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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함께 가야 할 교회신앙과 직제협, '여성' 주제로 그리스도인 일치 포럼 열어

천주교에서 사제 성폭력 사건 대응, 예방교육이 논의되고 실행되는 가운데, 가톨릭과 개신교 일치운동 단체인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신앙과 직제협)가 '교회와 여성, 함께하는 여정'을 주제로 5월 29일 그리스도인 일치 포럼을 열었다.

발제자들을 비롯해 토론에 참여한 이들은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 모두 여성 신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남녀 신자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박은미 가여연 대표, 성직자 성폭력 사건에 '피해자 보호' 강조

한국 가톨릭여성연구원 박은미 대표(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 총무)는 이날 발제에서 지난 2월부터 천주교에서 불거진 '성직자의 성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미투(MeToo) 운동 문제 대응에 천주교에 ▲피해자 인권 보호, ▲솔직하고 개방적인 태도, ▲배제나 차별 없는 구조적인 변화 마련 등 3가지를 건의했다.

우선, 피해자 인권 보호에 관해 박 대표는 “성범죄 사실은 비밀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을 때에야 치유가 시작될 수 있다”면서 “이번에 드러난 수원교구 사건에 대해서도, 2011년에 일어난 일인데 '왜 이제 와서 문제제기를 하느냐'고 묻기보다, 지금까지 피해 사실을 가슴에 묻은 채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 말을 건네고 다독이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자세는 첫째, 피해자의 말을 믿는다, 둘째, 피해 사실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셋째,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공동체 구성원들에게서 받을지 모를 다양한 2차 피해를 막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피해자 신변 보장과 온전한 치유에 참여할 수 있음을 믿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표는 교회가 성폭력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개방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원교구장의 사과 표명(2월 25일), 주교회의 의장 대주교의 사과문 발표(2월 28일) 뒤, “몇몇 사제들은 가해 사제를 대신해 신자들에게 직접 사과”했고, 어떤 성당에서는 미사가 끝난 뒤 신자들이 사제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신자들 역시 부끄럽고 참담한 기분이었을 것”이라며 “신자들이 어떤 항의나 불평을 토로하더라도 (사제가) 공감하며 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배제나 차별 없는 구조적 변화'에 관해 박 대표는 미투 운동 뒤 제기된 “펜스 룰”(남성이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과의 만남을 제한하겠다는 원칙)은 “특정 조직이나 활동에서 여성 자체를 배제하겠다는 위협이며, '남성에 의한 지배' 또는 '남성에게 집중된 권력'을 공고화하는 성차별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미투 운동은 좁게는 남성 중심적인, 넓게는 힘을 가진 세력에 의한 배제와 차별의 구조가 공동체에 얼마나 큰 폭력을 가하는지를 철저하게 규명하고 바로잡자는 운동”이라면서,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하며 “이번만큼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며 고통을 회피하지 말고, 구조적인 변화를 마련하는 데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미 한국 가톨릭여성연구원 대표. ⓒ강한 기자

양현혜 교수, “개신교 여성운동, 교회 여성들에게 더 확대돼야”

한편,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양현혜 이화여대 교수(기독교학과)는 '여성의 자기 회복' 과제와 마주한 한국 개신교가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소개했다. 양 교수는 “개신교사에서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복종하라'는 것은 기존의 권위에 저항하는 모든 이반 집단들을 위한 지속적인 신학적 지주가 되어 왔다”며, 이 점이 가부장제적 부조리의 삶을 살던 한국 여성들에게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 개신교 여성운동은 해방과 억압의 길항 속에서 '한국 개신교 여성의 주체성' 모색을 자각적으로 추구하는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통하여 크게 비약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도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이것을 많은 기성 교회 여성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확대, 대중화해 갈 것인가가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천주교 신학생,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120여 명이 참여했다. 양주열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부소장), 한수현 박사(기독교대한감리회)가 토론자로 함께했다.

자유토론 중, 한 남성 신자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예전보다 교회가 양성평등 관점에서 좋아졌는데, 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 등 대중문화에서는 가부장제, 여성 비하가 많이 드러나고, 신자들도 영향을 받는다”며, 교회에 “문화 감시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 영성신학자 최우혁 씨는 “제가 만난 여성들은 교회를 떠난 경우가 매우 많다”면서 “교회가 너무 억압적”이었고, “여성 본연의 생명성에 집중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그리스도교가 복음의 생명성을 잃은 것은 아닌가” 물었다.

신앙과 직제협 공동의장 김희중 대주교(천주교)는 “그리스도교의 근원은 사랑이며, 사랑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에는 수직적, 차별적 관계보다는 하느님 안에서 모든 성이 한 인격체로서 총체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을 말하기 전에 하느님의 자녀”이며 “하느님의 자녀는 성이나 능력에 따라 차별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개신교 측 공동의장 이홍정 목사(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지금 우리가 차이를 드러내서 말하는 남성성, 여성성은 가부장제에서 학습된 남성성, 여성성이라는 해석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을 연 신앙과 직제협은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 활성화를 목적으로 천주교와 정교회, 성공회 그리고 기독교교회협의회에 참여하는 개신교단이 참여해 2014년 5월에 만든 초교파 단체다. 올해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포럼은 18회를 맞았다.

양현혜 이화여대 교수. ⓒ강한 기자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가 '교회와 여성, 함께하는 여정'을 주제로 5월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그리스도인 일치 포럼을 열었다. ⓒ강한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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