는 행정구역상 경계선 상에 건설됩니다. 아주 못된 짓이지요.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송전선로 경과지역을 통과하면서 서울 등지의 도심지로 송전됩니다.

핵마피아들은 말합니다. 핵발전소가 안전하고 핵에너지가 깨끗하며 경제적으로 값싼 에너지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렇다면 왜 핵발전소를 천혜의 입지인 한강에 건설하지 않을까요. 인천에 건설하지 않을까요. 한강에 건설한다면, 그렇게 멀고 먼 곳에서 전기를 갖고 올 필요도 없고, 그렇게 많은 산과 들의 송전탑도 필요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밀양시 부북면 화악산 산정에 건설된 765kV 초고압 송전탑의 모습. 부북면 어르신들은 127번과 129번 송전탑이 건설된 농성장에서 참혹했던 행정대집행을 겪어야 했다. ⓒ장영식

시골 어르신들이 산정에서 움막을 짓고 초고압 송전탑을 짓는 것을 반대하며, 10년이 넘도록 싸웠습니다. 한 분은 분신을 하고, 한 분을 약물을 먹고 죽었습니다. 그 어르신들을 보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을 나라가 오히려 수천 명의 경찰과 공무원 등을 동원해서 폭력이 난무한 행정대집행을 감행했습니다. 그것도 세월호참사가 일어나고, 두 달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2014년 6월 11일, 밀양 전역은 전국에서 경력을 싣고 몰려든 경찰차로 가득했습니다. 밀양시 부북면은 6월 10일부터 모든 곳이 통제되었습니다. 화악산 산정의 어르신들이 있는 두 곳을 철거하기 위해 전국에서 수천 명의 경찰 병력과 공무원들이 동원된 것입니다. 당시 밀양경찰서 김수환 서장은 경찰특공대를 대상으로 실제 모의 훈련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날 경찰들은 대부분 날카로운 커터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주민들과 연대 시민들이 온몸과 목에 밧줄과 쇠사슬을 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찰들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고령의 어르신들의 목에 날카로운 커터기를 사용했습니다. 그 혼란한 상황에서도 안전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산정의 농성장을 진압하고, 철거하기 위한 목적뿐이었습니다.

2012년 1월 16일, 산외면 보라 마을 이치우 어르신은 한전 용역들과의 거친 시비 끝에 보라교 근처에서 분신하셨다. 이치우 어르신 형제들의 논에는 102번 초고압 송전탑이 건설됐다. 그 뒤의 산정에는 단장면 용회마을 뒷산의 101번 초고압 송전탑의 모습. ⓒ장영식

6월 11일, 동이 트기 전의 이른 새벽부터 밀양의 부북면에서 시작된 행정대집행은 상동면을 거쳐서 단장면 용회 마을 뒷산의 101번 산정에서 끝났습니다. 새파란 새벽에서 시작하여 캄캄한 밤이 몰려오기 시작할 때 끝이 났습니다. 밀양의 전역은 아비규환이었고, 통곡의 바다였습니다. 밀양의 어르신들과 연대 시민들은 수도 없이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수도자들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골절상을 입고, 또 어떤 이들은 혼절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행정대집행이 끝난 101번 현장에서 승리의 “V"자를 그리며 웃으면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괴물의 모습이었습니다.

행정대집행이 끝난 뒤에도 밀양 어르신들은 법정 싸움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었던 분들이 잘못된 나라 때문에 전과자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어르신들의 거룩한 투쟁의 영성은 올곧게 평가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 공권력과 자본의 폭력 앞에 아름답던 마을과 사람들은 회복될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분열되었습니다. 한전의 추한 돈 때문입니다. 국가 공권력의 더러운 폭력 때문이었습니다.

밀양시 상동면 115번 초고압 송전탑이 세워진 곳에서 밀양 할매는 참깨 씨앗을 심고 있었다. 할매는 5년 전을 회상하며 "경찰들이 그렇게 새카맣게 몰려들었는데, 어떻게 이기노. 경찰만 없었어도 막았을텐데...."라며 한숨을 토했고,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장영식

‘이게 나라냐’로 시작해서 ‘나라다운 나라를’이라는 슬로건으로 정권을 획득한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 정부이며, 탈핵 정부를 선언하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 정부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밀양과 청도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밀양과 청도에서 일어났던 국가 공권력의 참혹했던 폭력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선행했어야 했습니다. 용산과 쌍용자동차 그리고 강정에 이어 밀양과 청도에서 있었던 국가 폭력과 한전의 불법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그 책임자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가 사죄해야 합니다. 그것이 적폐세력들로부터 해방되는 길입니다.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적폐세력들의 반동을 막는 정의로운 길이며, 밀양과 청도 어르신들이 옳았다는 것을 선포하는 일입니다. 

최근 청도 삼평리의 모습. 삼평리를 상징했던 은사시나무는 대부분 벌목됐고, 송전탑이 건설된 현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삼평리 할매들의 쉼터였던 마을회관은 대구에서 온 사람에게 팔렸다. 지금도 삼평리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했던 할매들이 마을에서 소외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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