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합의한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 약속 이행 요구

2012년 천주교 수원교구의 중재로 두물머리 일대에 생태학습장을 조성하기로 했던 사회적 합의가 6년째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 합의에 따라 두물머리를 떠났던 농민들은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해 온전한 해결과 합의 이행을 요구했으며, 정부는 이를 받아 국토부와 법무부 등 해당 부처에 보내 확인을 지시한 상태다.

또 농민들은 이주 당시 농민들이 입었던 피해에 대한 온전한 보상과 새 농지 마련을 위해 받은 대출금을 현실적으로 갚을 수 없어 농사를 포기할 위기에 대한 대책도 요구하고 있다. 두물머리 싸움이 끝난 지 6년째를 맞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농사를 계속 짓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민원제기는 수원지법이 농민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면서 이뤄졌다. 양평군과 합의할 당시 농민과 양평군 사이의 소송은 모두 취하했지만,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두물머리 농지에 대해 수용재결한 것을 취하해 달라는 소송은 취하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속 진행됐다. 수원지법은 이 소송 비용 1313만 2000원에 대해 청구 확인을 해 온 것이다.

해당 소송은 이미 합의가 이뤄진 이후에 진행돼 재판 근거가 없어진 소송이다. 농민들은 수원지법이 청구액 내역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한 것에 이의제기를 한 상태다.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은 기초 작업만 마친 채 지금까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정현진 기자

최요왕, 서규섭 씨 등 두물머리 농민들은 이번 청구에 대한 이의제기와 함께 합의 직후 진행된 두물머리 농민들에 대한 보상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었던 점, 농지 이전을 하면서 융자한 자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점,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였던 생태학습장 조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민원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4대강 사업에 맞서 농지를 지키려던 두물머리 농민들의 싸움은 2012년 8월 수원교구의 중재로 정부와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에 합의하고 긴 싸움을 끝냈다. 당시 농민들은 생태학습장 내 유기농지는 개인의 몫이 아니라며, 모두 다른 농지를 구해 떠났다.

2012년 8월 14일 합의한 내용은 경기도와 양평군, 전문가 집단과 민간이 협의체(거버넌스)를 구성해 호주의 세레스 생태공원과 영국의 라이튼 생태공원 등을 모델로 유기농 체험과 교육을 위한 생태학습장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 합의서에는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와 당시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심명필 본부장이 서명했다.

합의에 따라 국토부장관, 경기도지사, 양평군수 등 관이 추천하는 6명, 천주교와 농민이 추천하는 6명이 ‘두물지구 생태학습장 추진협의회’를 구성했으며, 기본계획, 설계와 시공, 운영까지 3단계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당시 국토부가 양평군에 지원한 예산은 34억이다.

그러나 양평군은 2013년 12월 1단계 사업인 두물머리 일대 기반사업이 완료되자, “생태학습장 조성이 완료됐다”며 추진협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결국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은 철거와 기반사업 단계에서 6년째 멈춰 있다.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 합의는 당시 농민들의 요구가 100퍼센트 반영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기농이 표방하는 가치와 농지 보존이라는 목적을 위해 선택한 결과였다. 농민들은 합의 전부터 ‘시민참여형 두물머리 대안 모델’을 연구해 두물머리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안 농장, 유기농 학교 등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주민이 협치를 이뤄 두물머리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가장 먼저 양평군이 두물머리 정비공사가 끝난 직후인 2014년 1월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생태학습장이 조성됐기 때문에 협약서 조항에 따라 협의체를 해산한다”는 것과 “예산이 없다”는 것이 양평군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애초 협의체의 최종 목적은 지역 정비가 아니라 학습장 공간을 조성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단계였다.

2014년 3월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용역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당시 정희규 국토교통부 하천운영과장은 “사업 완료”라는 양평군의 입장에 대해 “중앙정부로서는 지자체 결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지만 주민과 양평군 사이에 다시 협약이 이뤄진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현진 기자

두물머리 농민이었던 최요왕 씨(요한)는 2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합의를 지키기 위해 다시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민관협치(거버넌스)라는 형식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더라도 약속을 지키고 제대로 시도해 보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합의는 농민들이 싸움을 멈추고 두물머리를 떠나도록 만든 '기만'이었다며, "힘있는 이들의 이런 기만이 힘없는 이들의 삶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농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융자를 받아 땅을 마련했고, 이자와 원리금 상환 문제가 심각하다며, “두물머리 농민들의 융자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에 형평성 등의 문제제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또한 4대강 사업으로 생겨난 문제이고, 처음 농민들은 국가가 농지를 사서 임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빚을 내 농지를 사도록 했다. 또 이주 지역도 양평군을 벗어날 수 없어 농지 구입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요왕 씨의 경우 평당 50만 원의 땅 약 6600제곱미터(2000평)를 샀다. 대출을 받을 당시 정부는 대출금을 3년 거치, 17년 원금 상환으로 갚도록 했지만, 2015년 농민들이 현실적 문제를 제기하자 10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바꿨다. 농민들은 앞으로 5년 뒤부터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최요왕 씨는 원금 상황을 하게 되면 1년에 약 5500만 원을 갚아야 하지만, 이는 1년 소득을 훨씬 넘는다.

당시 두물머리를 떠난 또 다른 농민은 평당 10만 원의 훨씬 싼 땅을 샀지만 농사 수입으로는 이자마저 갚을 수 없어 농사를 접었다.

최요왕 씨는 농민들이 땅값을 감당하면서도 계속 농사 지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요청했지만, 사실상 농지 문제는 두물머리 농민들만의 문제도 아니며, 부동산 전체 문제와 농업 전반의 문제가 얽힌 복잡하고도 거대한 문제라고도 말했다.

그는 땅을 소유하자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계속 짓게 해 달라는 요청이라며, “생태학습장 조성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지키는 것 또한 농업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두물머리 농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통해 농업과 농민의 전반적 문제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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