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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십자 나무의 기억4대강 사업 피해지역 두물머리 유기농지와 피해 농민의 대책을 촉구합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시기에 경기도 팔당 두물머리 일대 27헥타르는 한강 사업 제1공구로 지정되었고 이 지역에서 40여 년 동안 유기농을 해 오던 농민들과 정부의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2009년 11월, 두물머리 강변에서 4대강 사업 반대와 팔당 유기농지 보전을 위한 첫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하면서 두물머리 농민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4대강 사업 반대와 유기농지 보전을 위한 농민들의 싸움은 2009년 봄부터 2012년 여름까지 계속되었고 그 와중에 소송과 재판, 연행과 벌금, 시위와 강제집행이 반복해서 일어났습니다. 4년 동안 두물머리 농민들은 투쟁이 일상이 돼 버린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우애와 환대가 살아 있는 작은 마을, 두물머리 930일

한국 유기농업의 발원지인 팔당 두물머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몰아쳐도 4대강 토건 공사에 맞서 싸워왔던 지난 4년여 동안 사람들이 함께 유기 농사를 짓고, 축제도 즐기는 장소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 중심에는 두물머리를 지켜온 사람들의 미사인 ‘두물머리 930일 생명 평화 미사’가 있었습니다. 2010년 2월 17일 재의 수요일 두물머리 미사를 시작으로 수많은 시민이 찾아왔고 930일 동안 연인원 4만여 명의 시민이 두물머리를 찾았습니다. 두물머리에서 사람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내기를 하고 배추와 감자를 수확하기도 했고, 가끔은 악기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며 신나는 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우애와 환대가 살아 있는 작은 마을, ‘씨 뿌려야 밥 나오지, 공사 말고, 농사 짓자!’라는 당당한 외침이 만들어간 두물머리는 우리들의 고향이자, 미래였습니다.

‘두물머리 생태 학습장 사회적 합의’- 치유와 상생, 평화와 공존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신념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천주교 사제들의 눈에 비친 두물머리는 피아의 편을 가른 싸움의 공간도 아니요, 승부를 가르는 전쟁터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저 어루만져야 할 아픔이 있는 곳이며 그러하기에 또한 치유와 상생, 평화와 공존의 희망이 싹트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대립과 갈등은 상생과 평화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두물머리의 평화가 곧 세상의 평화와 맞닿아 있음을 두물머리 십자 나무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천주교 수원교구 이용훈 교구장 주교님은 행정대집행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있는 두물머리 농민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셨고 정부와 농민이 한 걸음씩 물러나 주먹 대신 머리와 가슴을 맞대기를 호소하셨습니다. 생태공원의 내용에 유기농의 역사를 더하고 농민들의 요구에 정부의 행정력을 보태 상생의 모델을 만들자는 주교님의 제안으로 지난 2012년 8월 14일, 정부와 농민들은 두물머리를 호주의 세레스 공원과 같은 생태 학습장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장영식

두물머리는 농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유기농의 역사가 담긴 땅이기도 했습니다. 일상과 생계가 파괴되는 고통을 감당하면서 3년 4개월을 버텼던 농민들의 요구도 이 땅을 보존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생명평화 미사가 봉헌된 이유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수용 불가 방침은 확고했습니다. ‘두물머리 생태 학습장 조성’은 이렇게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던 가운데 어렵게 도출된 합의였습니다. 농민들은 개인 경작권을 포기하고, 정부는 4대강 사업 내용을 배제함으로써 두물머리를 최대한 생태적이고 공익적인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 계속 농사짓게 해 주세요!

