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오순절은 50번째 날이라는 뜻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우리는 며칠 전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으면서, 부활시기를 마감하고 다시 연중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성령의 능력을 되새겨 보고, 이 능력을 통해 일상을 꾸며 가야 할 때라고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성령께서 오신 사건을 기념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다른 말로 오순절이라고도 부르는지 질문하신 분이 계셔서 좀 살펴보고자 합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을 오순절과 혼동하게 되는 데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펜테코스테(Pentecoste)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50번째"라는 뜻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50번째 날을 뜻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냐면, 누룩 없는 빵의 축제인 과월절을 지내고 그날을 기준으로 오십 일째 날이 오순절 축제입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과월절이나 오순절은 모두, 유대인들에게 중요한 축제입니다.

과월절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땅에서 탈출해 온 사건을 기념하는 축제입니다. 급하게 떠나와야 했기에, 누룩을 넣어 빵을 부풀릴 틈이 없었던 그때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오순절은 첫 곡식을 바치는 시기와 연결되어 누룩 있는 빵을 봉헌하며 드리는 추수감사절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오순절(五旬節)은 말 그대로, 열흘을 다섯 번 보냈다는 뜻인데, 유대인들은 과월절을 지내고 오십 일째, 즉 오순절에 추수감사제를 지낸 것입니다. 처음에는 지역마다 알아서 지내던 것이 나중에는 야웨가 정하신(신명 16,11) 곳에서 모든 유대인들이 다 모여 지내게 되었습니다.(가톨릭 대사전, "오순절" 항 참조) 이 때문에 우리의 명절과 같이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났는데, 유대인들은 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유대인들의 축제 위에 그리스도인들의 축제가 덧입혀진 것입니다. 과월절은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절과 만났고, 오순절은 성령 강림 대축일과 만났습니다. 유대인들이 이집트의 종살이를 벗어나 홍해를 건너 하느님의 참 백성으로서 해방을 쟁취한 사건인 과월절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물리치고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간 파스카 사건을 이루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과 사십 일을 함께 지내셨고 승천하셨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지내는 유대인들이 오순절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던 그날,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내려오신 것입니다.(사도 2,1-12 참조) 그날 예루살렘에 모였던 이들은 온 지방 말로 들리는 사도들의 설교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오순절 날의 성령 강림 사건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성령 강림 대축일은 그리스도인들의 축제입니다. 오순절은 같은 날이기는 하지만 유대인들의 축제이고요. 오순절에 일어난 일이라서 "오순절" 즉, 판테코스테(더 정확히는 펜테코스테 헤네라(50번째 날)입니다)라는 말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를, 성령께서는 매우 유용하게 이용하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성령을 받은 우리들 역시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랑을 세상에 더욱 널리 알려야 하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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