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우 신부] 12월 2일(대림 제1주일) 예레 33,14-16; 1테살 3,12-4,2; 루카 21,25-28.34-36

이번 주일을 시작으로 교회는 대림시기를 맞이합니다. 대림이라는 말은 라틴어 ‘Adventus’라는 단어를 번역한 것입니다. ‘Adventus’은 원래 ‘도착’, ‘찾아옴’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림시기는 무언가의 도착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찾아오시기를, 이 땅에 임하시기를 기다린다는 뜻이지요. 이 기다림을 두 가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어 오시는 것(강생 Incarnatio = In + Caro 여기서 Caro는 살, 그리고 의미를 조금 더 넓혀 육체를 뜻합니다. 결국 그리스도교에서의 강생은 하느님께서 살이 되어 오신 것, 인간의 육체 안으로 들어오는 것 즉 육화를 의미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다시 말해 예수님의 탄생 그 사건을 기다리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더불어 두 번째로, 세상 마지막 때에 주님께서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는 뜻으로도 사용했습니다. 이것을 재림이라고 하는데 그리스어 “παρουσία”(Parusia)를 번역한 것입니다. 여기서 앞에 사용된 ‘παρα’는 ‘옆에’, ‘가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ουσία’는 ‘존재’, ‘실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결국 예수님의 재림은 주님께서 내 곁에 실질적으로 존재하심을 의미합니다. 대림시기에 교회의 전례문도 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비천한 인간으로 처음 오실 때에는 구약에 마련된 임무를 완수하시고 저희에게 영원한 구원의 길을 열어 주셨나이다. 그리고 빛나는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에는 저희에게 반드시 상급을 주실 것이니 저희는 지금 깨어 그 약속을 기다리고 있나이다.“(대림 감사송1- 그리스도의 두 차례 오심) 이렇게 대림은 두 가지의 의미를 함께 포함합니다. 우리가 대림 4주간 동안 성탄을 기다리는 것과 같이 구세주의 탄생을 준비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세상에 다시 ‘내 곁으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림은 탄생을 향하는 동시에 세상의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잘 기다리기.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성탄이 다가오고 주님께서 다시 내 곁으로 오신다 해서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여기에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이 오늘 복음의 표현을 빌리자면 ‘깨어 있음’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의 의미를 넘어, 진정으로 주님께서 세상에 다시 오실 그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미사 전례 때마다 ‘신앙의 신비여’라는 말에 우리는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라고 ‘환호’합니다. 이 환호가 말로만 끝나지 않고 삶으로 실현될 때 깨어 준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말씀들은 이 깨어 기다림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 공동체의 차원에서 실현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내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같은 교회공동체 안에서 같은 그분의 몸을 받아 모시며 성숙되는 공동체적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동체적 신앙을 이루어 내기 위해 개개인의 노력도 절실합니다. 공동체의 신앙적 성숙은 1차적으로 그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개인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대림시기는 기다리는 시기인 동시에 참회와 회개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깨어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직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기다림이 될 수 없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과 그리스도의 재림의 기쁨을 더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솔직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탄을 기다리며 고해성사를 준비하고 나름대로의 실천사항을 계획하고 노력하는 이 모든 것이 세상의 빛으로 오실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는 각자의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참회와 회개의 상징적인 의미를 대림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림초는 대림시기 4주에 맞춰 4개를 준비하지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매주 1개씩 새로운 초를 밝히는데 보라색부터 흰색으로 즉 짙은 색부터 불을 붙입니다. 성탄을 준비하여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뉘우치듯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8)는 말씀처럼 4개의 초는 대림시기 동안 자신을 솔직히 바라보고 참회하고 회개하면서 순백의 마음으로 거듭난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이렇게 교회는 대림시기를 우리를 구원해 줄 그리스도의 오심을,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이때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도 감미로운 희망의 시기'라고 이야기합니다. 오실 예수님을 잘 기다리기 위해 항상 깨어 있는 우리들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