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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사랑하기 – 하느님과 이웃을 정말 사랑하기 위하여[유상우 신부] 11월 4일(연중 제31주일) 신명 6,2-6; 히브 7,23-28; 마르 12,28ㄱㄷ-34
우리는 하느님을 보고 간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사랑의 이중 계명’ 이야기이지요.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제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복음을 묵상하면서 떠올랐던 제 삶의 네 가지 장면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

Ama et quod vis fac! 신학교를 입학했을 때 같은 교구 선배 신학생들이 입고 있던 단체 티셔츠에 새겨 있던 문구입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지만 저도 한 벌 얻어서 입고 다니곤 했습니다. 그리고 라틴어를 한 학기 혹독하게 배우고 나서야 저 문장의 뜻과 그 속에 있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라! 그리고 원하는 것을 하라!”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에 등장하는 문구였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신앙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성인의 윤리학에 대한 토대가 되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신학교의 첫 학기를 시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랑’이라는 틀을 깨버리고 제대로 된 ‘사랑’을 배워야 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할 때쯤 사제 서품을 앞두고 면담 때 담당신부님께서 던진 질문이 있습니다. ‘너는 하느님과 교회를 사랑하느냐?’ 이 질문은 ‘너는 진정 사제가 되고 싶으냐’라는 질문과는 맥락이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좀 있으면 사제품을 받는데 무슨 대답을 못할까, 무슨 마음인들 못 먹을쏘냐 하는 젊음에 기반한 자만감도 조금 녹아 있었습니다. 질문을 던지신 신부님께서는 가벼운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그 질문의 무게가 얼마나 엄청난지를 삶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사제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교회와 교회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뭐 그렇게 어렵냐고 생각했던 그때의 제 자신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를 때가 많습니다.

저는 지금 본당에서 저보다 무려 32년이나 먼저 서품을 받으신 주임신부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루는 주임신부님께 사목을 하면서 인간적으로 속상했던 경험을 말씀드렸더니 신부님께서 이러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신 질문이 무엇이냐? 바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이다. 그리고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16,16)라고 말씀하셨다. 만약 예수님께서 ‘너는 네 양들을 사랑하느냐?’라고 물었다면 베드로가 쉽게 대답했을까? 과연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너는 네 양들을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을 보좌신부에게 한다면 대답을 쉽게 할 수 있겠느냐? 나는 바로 ‘예’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게 사제 생활이다. 결국 우리는 하느님 보고 가는 거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그리고 ‘너는 네 양들을 사랑하느냐?’ 이 질문 사이에 녹아 있는 선배 신부님의 인간적 고민에 감사하며 다시 한번 힘을 내곤 합니다.

지난달 목수이자 생활성가 찬양을 함께 하시는 강훈 바오로 형제님을 모시고 본당에서 ‘기도의자’ 만들기 피정을 했습니다. 끊임없는 사포질을 통해서 기도하는 마음을 배우고 자신이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내는 작업입니다. 피정 중간중간에 형제님께서 많은 노래를 불러 주셨는데 그중 한 곡이 유별나게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매일 한두 번씩은 듣는 노래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글, 곡 : 강훈 바오로)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난 그대를 더욱 더 사랑하게 되었네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난 세상에 더 많은 것 사랑하게 되었네

오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랑한다 말할 수 있게 되었네

 

그렇게 사제이면서도 하느님과 이웃을 온전히 사랑하기 힘듬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속한 교회공동체가 항상 사랑만을 표현하는 그런 완벽한 공동체가 아님도 발견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할 신앙인의 과제임을 깨닫습니다.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사랑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시킨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31) 스스로를 사랑하십니까? 우리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 자주 소홀합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이웃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그리고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런 끊임없는 ‘사랑을 위한 투쟁’이 우리를 하느님나라에서 멀지 않게(마르 12,34 참조) 만들어 줄 것입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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