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처음 열린 ‘찾아가는 시상식’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군의 새 기지 건설에 저항해 온 시민단체가 지학순정의평화상을 받았다.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은 1월 22일 오키나와 헤노코 항구의 천막농성장에서 ‘해상 헬기 기지 건설 반대 평화와 나고 시정 민주화를 위한 협의회’(헬기기지반대협의회)에 제21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줬다.

시상식에 앞서 이곳을 찾은 최기식 부이사장(천주교 원주교구 신부), 최부식 운영위원장(서울대교구 신부), 변연식 심사위원장, 박민나 사무국장 등 기금 관계자들은 미군기지 캠프 슈와브(Camp Schwab) 등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공사 차량을 막는 주민들의 시위 모습도 봤다.

 
▲ 일본 오키나와 헤노코 항구의 위치

헬기기지반대협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모임으로 20년 넘게 군사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펼쳐 왔다. 이 모임은 1997년 1월 27일 만들어진 ‘헬기장 건설 저지 협의회, 목숨을 지키는 모임’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은 헬기기지반대협이 헤노코 항구에서의 천막 농성, 캠프 슈와브 앞 점거, 소형 배와 카누를 이용한 해상 저지 행동을 매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오키나와’, ‘기지의 현 내 이전을 반대하는 현민 회의’, ‘평화시민연락회’ 등 오키나와 현에서 만들어진 여러 단체가 헬기기지반대협에 참여하고 있다.

변연식 심사위원장은 심사경과 보고에서 “헬기기지반대협은 좀처럼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끈질긴 저항으로 오키나와의 자연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반평생을 헌신”했다고 평가하며, “이번 시상이 투쟁에 격려가 되고 동북아시아에서 전쟁기지를 없애고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한 큰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헬기기지반대협의 활동을 보며 해군기지가 들어선 제주도 강정마을을 떠올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헬기기지반대협은 “강정마을과 오키나와의 헤노코는 연결되어 있다”면서, 한국과 오키나와의 연대에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은 그동안 해외 수상자를 한국에 초청해 상을 줘 왔지만, 올해 시상식은 1월 22-24일 기금 관계자들이 수상 단체가 활동하는 현지를 찾아가 확인하고 교류하는 자리로 탈바꿈했다. 지학순정의평화상 시상식이 해외 현지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은 지학순 주교(원주교구장, 1921-93)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용기와 헌신을 기리는 뜻으로 만들어져 1997년 첫 시상을 했다. 여러 나라의 억압적 사회구조에서 자유, 평등을 위해 헌신한 개인이나 단체를 지원하고 있으며, 상금으로 2만 달러를 지원한다. 20년 넘게 시상을 해 오면서 아시아에서 인권, 평화운동에 관한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았다.

1월 22일 일본 오키나와 캠프 슈와브 미군기지 앞에서 새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 (사진 제공 = 변연식)
1월 22일 일본 오키나와 '헬기기지반대협의회'가 제21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받았다. 그동안 수상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상을 주던 것과 달리, 이번 시상식은 수상 단체가 활동하는 오키나와 헤노코 지역에서 열렸다. (사진 제공 = 지학순정의평화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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