사회적 합의라는 방식으로 두물머리 생태 학습장 조성을 결정한 2012년 8월 14일의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기억입니다. 두물머리 농민들의 용기는 어느 한쪽이 패배하는 결과를 통해 대립과 갈등, 불신과 폭력을 키워가는 방식이 아닌 서로가 이기고 공생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것이었습니다. 두물머리 생태 학습장은 정부와 경기도, 민간이 추천한 12명의 위원들과 간사 역할을 맡은 양평군이 거버넌스로 ‘생태 학습장 추진협의회’를 꾸려 두물머리가 호주의 세레스와 같은 세계적인 생태교육의 명소가 되고 경기도와 양평군, 지역의 자립과 발전을 도모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이 ‘사회적 합의’에 대한 약속을 끝까지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 연말에 정부(양평군)는 협의기구 종결을 선언했고, 정부 측 위원들을 철수시켰습니다. 협의기구가 일방적으로 종결된 후 두물머리를 수변공원으로 만들려는 몇 번의 시도가 포착되었습니다. 농민들과 환경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면 양평군과 한강유역청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농민들은 정부가 이렇게까지 약속을 경시할 줄은 몰랐다고 한탄했습니다. 허탈함을 넘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어디서부터 회복해야 하는지 막막해질 뿐이었습니다. 사회적 합의 이후 두물머리를 떠나 인근에서 유기농업을 지속하기 위한 이주농지 마련을 위해 빌렸던 토지융자금을 갚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지켜지지 않은 정부의 약속은 일상과 생계가 파괴되는 고통을 감당해야 했던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더욱 또렷이 떠올리게 합니다.

정부와 경기도는 농민들에게 이주농지 구매비용을 3년 거치 17년 상환 조건으로 융자해 주었습니다. 3년이 지나고 이자와 융자금을 상환하지 못하여 파산하는 농가가 발생했고, 농민들이 이의를 제기하여 현재는 10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융자조건이 변경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거치 기간이 연장되긴 했지만, 피해 농민들의 사정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거치 기간 연장을 받아들인 것도 당장 상환이라는 급한 불을 끄지 못하면 파산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기저리융자라고는 하지만 오늘날의 농업조건으로 농사를 지어 매년 2000-9000여만 원을 갚는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유기농을 포기하지 않으면 엄두도 낼 수 없는 금액입니다. 그나마 상환하고 있는 농민들도 일가친척을 동원해 빚을 내어 빚을 갚는 형편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파산이 불 보듯 뻔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이자를 내기 위해 일용직을 고민해야 하는 비참한 현실을 온전히 농민들에게 감당하게 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2월 정부는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했습니다. 참으로 기막힌 일입니다. 잘못된 국책사업이 남긴 피해와 상처를 이렇게 계속 떠안아야 하는지 답답하고 억울한 농민들의 마음을 마땅히 호소할 곳도 없습니다.

치유와 상생,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다시 기억해야 할 때

예멘 난민들에 대한 혐오,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언과 비난, 여성에 대한 차별, 재벌 회장들의 더러운 갑질, 젠더 폭력에 대한 분노와 혐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혜화역 여성들의 집회 등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온통 차별과 혐오라는 또 다른 물신주의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의 마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기도 손을 모으곤 합니다.

며칠 전 홍세화 선생님의 칼럼을 읽었습니다. "오랫동안 국가폭력에 익숙해진 우리는 오로지 물적 조건으로 힘의 크기가 규정되는 사회에서 맘몬의 숭배자, 힘의 숭배자가 되었고 그리하여, ‘갑’은 ‘을’에게 행사하고 ‘을’은 당한 만큼 ‘병’에게 풀어내는 방식이 자리 잡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성 소수자들 사이의 연대가 거의 일방적으로만 유효하듯이, 젠더 폭력의 오랜 피해자인 여성들 대부분이 더 약한 소수자인 난민들에게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더 공격적인 혐오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한동안 잊고 살았던 ‘두물머리 정신’이 다시 기억났습니다. 우애와 환대가 살아있는 작은 마을, 두물머리가 보여주었던 치유와 상생, 평화와 공존의 가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물머리 사회적 합의를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4대강 사업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이고, 4대강 재자연화의 시발점이며 치유와 상생,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이를 잘 지켜내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사회의 진보, 정치의 진보, 행정의 진보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농민들이 다시 모여 두물머리 생태 학습장 조성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지켜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었던 농민들이 빚더미에 앉아 그들의 삶이 파괴되지 않기를, 그들의 소망인 생명 농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기를 더욱 간절히 기도합니다.

특별히 지난 6.13 지방 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정책질의에서 두물머리 유기농지와 피해 농민에 대한 대책으로 당시의 기록, 현재 상태, 농민들의 의견을 정밀 분석 연구하여 농민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님의 약속, 꼭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김재욱(플로렌시오)

수원교구 공동선사제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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