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등 신앙과 삶 일치를 위한 실천적 주제 중심

학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한 교부 문헌 총서가 우리말로 번역 출판됐다.

한국 교부학연구회와 분도출판사는 1월 3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교부 문헌 3권의 한국어판이 나온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번에 출판된 교부 문헌은 대 바실리우스(4세기)의 “내 곳간들을 헐어 내리라 / 부자에 관한 강해 / 기근과 가뭄 때 행한 강해 / 고리대금업자 반박”,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2세기)가 쓴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 키프리아누스(3세기)의 “선행과 자선 / 인내의 유익 / 시기와 질투”다.

이 책들을 각각 번역하고 주석을 쓴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 총장), 하성수 교부학연구회 선임연구원, 최원오 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우리말 교부 문헌 3권은 신자들의 경제, 사회생활, 그리고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교부학연구회와 분도출판사는 이처럼 신앙과 삶의 일치를 위한 실천적 주제를 담고 있고, 한국 현실에 꼭 필요한 교부 문헌 50권을 골라 매년 다섯 권씩 펴낼 예정이다.

노성기 신부는 오늘날은 그리스도교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말과 행동이 따로”인 것이 문제라며, “분량이 적고, 감동적이며, 신앙과 삶을 일치시켜 줄 수 있는 내용”을 대중판 교부 문헌을 고르는 조건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성수 연구원이 덧붙인 “번역의 원칙”은 “고등학교 나온 사람들은 모두 이해할 글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1월 3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왼쪽부터) 노성기 신부, 하성수 교부학연구회 연구원, 최원오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대중판 교부 문헌 총서 세 권이 우리말로 나온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강한 기자

대 바실리우스의 책에 대해 노 신부는 “오늘날 자본주의, 특히 금융위기 뒤 전 세계가 탐욕에 물들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면서 “바실리우스는 이미 1600년 전 부자들의 것은 그들의 것이 아니고 가난한 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부들의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부러움과 존경”이 담긴 말이었는데 “오늘날은 교회가, 신앙 따로, 삶 따로 살기에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다시 초대교회의 정신을 강조해 사람, 가정, 직장, 지역사회가 변하면 한국 사회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최원오 교수는 “세 권에 담아낸 작품은 교부 문헌 가운데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 사회교리에 따라 현실에 어떻게 투신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책임을 현실 속에서 발휘할지 고민이 담겼다”고 말했다.

하성수 연구원은 자신이 번역한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를 쓴 클레멘스가 살던 2세기 알렉산드리아나 21세기 한국이나 부자들의 삶, 극심한 빈부격차는 거의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하 연구원은 부자의 구원은 “당연히 나눔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좋은 책 한 권이 나오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면서 “교회가 그리스어, 라틴어, 특히 교부학 분야는 평신도 학자들을 많이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용어집”에 따르면 교부란 ‘교회의 아버지’라는 뜻으로 1-8세기경 고대 교회에서 신앙과 교회 생활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준 이들을 말한다. 교회는 고대성, 교리의 정통성, 거룩한 생활, 교회의 승인이라는 기준을 갖춘 이들을 “교부”라 부르며, 오늘날 보편 공의회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가하는 주교들을 “교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총서간행위원회는 노성기 신부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분도출판사 강창헌 편집장을 비롯해 교부학자 12명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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