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부활시기 잘 보내고 계시죠? 꽃들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 부활의 의미가 더욱 생기 있게 다가옴을 느낍니다. 부활축제가 어찌하여 봄에 이루어지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부활시기엔 부활초를 켠다는 것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빛이시며, 이 빛을 통해 우리의 생명이 되살아 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평일미사에서 미사를 준비하던 복사가 ‘부활초도 켜나요?’하고 물어 왔습니다. 저는 부활시기니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복사는 부활초를 부활성야와 주일에만 켜는 것이라 착각했었나 봅니다. 그에게 답을 하다 보니 부활초는 부활시기가 아닐 때도 켤 수 있다는 걸 덧붙여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독자분들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부활시기가 아닌데도 부활초를 밝혀 두는 날이 언제일까요?

그렇습니다. 세례식에서 사용됩니다. 부활성야에 밝혀지고 특별한 예식으로 축성된 부활초는 세례수를 축성할 때 쓰이고, 우리가 받은 세례성사를 갱신하는 예식에서 쓰이기 때문입니다. 즉, 부활초에서 불을 붙여 와서 신자들이 들고 있는 초에 불을 붙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오셨다는 것을 보여 주며 하느님의 빛을 우리 모두 나누어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모두는 빛의 자녀입니다. 따라서, 부활시기가 아니더라도 세례성사가 거행될 때는 부활초를 켜 두게 됩니다. 그리고 장례미사에서도 부활초를 켜 둡니다. 죽은 이가 이 빛을 통해 부활로 인도될 것임을 알려 줍니다.

부활초 (이미지 출처 = Flickr)

이 기회에 부활초에 그려져 있는 표시들과 장식의 그 의미를 알아 두면 좋겠습니다. 부활초에는 우선 십자가가 새겨 있습니다. 십자가의 위에는 그리스 알파벳의 알파(A), 아래에는 오메가(Ω)가 있습니다. 알파요 오메가는 시작이요 끝이라는 뜻입니다.(묵시 1,8 참조) 십자가 곁에 표시된 그 해의 연수(올해는 2018)는 그리스도께서 지금도 여전히 함께하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십자가 주변의 표시들(알파, 오메가, 연도 표시)은 그리스도께서 역사의 시작과 지금, 그리고 그 마지막이심을 알려 줍니다. 십자가에는 다섯 개의 향덩이가 꽂혀 있습니다. 예수님의 다섯 상처를 뜻합니다.(천주교용어사전 참조)

옛날에는 부활초가 보통 밀랍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벌들이 집을 짓기 위해 만들어 내는 분비물입니다. 사람들은 벌들이 자기 집을 짓기 위해 다른 자연물에서 재료를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에서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그리스도의 동정성을 떠올렸습니다. 달리 말하면, 부활초는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들을 연상시키는 상징인 것입니다.

부활초에 담긴 이 풍성한 의미들을 헤아려 보자면, 부활시기가 아니더라도 주님께서 부활하신 주일에도 부활초를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이렇게 자주 켜 두려면 부활초가 상당히 크게 제작되어야 하겠지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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