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와 주교회의, 제주4.3 70주년 활동 시작
올해 제주4.3 7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4.3사건 추념을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선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지난해 주교회의 추계총회에서 “1948년 발생한 제주 4.3사건 70주년을 계기로 분단의 종식과 민족 화합을 위한 길을 모색하자”고 제안했고 주교회의는 이를 승인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제주교구는 논의를 통해 한국 교회 차원의 공동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업 내용을 밝혔다.
제주교구는 2018년 사목 지표를 “제주 4.3의 신학적 성찰, 4.3에 대한 한국 교회 차원의 관심을 끌어냄으로써 인권과 평화, 화해, 용서의 신앙실천 실현” 등으로 삼았으며 ‘제주4.3 70주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목교서에 따른 활동을 전담하도록 했다.
특별위원회는 한국교회 차원의 제주4.3 추념 등 공동사업을 위해서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 주교회의 민화위원장 이기헌 주교와 정평위원장 유흥식 주교가 함께 만나 기초 내용을 논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제주4.3뿐 아니라 이 사건의 핵심 원인인 분단과 남북갈등 그리고 한국사회 내 갈등에 대해서도 함께 관심을 갖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특별위원장을 맡은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 주교회의 민화위 총무 이은형 신부, 정평위 총무 황경원 신부가 참석했다.
먼저 문창우 주교는 특별히 70주년에 제주4.3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사건의 당사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기 때문에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시간적 이유가 있으며, 무엇보다 교회가 제주4.3을 시대의 징표로 읽고 성찰함으로써 평화와 상생, 부활로 나아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 제주4.3을 통해 신앙적, 신학적 성찰을 한다는 것은 결국 하느님 일의 동반자인 인간이 삶과 신앙을 분리해 온 행태를 넘어 이 땅을 하느님나라로 변화시켜 가야 할 주체임을 확인하고,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신앙이나 신학의 주제임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인간의 완전한 해방은 일어난 사건을 역사적, 사회적 도구만으로 분석해서는 안 되며, 마주한 현실을 신앙적 통찰의 도구로 읽어야만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부활로 걷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앙의 장소는 이 땅, 특별히 고통받고 억압받아 상처받은 이곳이다. 그곳을 발견했다면 그 당시 하느님이 그 사건 속에서 희생된 이들과 함께 죽어갔고 부활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의미를 읽어 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야기하는 4.3은 제주만의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모든 사건을 하느님의 뜻에 응답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 주교는 올해 제주4.3을 위한 교회의 모든 행동은 비단 4.3사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며, 이것이 다른 모든 국가폭력에 의한 사건을 교회 차원으로 접근할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제주 4.3을 비롯한 현대사의 모든 사건을 다시 바라보고 성찰하는 것이 교회 전체의 신앙 문제, 주요한 그리스도 신앙 고백이라고 공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민화위 이은형 신부는 “한국 사회 모든 적폐의 근원은 민족의 분단과 관계가 있고, 제주 4.3역시 분단과 이념 덧씌움이 무참한 학살로 이어졌으며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졌다”며, “반드시 짚어야만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고, 불합리한 이념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근 남북 대화 시작과 함께 민족의 새로운 시간을 열어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제주 4.3 70주년 추념사업은 한국 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사업과 제주교구가 추진하는 사업이 동시에 진행된다.
먼저 주교회의 민화위와 정평위, 제주교구 공동 사업으로는 2월 22일 학술심포지엄을 시작으로 주교회의 부활 특별담화문, 제주4.3 70주년 한국교회 슬로건 제작과 보급, 신앙 실천 운동 전개, 기념 영상자료 배포, 4월 1일부터 7일까지 기념주간, 전국 청년, 학생 대상 평화신앙캠프 등이 있다. 4월 7일 오후 3시에는 주교회의 정평위 주관으로 명동성당에서 추념미사를 봉헌하고 범국민위원회 광화문 행사에 참여한다.
제주교구는 9-10월 중 남부지구 신앙대회를 4.3 관련지역 다크투어 형식으로 진행하며, 5월 교구 성모의 밤도 제주4.3 평화공원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의 시간으로 진행한다. 또 3월 30일 성금요일에는 청소년사목위원회 주관으로 4.3의 의미를 담은 십자가의 길을 진행한다.
제주4.3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남북한 이념갈등으로 인한 남로당 무장 봉기로 시작된 4.3은 이후 경찰과 미군정, 이승만 정권과 우익단체 등의 초토화작전과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확인된 희생자만 1만 4000명, 추정되는 전체 인명 피해는 2만 5000-3만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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