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불상에 표현된 부처님은 보통 엄지와 검지를 맞대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부드럽게 편 모양을 보여 줍니다. 이때 엄지와 검지가 만나 이루는 원은 법륜(부처의 가르침을 수레바퀴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의미하고 펴진 손가락과 손바닥은 깨달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을 그린 그림이나 조각상에서도 예수님이 취하고 계신 오른손의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단지, 정확히 그 모양새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심 질문을 던졌다가 확인해 보는 것을 잊고 지내 왔을 뿐이지요. 이것에 대해 질문해 오신 분이 계셔서 오늘은 다시 깜빡 잊기 전에 예수님의 손가락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손 모양으로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단지 성화나 성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도 여전히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의사전달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검지 손가락을 펴서 입에 갖다 대면 정숙을 요청하고, 손바닥을 보여 주면서 흔들면 ‘아니요’ 혹은 ‘안녕히 가시오’라는 뜻입니다.

보이스카우트나 걸스카우트 대원들은 검지, 중지, 약지를 펴고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붙여서 그들만의 맹세를 합니다. 더불어 잘 듣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사용하는 수화는 손 모양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 줍니다.

이처럼 고대 사회에서도 손 모양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가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마이크 시설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에는 손의 몸짓을 통해 통치자나 웅변가는 청중에게 정숙, 동의, 지지 등을 요청했습니다. 즉, 손 모양이 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당시의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예수님의 모습을 그린 이콘에서 예수님이 취하고 계신 오른손의 모양이 남다른 것은 예수님을 표현했던 작가들이 그 손 모양을 통해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손가락의 뜻.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콘에 등장하는 가장 일반적인 예수님의 오른손 모양은 검지를 하늘로 펴고, 중지도 위쪽을 향하지만 검지보다는 살짝 부드럽게 편 상태입니다. 그리고, 약지와 엄지가 만나고 있고, 새끼손가락을 중지처럼 부드럽게 펴서 위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손 모양이 뜻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예수스 크리스토스 IHCOYC XPICTOC)에서 예수(예수스)의 맨 첫자인 I 와 맨 마지막 자인 C, 그리스도(크리스토스)의 맨 첫자인 X와 맨 끝의 C를 손가락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단순히 예수님께서 당신의 신원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그 이름으로 축복을 받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손 모양은 ‘예수 그리스도’를 표시하고 있으면서 ‘내가 그대들을 축복합니다’하고 계신 것이지요.

여기에 담겨 있는 또 다른 의미는 매우 신학적인데, '삼위일체'(Trinity)와 '강생'(Incarnation)입니다. 즉, 펴진 세 손가락(검지, 중지, 새끼손가락)은 한 하느님이면서 세 위격을 지니신 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엄지와 약지의 만남은 신성과 인성의 만남, 즉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꼭 위와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손가락 세 개는 펴져 있고 두 개는 접혔거나, 두 개는 펴져 있고 세 개는 접힌 손모양은 기본적으로 삼위일체와 강생을 의미한다고 보시면 무난한 해석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의 손짓도 이웃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축복하는 것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해 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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