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운동, 종교간대화, 야전병원 대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월 20일 새 추기경 14명을 발표했다. 이번 추기경 임명 또한 이전처럼 교회의 “주변부”를 강조하고 있으며 선출된 인물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색깔을 잘 드러낸다.

이 가운데 두 명이 아시아인으로서, 일본 오사카대교구의 마에다 만요 대주교와 파키스탄 카라치 대교구의 조셉 쿠츠 대주교다. 둘 다 예상치 못했던 이들이다.

일본은 신자 수가 95만 명가량인데, 이 가운데 일본 국적자는 45만 명쯤 되고 나머지는 외국인 거류자들이다. 대부분 필리핀인이거나 20세기에 남미로 이민 갔던 일본인들의 후손으로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이들이다.

마에다 대주교는 나가사키 출신으로서 그간 원자폭탄 문제를 비롯한 평화운동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본당 사제 시절에는 스스로 배를 몰고 나가 자주 만선을 기록하는 뛰어난 어부이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1억 8000만 인구 가운데 가톨릭 신자는 100만 명이다. 가톨릭을 포함한 전체 그리스도인은 250만. 파키스탄 교회는 교육과 의료 분야, 재해 지원 등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슬람 독성죄법의 남용과 이슬람 극단주의 공격 때문에 큰 고통을 받아 왔다.

쿠츠 대주교는 이슬람 신자가 거의 대부분인 파키스탄에서 종교간 대화에 힘써 왔다. 그는 자신이 이번에 추기경으로 임명된 것은 이러한 노력을 교황이 높이 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교회에서 첫 번째 추기경이던 조셉 코르데이로 추기경은 1994년에 죽었으며, 이번 쿠츠 대주교는 두 번째 추기경이다. 한 사제는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추기경이 나오다니 “우리에게는 한 줄기 시원한 숨통이 트이는 듯하며 큰 자랑이다”고 환영했다.

지난 5월 20일 (왼쪽) 일본 오사카대교구의 마에다 만요 대주교와 (오른쪽) 파키스탄 카라치 대교구의 조셉 쿠츠 대주교가 새 추기경으로 뽑혔다. (사진 출처 = UCANEWS)

한편, 이번으로 6번째 추기경을 맞은 일본 신자들은 최근 도쿄대교구장으로 임명된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가 추기경이 될 것으로 생각해 왔다.

기쿠치 대주교는 아시아 카리타스 의장이며 로마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말씀의 선교수도회 소속으로, 여러 나라 말을 할 줄 알며 가나에서 선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이에 비해 마에다 대주교는 외국어는 전혀 할 줄 모르며 국제 경험도 전혀 없다.

하지만 <아시아가톨릭뉴스> 대표이사인 마이클 켈리 신부는 자기가 보기에는 기쿠치 대주교는 “도쿄에 오래 있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중요한 (교회) 관리로서 카리타스를 비롯해 여러 그가 맡으면 적임일 (교황청) 부서들이 있다.”고 했다.

켈리 신부는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고위직을 임명할 때는 예수회원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의 자문에 귀를 기울인다고 강조했다.

위 두 명 말고도, 교황은 이라크, 포르투갈, 이탈리아, 폴란드, 페루, 마다가스카르 등에 새로 추기경을 임명했다. 또한 관례에 따라 추기경으로 임명되는 교황청의 여러 고위성직자들도 포함됐는데, 2017년에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에 임명된 루이스 라다리아 대주교와 국무원 국무장관인 조반니 안젤로 베추 대주교 등이다. 베추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 때 임명됐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큰 신임을 얻어, 교황청에서 사전 약속 없이 언제든 교황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폴란드인인 콘라트 크라예프스키 대주교는 교황자선소장이다. 교황자선소는 교황의 이름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자선을 맡아 실행하는 교황청 부서로, 크라예프스키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교회를 “야전병원”으로 만들려 노력하는 것을 직접 대표하는 인물로 간주된다.

이라크에 있는 칼데아 동방전례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루이 라파엘 사코 총대주교(바빌로니아 총대주교구)도 이번에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라크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받는 박해를 증언해 왔다.

새 추기경들은 오는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바티칸에서 서임될 것으로 발표됐으나, 나중에 28일로 정정됐다.

한편, 이번에 임명된 새 추기경 가운데 11명은 80살 미만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계자를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참석할 자격이 있다. 이로써 교황선출권이 있는 추기경 숫자는 모두 125명이 됐다. 바오로 6세 교황은 1970년에 교황선출권이 있는 추기경이 120명을 넘지 못하도록 정한 바 있지만, 요한 바오로 2세 때도 이 숫자를 넘겼다. 이번 임명으로 추기경의 총수는 213명이 됐다.

이 추기경들 가운데서 다음 교황이 선출되며, 추기경들은 또한 교황의 자문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pakistan-and-japan-get-surprise-red-hats-from-pope-francis/8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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