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우리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 '천주 성자'라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복음 여기저기에서 예수님께서는 정작 당신을 '사람의 아들'이라고 부르시곤 했습니다. 

교리 수업을 하다 보니 예수님께서 '사람의 아들'이라고도 불리는 것에 대해 좀 어색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 듯합니다. 예수님이 신앙의 대상이므로 지존의 자리에 모시고 최고 호칭으로 불러드리고 싶은데 “사람의 아들”이면 격이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당신을 그렇게 부르셨는데요. 그래서 예수님을 부르는 다양한 칭호에 대해 무엇은 좋고 무엇은 안 좋다 식으로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시자 완전한 인간이시기 때문에 하느님이라고 고백해도 좋고,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해도 그만이고, 사람, 사람의 아들이라고 불러 드려도 되겠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고 했다.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그런데 어찌하여 많고 많은 별명 중에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하필 '사람의 아들'이라고 부르셨을까요? 정해진 답이 없으니 독자분들도 부담없이 답을 해 보실 수 있겠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티 내기보다는 '사람의 아들'이 겸손한 표현이라 느끼셨던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겸손함까지 갈 필요도 안 느끼셨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성모님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이니 지극히 당연한 표현으로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반면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심으로써 스스로는 자연스럽게 그분의 '아들'이 되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수님 덕분에, 이렇게 우리도 모두 사람의 아들딸인 동시에 하느님의 아들딸이 됩니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오랫동안 더 깊은 뜻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이 호칭은 구약의 에제키엘 예언서에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에제키엘 예언자 자신을 가리키는 호칭입니다만 예언자가 살았던 쉽지 않았던 삶을 당신도 겪으셔야 했기에 예수님은 이 표현을 선택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구약에서 묵시문학으로 드러나고 있는 다니엘서에 따르면 '사람의 아들'은 세상 마지막에 사람들을 구원하러 오는 영원한 통치자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예수님의 정확한 속뜻은 모른다고 해도, 예수님이 사용하신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자녀라는 의미로만 쓰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과 동시대를 살았던 유대인에게도 '사람의 아들'은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예언자', 마지막 날 자신들을 구원해 줄 '통치자'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분이 행하시는 이적을 체험하면서 사람들은 성경을 통해 예전부터 들어 온 '사람의 아들'이 드디어 오셨다는 것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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