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개혁연대, 대구교구 사례 통해 묻다

‘천주교 개혁연대’가 대구대교구의 사례를 통해 천주교 사업장의 개혁 방향을 살피는 토론회에서 구체적 쇄신의 움직임이 없는 교단의 태도를 비판하고 개혁 주체로 평신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혁연대는 가톨릭평화공동체, 가톨릭공동선연대, 예수일꾼, 우리신학연구소,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이 함께하는 모임으로 2018년 1월 꾸려져 “예수의 정신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모임의 대표인 김항섭 교수(한신대)는 인사말에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주교들에게 한 “복음적 기준이나 가치가 아닌 세속적 기준, 기업적 논리를 따르는 한국 교회라는 질책에서 교회 쇄신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2차 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에서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연구실장은 희망원 사태에 대한 대구대교구의 대처와 서울대교구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의 경영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희망원 문제가 보도된 뒤 대구대교구가 공식 발표했던 2017년 5월 31일 공지문 ‘희망원 수탁운영을 마치며’와 2018년 4월 부활절 메시지에는 성찰과 반성, 구체적 쇄신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일으킨 사제는 본당 주임신부가 되고, 쇄신을 말했던 이들은 정직, 대기, 명예훼손 고소 등의 조치를 당해도 교회의 목소리는 없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교회 구성원들은 인간 존엄성에 상처를 입었고, 교회에 희망이 없다는 시선도 생겨났다”고 봤다.

그는 반복되는 교회 사업장 문제의 원인으로는 “종교 기관에 대한 높은 도덕적 기준과 실제 모습의 괴리”를 들고, “잘못을 인정하면 신뢰가 손상된다는 두려움이 사태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교구가 사업장의 규모를 키우고 자회사 등을 세워 교구의 물품과 서비스를 스스로 충당하면서 교회 물품을 댔던 작은 업체들이 일거리를 잃었다며 “서울대교구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의 운영이념인 기업영성과 대기업의 갑질 횡포가 논리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집권적, 수직적 교계 구조상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서는 성직자의 참여가 쉽지 않으므로 평신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8일 대구에서 열린 천주교 개혁연대 2차 토론회. (왼쪽부터)황경훈 소장, 경동현 연구실장, 김유철 대표, 신강협 소장이 참가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수나 기자

두 번째 발제는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신강협 소장이 희망원 사태를 통해 교회와 사회복지 분야에서 인권을 중심에 둔 운영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짚었다.

신 소장은 복지시설의 문제는 수직적 관계 때문에 생겨나는 경우가 많은데 교회가 희망원을 운영했던 방식이 매우 권위적이고 수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제들이 관리자나 상급자로서 자기 영역을 확장하지 말고, 제사장으로서의 본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도생활과 영적 생활에 더 집중하고, 평신도의 역할을 넓힐 수 있는 교육과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교회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할 때는 관리와 통제, 지배라는 효율성을 벗어난 다른 방식을 고려해야 하며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를 깊이 있게 듣고 그들의 인권을 고려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는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철 대표가 대구MBC와 대구KBS, <매일신문>과 <가톨릭신문> 등 교회 언론이 천주교와 대구대교구의 문제를 다룬 최근 3년간의 기사와 게시횟수를 통해 교회 본연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천주교의 자정능력을 의심하는 뉴스들이 쏟아져 나올 때 얼굴에 숯불을 들이붓는 듯했다”면서 “이런 걸 보고도 장상들과 주교회의는 아무 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는 대구대교구의 문제만이 아닌 한국 천주교회 민낯의 일부분”이며 “천주교회가 우리 사회의 무엇을 달라지게 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가톨릭계 사업장 소속 노조, 단체 활동가, 신자 등이 발언했다.

노숙인 복지시설 대구 시립 희망원 노조 조정희 사무국장. ⓒ김수나 기자

희망원 노조 조정희 사무국장은 희망원 사태를 보며 “가톨릭이 운영하는 곳이라 기대가 높았지만 신자로서 많이 실망했다”며 “희망원이 민주화되고 합리적, 상식적 조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으로 이 계기를 통해 교회가 더 반성하고 쇄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희망원 사태 뒤 팀장급 이상 많은 기득권자들이 사직했고, (시설을 이용하는) 생활인들이 전보다 인권에 대해 의식하고 자신들의 부당함과 불편함에 대해 표현하는 게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득권을 놓지 못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채우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 병원 노조 송명희 분회장은 “노조가 만들어진 뒤 첫 파업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았다고 생각한다”며, 그중 하나로 “파업 전에는 가톨릭 신자 직원들에게 동의 없이 피정과 미사, 성모의 밤 등에 쓰이는 회비를 걷었는데 더 이상 걷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노조 조합원 절반 이상이 신자인데 파업 당시 대구대교구 앞 집회에 도저히 못 가겠다고 하는 이들이 있었다"면서 "가톨릭의 문제에 신자들이 받을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대교구는 대구 전 지역에서 사업체, 교육, 언론 등에 뿌리내리고 있어 큰 문제인데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너무 소수라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그는 “병원에서도 신부나 수녀를 항상 떠받드는 문화가 있어 누군가 그 앞에서 말하면 ‘감히 어떻게’라는 반응이 있다”면서 “이를 어떻게 바로잡아 나갈지도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유철 대표는 “모든 형태의 성직주의에 대해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해야” 하며 “성직은 직분일 뿐 하느님 존중과 성직에 대한 존중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경동현 연구실장도 "본당에서 성직자 은경축과 영명축일 등 관련 행사에 들어가는 노력과 정성은 신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정도로 과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신자 스스로 이런 문화를 내면화한 측면이 강하다”라는 문제를 언급했다.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이기도 한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희망원뿐만 아니라 (대구대교구) 선목학원에서 위탁 운영하는 대구정신병원도 큰 문제”라면서 “조례까지 바꿔 가며 의료법인이 아닌 천주교 재단에서 병원을 운영하도록 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권력을 굴러가게 만든 힘은 <매일신문>이라면서 파티마병원 약제부장 수녀 6억원 리베이트 사건 보도에서 ‘파티마’와 ‘수녀’를 빼고 대형병원 약제부장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지역 언론의 개혁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노조 송명희 분회장. ⓒ김수나 기자

포항 지곡 성당에서 온 참가자는 적극적 현장 참여에도 교회가 바뀔 수 없고 이런 자리가 탁상공론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며 평신도들에게 문제를 알리고 개혁에 참여하도록 할 방법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에 대해 경동현 씨는 “교회 쇄신의 비전과 정체성을 명확히 세우고 개혁의 주체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소모임 형식”으로 모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안동교구 정평위에서 신자들을 찾아가 사회교리에 비춰 자신의 삶의 문제를 나누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의식이 조금씩 바뀐 것을 사례로 들었다.

신강협 소장은 교회 쇄신의 논의 과정에서 현장의 어떤 목소리가 묻히고 있는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1차 토론회에서는 희망원에서 있었던 인권유린과 대구대교구의 각종 비리와 횡령 등에 대한 대구MBC의 방송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천주교 사업장의 실태를 살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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