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정평위, 생태학습장 조성 이행 촉구

“4대강사업 피해 농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 두물머리 사회적 합의를 지키는 것이 4대강 재자연화의 시발점입니다.”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두물머리 생태 학습장 재개와 4대강사업 피해 농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평위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2012년 8월 14일 정부와 두물머리 농민들이 생태 학습장 조성을 합의했지만 6년이 지나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두물머리 생태 학습장 조성 재개를 위해 정부와 경기도가 적극 나서라”고 요청했다.

2012년 당시 두물머리 농민과 국토부, 경기도, 양평군은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중재로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두물머리 지역 4대강사업 반대 싸움 3년 만에 이뤄진 ‘사회적 합의’였다.

당시 합의한 사업 내용은 경기도, 양평군, 관련 전문가와 민간이 협의체를 구성해 호주의 세레스 환경공원 등을 모델로 하는 ‘생태학습장’을 만든다는 것으로 천주교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와 당시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심명필 본부장이 서명했다.

‘생태학습장’ 조성의 핵심은 두물머리 지역에서 유기농이 유지되는 것이며, 이 농지를 바탕으로 유기농 교육과 체험이 이뤄지는 것이다.

합의에 따라 국토부장관, 경기도지사, 양평군수가 추천하는 6명과 천주교, 농민이 추천하는 6명으로 ‘두물지구 생태학습장 추진협의회’가 구성됐으며, 사업은 기본 계획부터 설계와 시공, 운영까지 3단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었다. 국토부는 이 사업에 국비로 34억여 원을 양평군에 지원했다.

그러나 양평군은 2013년 12월 1단계 기반 사업이 완료되자, 생태학습장 조성 완료를 통보하고, “사업이 완료된 후 해산한다”는 협의회 운영규정 14조에 따라 협의회 해산을 결정했다. 협의회는 학습장 조성 완료와 운영이 이뤄질 때까지 협의회가 책임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양평군은 생태학습장 조성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고, 기반 공사만 이뤄진 채, 6년이 흘렀다.

약속된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은 기초 작업만 마친 채 지금까지 미완성이다. ⓒ정현진 기자

정평위는 2012년의 ‘사회적 합의’는 “어느 한쪽이 패배하는 결과를 통해 대립과 갈등, 불신과 폭력을 키우는 방식이 아닌, 서로가 이기고 공생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에 던져 준 소중한 교훈이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약속 불이행으로 중지된 두물머리 생태 학습장 조성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합의에 따라 대체 농지로 이전해 유기농을 지속하고 있는 두물머리 농민들이 농지 마련을 위해 빌린 토지구입 융자금을 갚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늘날 농업 조건으로 농사를 지어 매년 2000-9000여만 원을 갚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나마 상환하는 농민들도 빚을 내고 있는 형편이다. 파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걱정했다.

2012년 당시 대체농지를 찾아 이주한 농민들은 융자를 받아 땅을 샀다. 농민들은 이주하게 된 이유가 4대강 사업이므로 국가가 농지를 사서 임대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장기저리융자로 땅을 사도록 했다. 한 농민의 경우 제곱미터당 15만 원에 6600제곱미터를 3년 거치, 17년 원금 상환으로 샀다. 원금 상환을 하게 되면 1년에 5500만 원을 갚아야 하지만 이는 농지 소득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제곱미터당 3만 원에 땅을 산 다른 농민은 이자마저 감당할 수 없어 이미 농사를 접었다.

정평위는 “4대강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지금 상황에 내몰린 것은 농민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며, 무리한 사업추진과 강제이주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고, “농민들의 요구는 융자 탕감이나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경기도가 농민들이 살 길을 함께 찾아 달라는 것”이라며 정부와 경기도의 역할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농지구입 융자금 관련한 요구는 전례가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이미 생긴 농민피해에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평위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 자체가 여론과 상식,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그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파행적이고 독선적 국책사업이었다”며, “피해는 전례 없이 특별하게 주고 대책은 형평성 운운하는 공무원들의 발상에 깊은 실망감과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평위는 4대강 사업 피해 농민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2012년 8월 14일 사회적 합의를 지켜 내는 것이야말로 4대강 사업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이며, 4대강 재자연화의 시발점, 치유와 상생,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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