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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수색장비 투입과 구명정 발견, 멈출 수 없는 이유"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 "원인 알지 못한 1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은 두 척의 구명벌이 발견될 때까지, 그리고 블랙박스를 회수해 침몰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이 세워질 때까지 끝날 수 없습니다.”

2017년 3월 31일 오후 1시(현지시간)쯤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당시 구조된 필리핀 선원 2명을 제외한 한국인 선원 8명, 필리핀 선원 14명은 1년여 지난 지금까지 실종 상태이며, 침몰 원인도 알지 못하고 있다.

3월 26일 침몰 1년을 앞두고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박의 침몰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심해수색장비를 동원해 블랙박스를 회수해 달라”고 정부에 다시 요청했다.

가족대책위 허경주 공동대표는 “가족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수색 재개를 호소하고 심해수색장비 투입을 위한 청원 등 치열하게 싸워 왔다”며, “현재 스텔라데이지호와 비슷하거나 더 낡은 선박 27척이 여전히 바다에 떠 있다. 이 배에서 일하는 1000여 명의 선원 안전을 위해서라도 안전을 담보하고 사고 재발을 위한 첫 번째 선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에 있었던 두 척의 구명정은 사고 직후 발견됐지만, 구명벌 두 척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집중 수색에서 통항 수색”으로 전환했다. 통항 수색은 인근을 지나가는 선박에 의해 발견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 2월 24일 남대서양에서 조난 14개월 만에 발견된 그리스선박의 구명정. (사진 제공 = 스텔라데이지가족대책위)

가족대책위가 구명벌 수색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지난 2월 24일 인도 선박이 남대서양 사고 지점 300마일 지점에서 구명벌로 보이는 오렌지색 보트를 발견했지만 3일 뒤, 스텔라데이지호의 것이 아니라 2016년 12월 화재로 침몰한 그리스 선박의 구명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대책위는 “이 구명정은 조난 뒤 14개월 동안 양쪽 문이 열린 채 해상을 떠다녔는데도 외부 손상도 없이 내부 물품도 그대로 보존됐다”며, “같은 해역을 표류한 스텔라데이지호의 구명벌도 온전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며 수색 재개를 호소했다.

심해수색장비 투입에 대해서도 이들은 “지난해 말 국회 예결위는 심해수색장비 투입을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예산안을 전액 삭감했지만, 스텔라데이지호에 대한 투입이 제대로 된 첫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1980년 9월 침몰한 영국 더비셔호는 처음 사고원인이 태풍으로 인한 기상악화로 발표됐지만 20년 뒤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 수색한 결과 사고 원인이 선박의 구조적 결함으로 밝혀졌으며, 이에 따라 영국은 선박안전기준을 강화하고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가족대책위 허경주 공동대표는 당시 영국 더비셔호는 스텔라데이지호와 비슷한 규모의 화물수송선이었고, 수색 시기도 18년 전인 2000년이며, 수심도 1200미터나 더 깊었는데도 선명한 사진으로 원인 규명을 할 수 있었고 심지어 침몰 원인이 다르게 밝혀졌다며, “이미 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심해수색에 따른 블랙박스 회수가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스텔라데이지호에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허경주 공동대표는 또 현재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을 비롯해 한국 선사가 보유한 27척의 개조 화물선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스텔라데이지호보다 더 낡은 선박도 있다고 설명했다.

3월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폴라리스 쉬핑 소속 선박, ‘스텔라이글호’가 민관합동 안전점검 중 승인되지 않은 설비 변경이 발견돼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또 영국 해운기술 전문가 에드워드 볼라스턴은 2017년 5월, 2013-2016년 사이 전 세계 선박 사고 가운데 50퍼센트가 선박개조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스텔라데이지호를 주요 사례로 들었다.

3월 26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에 즈음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정현진 기자

이와 더불어 허영주 공동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이 유조선을 개조한 광석운반선은 개조 구조상 위험을 일상적으로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석운반선을 20년 이상 탔던 사람의 제보를 받았다며, “유조선과 광석운반선은 설계 자체가 달라서, 유조선은 밑바닥 철판이 1겹, 광석운반선은 2겹인데, 유조선을 개조하면 화물칸 가운데 부분만 철판을 덧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구조에서는 물에 띄워 바닥이 젖은 종이 상자 한가운데에 무거운 돌을 얹은 것과 같은 상황이다. 상자의 한가운데가 뚫리고 주변이 찢어지는 것처럼 스텔라데이지호 역시 같은 원리로 침몰해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위험성을 해수부 등 관련 기관이나 선사에서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인데, 아직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 사실은 폴라리스 쉬핑 김완중 회장도 인정했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이 절박한 것은 바로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은 가족들과 이후 대책에 대해 아무 논의를 하지 않고 있으며, "심해수색장비 투입은 원하는 이들이 하라. 재발 방지나 진상규명은 정부의 몫이지 사기업의 몫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가족대책위와 시민대책위, 정부는 ‘심해수색장비 투입 검토’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4월 중에는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가족대책위 허영주 공동대표는 “1년이 다 되어 간다. 보통의 해양사고는 한달 만에 끝난다. 스텔라데이지호는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를 비롯해) 아주 드문 경우”라며, “1년 동안 가족들이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구명벌 두 척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견될 때까지 끝날 수 없는 사건이고, 가족들은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와 시민대책위는 침몰 1년을 맞아 3월 31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문화제 ‘1년의 기다림’을 진행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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