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습장 조성' 약속, 양평군의 전향적 태도 필요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을 위한 협의 주체가 다시 나서야 합니다”
9월 24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는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제를 두고 사회적 협의 실행을 촉구하고 협의 주체 중 하나인 양평군의 참여 그리고 협의를 이끌어 낸 주체들이 다시 대화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토론회에는 경기도의회와 시민사회 단체, 당사자 농민 등이 참여했지만, 양평군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두물머리 지역을 지키려는 3년여 싸움 끝에 이뤄진 사회적 합의에 의한 사업 계획이다. 사업의 내용은 경기도, 양평군, 관련 전문가와 민간이 협의체를 구성해 호주의 세레스 환경공원 등을 모델로 하는 ‘생태학습장’을 조성한다는 것으로 2012년 8월 14일 천주교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심명필 본부장이 서명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장관, 경기도지사, 양평군수가 추천하는 6명과 천주교, 농민이 추천하는 6명으로 ‘두물지구 생태학습장 추진협의회’가 구성됐으며, 협의회 논의에 따라 기본 계획부터 설계와 시공, 운영까지 3단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었다. 국토부는 이 사업에 국비로 34억여 원을 양평군에 지원했다.
그러나 양평군은 2013년 12월 1단계 기반 사업이 완료되자, 생태학습장 조성 완료를 통보하고, “사업이 완료된 후 해산한다”는 협의회 운영규정 14조에 따라 협의회 해산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학습장 조성 완료와 운영이 이뤄질 때까지 협의회가 책임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양평군은 생태학습장 조성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고, 기반 공사만 이뤄진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국토환경연구소 최동진 박사는 이날 발표에서, 두물머리의 사회적 합의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상호 신뢰가 확보되지 않았으며, 합의를 지킬 당사자가 없어졌고, 각 주체가 다른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애초 합의에 참여한 주체들이 다시 모여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의 비전과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경기도의회가 적극 중재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경기연구원 송미영 박사는 합의 당시 지자체의 의지가 부족했고, 지자체장이 바뀐 후 제대로 사업에 대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던 행정적 문제점을 짚으면서, 신뢰 회복과 참여를 위해 무엇보다 노력해야 할 점은, 두물머리 사업과 4대강 사업이 맞물렸기 때문에 덧씌워진 정치적 입장을 벗겨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 박사는 사업에 필요한 예산과 행정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도의원들의 호응과 공무원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현실적으로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을 만나 문고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광우 대표(한강사랑)는 양평군이 생태학습장 조성 합의에 따르지 않는 것은 예산의 부담 없이 관 주도로 생태학습장을 만들려는 생각과 주민 자치력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양평군은 2015년 초, 국토부, 환경부 한강청 등과 함께 ‘에코폴리스 양수리 조성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 이미경 의원이 공개한 에코폴리스 양수리 조성계획안에는 양수리 생태조각공원, 두물머리 생태문화공원 조성, 둘레길 조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안승남 경기도의원은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는 것은 현재 전적으로 양평군의 의지에 달려있는 문제”라면서, 합의 주체였던 경기도의회로서 양평군에 강제력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주체 간 중재에 나서는 것 외에 예산상의 압박이나 경기도 주요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조사특위를 꾸리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시간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현실이 우리 사회가 가진 역량의 한계임을 확인했다면서, 두물머리 싸움은 처음부터 끝까지 ‘평화’가 원칙이었으며, 앞으로도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 상생의 해법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끝까지 두물머리를 지켰던 서규섭 농민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협의체가 해체됐지만 이미 생태학습장 사업 내용이 모두 결정됐기 때문에 협의체가 아니라 합의 내용을 실행할 운영위원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합의 당사자들을 다시 모으고, 참여 주체들의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칫하면 두물머리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땅, 건드릴 수 없는 땅”으로 버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규섭 농민은 생태학습장을 위해 두물머리를 떠났던 농민들은 새로운 농사에 적응하기도 전에 부채에 시달리고 심지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새로 얻은 농지를 잃기도 한다면서, “양평군이 외면하는 이상, 이 사업을 이어 갈 수 없다. 국토부와 경기도, 서울시도 이 사업 내용에 관계를 갖는 만큼, 정부와 경기도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사업과 관련해 경기문화재단에 내용을 일임하고 협의체 구성원들과 논의해 볼 것을 제안한 상태다.
이에 대해 두물머리 농민들과 일부 지역 주민, 시민사회단체 등은 문화재단 차원의 사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대화의 창구가 마련됐다는 점과 점진적으로 생태학습장 조성을 꾀할 수 있다면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