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해체되고, ‘생태학습장 조성 사업’ 추가예산 기각돼

▲ 농지와 지장물이 모두 철거, 정비된 두물머리 ⓒ정현진 기자

지난 2012년 8월, 4대강 사업 구간 중 유일하게 사회적 합의를 이뤘던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시민단체, 주민이 협치를 이뤄 1년 넘게 운영된 두물머리 협의체는 정비공사가 마무리된 후인 올해 초, 양평군이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면서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두물지구 생태학습장 조성 계획의 시작은 2012년 8월 14일, 정부와 천주교, 두물머리 농민의 협의를 거쳐,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와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이 최종 합의를 함에 따라 시작됐다. 당시 이 주교와 심 본부장이 서명한 합의 내용은 “한강 두물지구에 ‘생태학습장’을 조성하며, 지자체(경기도, 양평군) 주관으로 관계 전문가, 민간 등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한다. 필요 예산은 정부에서 지원하며, 구체적인 추진방안은 협의기구에서 결정하고, 생태학습장 모델은 영국의 라이튼 정원, 호주의 세레스 환경공원을 참조한다” 등이다.

또 애초 협의체 목표에 따르면, 2013년 3월부터 6월까지 기본계획 수립과 운영주체 조직 구성 등 1단계 계획을 추진하고, 2013년 12월까지 설계와 시공, 운영주체 조직 컨설팅을 거쳐, 이후 운영주체에 의한 운영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3년 말까지 이 계획의 1단계 사업 중 일부만 추진된 상태다.

양평군, 협의체 불참 선언…‘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 완료됐다’는 입장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정부 · 지자체가 7년은 지원해야”

두물머리 정비공사가 마무리되자, 양평군은 올해 1월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양평군은 사업이 완료됐기 때문에 “(협의체는) 생태학습장 조성 사업이 완료된 후 해산한다”는 협약서 조항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이는 협의체에 참여한 시민사회 단체, 주민 측과 정부가 ‘생태학습장 조성 사업’ 내용에 대해서 서로 다른 입장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애초 정부와 지자체가 두물머리 지구 4대강 사업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의도였다는 의심을 받는 것은, 양평군이 ‘사업 완료’라고 말하는 현재 두물머리 정비 상태가 다른 지역의 4대강 사업 형태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태학습장 조성 사업은 애초 영국의 라이튼 정원이나 호주의 세레스 환경공원을 모델로 삼았던 만큼,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학습장을 위한 공간 조성과 프로그램 마련, 운영을 위한 협의와 준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완료되는 사업이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20일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용역결과 발표회’에 참석한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거의 완벽한 제안서가 마련됐음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외면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면서, “공간 조성이 완성되고 프로그램과 운영 주체가 결정된 후에도, 7년은 지나야 국제기준에 맞는 생태학습장이 될 수 있다. 7년 후 지원을 축소하고 독립 운영을 하게 되더라도 그 이전까지의 지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평군이 사업 완료를 선언하고 나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예산이다. 1단계 정비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34억원. 협의체가 다음 단계 사업 시뮬레이션 결과로 예상하는 예산은 약 89억원으로 2016년까지 시설 조성과 관리, 유지와 보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그러나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해체되고, ‘생태학습장 조성 사업’에 대한 추가 예산이 기각되면서, 양평군은 더 이상 예산을 확보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예산 확보뿐만이 아니다. 생태학습장 운영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우선 생태학습장 운영주체에 대해 협의체는 사단법인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지만, 양평군은 지자체가 하천 유지관리 차원에서 운영, 관리한다는 입장으로 인근 세미원과 함께 두물머리를 유료 운영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또 양평군은 생태학습장 조성 완료와 함께 기존 협의체 역할도 종료됐다고 통보하면서, 운영을 위한 별도의 ‘주민협의체’ 구성안을 내놨다. 그러나 협의체 활동 여부에 대해서는 협의체 내부 결정 사항이며, 양평군의 일방적 권한은 없다.

▲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용역결과 발표회’.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마이크 잡은 이)이 발표회에 참여한 정희규 국토교통부 하천운영과장에게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부탁했다. 정희규 과장은 이 자리에서 “지자체에 관여할 권한은 없으나, 합의가 이뤄진다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사회적 합의의 정신으로 이룬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좋은 결실 맺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지난 20일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용역결과 발표회’에 참여한 정희규 국토교통부 하천운영과장은 양평군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중앙정부로서는 지자체 결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그러나 주민과 양평군 사이에 다시 협약이 이뤄진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이며, 예산 역시 지자체 하천 관리 예산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천주교 측 추천으로 협의체에 참여했던 이상헌 교수(한신대학교 지역발전센터 소장)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답답한 상황이지만 다행히 국토부에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토부와 양평군, 협의체가 진정성을 갖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제안하고 있다. 국토부에서도 지원하겠다고 나섰으니, 협의체를 복원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현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더 노력할 여지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결국 주민이 참여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별도로 주민 교육을 위한 전문가들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여전히 해야 할 역할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역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처음부터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은 사회적 합의의 정신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끝까지 이해와 배려로 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생태학습장 사업이 양평군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라면서, “유일하게 민관 갈등의 현장에서 합의를 이뤘던 것이니만큼 끝까지 좋은 결실을 맺도록 노력할 것이다. 협의체도 양평군도 서로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거버넌스, 협치의 틀로 시작했으니, 대립보다는 인정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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