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성삼일 (이미지 출처 = Element Christian Church가 vimeo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재의 수요일에 우리 모두가 다 흙에서 왔음을 기억하면서 사순시기를 시작했는데, 어느 사이에 부활을 맞고 봄이 온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018년 올해는 제주 4.3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라 우리는 특별한 부활을 기원하는 게 좋겠습니다. 4.3 희생자들의 영혼이 안식을 얻고,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이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남과 북으로 나뉜 것이 아니라 함께 해방을 맞기를 바랐던 이들이 이제는 제대로 인정받는 것, 그것이 이 나라가 제 모습을 되찾는 의미로서 부활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의 부활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부활을 맞기 위해 얼마나 긴 기다림이 필요한지도 새삼 알아듣습니다. 솔직히 어릴 때는, 교회 안에서 가장 큰 축제를 성탄절로 알고 지냈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한 해 중 가장 큰 축제가 부활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활”이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로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생겨난 것이니까요. 죽음이 모든 것을 말하지 못하게 만드신 분이 계시기에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일은 죽음이 아니라 부활로 귀결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부활절 미사는 꼭 참례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성삼일 전례에 모두 참여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부활절 미사와는 달리 성삼일 전례는 의무적 참석을 명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라는 특별한 사건을 지켜 드리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제자들은 두려움에 도망갔다고 해도, 예수님께서 처하셨던 상황을 알고 있는 우리는 고통받는 예수님의 곁을 지켜 드려야 합니다. 모두가 떠난다고 해도 우리는 남습니다. 이런 각오로 성삼일 전례에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함께하려는 태도는, 교회(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모임)가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삼일 전례에 함께한다는 것은 우리들 역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드러내는 행위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주 단순한 믿음이자 우리의 경험이 함께합니다. 부활의 영광은 수난과 죽음을 거쳐야 온다는 진리입니다. 우리는 성삼일 전례에 함께함으로써 예수님께서 평소에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던 그와 같은 진리를 되새깁니다. 

그러니, 누군가 성삼일 전례에 꼭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아주 중요한 전례인 만큼 가야 한다고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성삼일 전례에 못 가는 이유는, 육체적 질병이나 부상, 야근에 묶여서, 혹은 출장 중인데 주변에 성당이 없어서 등의 현실적인 제약 상황이 될 것입니다. 성삼일 전례에 꼭 가야 합니까? 라는 질문 뒤에, ‘귀찮은데 꼭 가야 하나?’ 라는 마음이 느껴진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문을 박차고 나오시는 게 좋습니다. 머물러 있다가는 ‘나태함’에게 1패 하는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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