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민나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사무국장

여성노동운동가 출신의 작가 박민나 씨(안젤라)가 3년째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민나 씨가 쓴 글로 눈에 띄는 것은 우선 여성노동운동가 8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2005)가 있다. 이 책은 한국여성노동자회 기획으로 이옥지, 강인순 씨가 쓴 “한국여성노동자운동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인터뷰에 응한 주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에 실렸던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루치아)의 이야기는 이 책과 별개의 작업이었던 2013년 <한겨레> 연재 ‘길을 찾아서’로 이어졌다.

박 씨는 10년 가까이 한국여성노동자회 매체 <일하는여성>에 인터뷰 ‘박민나의 삶 이야기’를 쓰며, 자연스럽게 여성노동 전문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 과정에서 열심히 살아온 위대하고 훌륭한 여성 활동가들을 숱하게 만나고 배우고 경탄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여성운동이 계속돼 오고 법 개정운동이 진행되며 호주제 폐지 등 나름의 성과가 있었지만, 남녀의 임금 차이, 차별 대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2016년 강남 살인사건으로 드러난 “여성이 무작위로 위험에 처한 상황”이 이어지는 한, 여성운동과 여성노동자운동은 필요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가톨릭교회와 만나 직장인이자 사목위원으로서

박민나 씨는 어려서부터 개신교 신자였다. 천주교와의 인연은 1980년대 후반 이후 남편과 함께 마산, 창원에서 살던 때부터 깊어졌다. 당시 그 지역은 “가톨릭세가 강했고, 신자들과 활동가들이 많이 만났다”고 한다. 그는 5년 만에 서울로 돌아와 이사한 집 앞에 성당이 있는 것을 보고 “하느님의 뜻”이라는 생각하며 그곳에 다니기 시작했다.

다시 직장생활을 생각하던 무렵인 2014년 겨울, 선배의 소개로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사무국 일을 시작했다. 거의 동시에, “미사만 다니는 신자”였던 박 씨는 서울 목3동 성당 홍보단장(사목회 홍보분과장)도 맡게 되어, 이 또한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인이자 사목위원으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신앙심 깊고 열심히 봉사하는 동료 신자들에게서 배우는 게 많다. 그는 “제가 사목위원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주제도 못 되어 부탁을 받고 고심했지만, 지금은 맡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사무국장 박민나 씨. ⓒ강한 기자

‘찾아가는 시상식’ 고민하는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인권 상황 엄중한 필리핀, 오키나와에 관심

박민나 씨는 강원 원주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광주로 이사했고, 원주교구장이었던 지학순 주교(1921-93)와 직접 만난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에게서 지 주교에 대해 무척 많이 들었다.

그는 지학순 주교가 엄혹한 권위주의 시대에 부도덕을 질책하는 것은 의무라 여기며 “자기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사제”라는 점에서, “단순히 교회로 신자들을 모으는 데 집중한 것이 아니라 지역민과 민중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는 점에서 그를 존경하고 높이 평가한다.

박민나 씨는 생활 속에서 그리스도를 찾고, 자유와 평등, 평화의 하느님나라를 지금 이 땅에서 이뤄가자는 지 주교의 정신은 지금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은 올해 20번째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준 것에 그치지 않고, 21회 이후에도 아시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안에서는 정의평화상 수상자를 한국에 초청하는 대신, 그들이 활동하는 현장을 기금 관계자들이 직접 가서 만나고 소통하며 시상식도 여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현장 시상식’이다.

또한 기금은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뒤 인권 상황이 엄중한 필리핀, 오랫동안 미군기지 반대투쟁이 있어 온 오키나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박 씨는 한국이 힘들 때 외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돌려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이 아시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하는 단체,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보람이다.

▲ 제20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로 지난 3월 한국을 찾은 국제 가사노동자연맹 활동가들. (지금여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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